"이번 사건을 계기로 등록업체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추가 제도개선 필요성도 대두됐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한 전금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머지포인트 사태' 재발방지와 관련해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통해 내놓은 답변이다.
지난해 11월 발의 이후 약 9개월째 공전하던 전금법 개정안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른바 '머지런'(머지포인트+뱅크런)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선 선불충전금 이용자 보호 장치 마련을 위해 전금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해진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전금법 개정안에는 선불충전금 외부 예치 의무화와 이용자에 '우선변제권' 부여 등의 방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금법 개정안은 제2, 제3의 머지플러스 사례를 막을 '해결책'이 될 순 없다.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머지플러스와 같은 '미등록 업자'의 경우 이를 금융당국이 딱히 감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머지플러스는 전금업자 등록 요건(발행 잔액 30억원 이상)을 지난 6월에야 갖췄다.
따라서 머지포인트 사태 재발 방지 논의 핵심은 '혁신'을 명분으로 감독 사각지대에서 영업을 펼치는 전자금융 관련업체들을 어떻게 규제·감독 틀 안으로 끌고 들어올지가 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전금법 개정안은 허점이 수두룩하다. 앞으로 이어질 플랫폼 기업이나 빅테크의 일탈과 사고를 막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전금법 개정안은 '종합지급결제사업자(종지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빅테크 특혜법' 논란에 휩싸여 있다. 종지사는 고유 계좌를 개설해 선불충전·후불결제 서비스 등 은행, 증권사 등과 마찬가지로 여·수신 업무를 할 수 있지만 금융사로 분류되진 않아 은행법 등은 적용받지 않는다.
다행히도 정무위원장에 내정된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역시 전금법 개정안을 단순히 머지포인트 사태 후속 차원에서만 보지 않으려 한다. 윤 내정자 측은 '빅테크 특혜법' 등 전금법을 둘러싼 논란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법안 심사에 임하겠단 입장이다.
머지포인트가 현금처럼 쓰였듯 선불충전금은 일종의 예금이다. 따라서 빅테크의 선불충전금 운용과 관리, 이용자 보호에 금융사 수준의 규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종지사 도입 부분을 삭제한 또 다른 전금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는 까닭부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사고가 터졌으니 계류된 전금법 개정안부터 처리하자는 건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