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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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직설이 다시 시작됐다. 이번엔 택시 산업을 겨냥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구조개혁 보고서에서 자율주행택시 상용화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전통 택시산업 보호와 각종 규제 때문에 우리나라 모빌리티 산업이 기술 발전과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은의 이번 보고서는 특별하다. 지금까지 구조개혁 보고서는 본부 조사국 중심으로 작성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뉴욕사무소 직원들이 보고서를 내놨다. 해외 사무소가 현지 경기 보고서나 동향 자료를 보내는 경우는 있었지만 구조개혁 보고서를 직접 펴낸 건 극히 드물다.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혁신 사례가 담겼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 나온 구조개혁 보고서이기도 하다. 이전 정부 시절 한은은 돌봄서비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대입 제도 등 논쟁적인 이슈를 건드렸다. 정치적 구호나 단기 처방을 넘어 중앙은행이 던지는 독자적 메시지다.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선 사회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소신이 배어 있다.
GM(제너럴모터스)의 한국 사업을 둘러싸고 철수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회사는 부인하고 있지만 징조로 읽히는 움직임은 분명 있다. 지난 5월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공장 일부 시설과 토지 매각 논의를 시작했다. 최근엔 미국 본사에 이어 두번째로 큰 연구·개발 법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의 전기차 프로젝트 내 한국팀 역할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진행 중이던 소형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무엇보다 한국 시장 판매에 관심이 없다. 지난해 GM한국사업장의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35. 9% 준 2만5000대 수준에 그쳤고 올 1월부터 8월까지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약 40% 급감했다. 신차 출시가 드물다 보니 반등은 쉽지 않다. GM은 이익이 없으면 과감히 접는 방식을 보여왔다. 호주·태국·인도·유럽에서도 사업 철수를 결정한 비슷한 전례가 있다. 판매부진이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닌 셈이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기도 했다. 2019년 군산공장 매각, 2022년 부평 2공장 폐쇄에 이어 남은 공장은 미국 수출 전진기지 역할로 축소된 상태다.
지난달 29일 한미정상회담 후 첫 국무회의. 축제 분위기를 뚫고 한 국무위원이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나지막이 위로 섞인 안부 인사를 건넸다. 정 장관은 특유의 유쾌한 말투로 괜찮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는 것에 신중론을 편 정 장관을 향해 여당 내 소위 '강경파'가 "장관의 본분에 충실한건가" "장관조차 검찰에 장악됐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던 때였다. 격식 없는 자리에서 만난 경찰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경찰에 "인사 '스윙'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대선 결과에 따라 경찰 고위직 인사까지 좌우된다는 의미다. 새 정부 입맛에 맞는 경찰들이 '깜짝' 승진 및 발탁되고 그렇게 은혜를 입은 경찰들은 보은에 힘쓰는 악순환이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진다. 대한민국은 사실상 두 정당이 정권을 주고 받는 양당제 국가다. 경찰 인사 독립에 대한 토론이 전무한 상황에서 1차 수사기관들의 권한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은 향후 현 여권에게도 칼날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과거 '정치 검찰'로 불리던 일부 검찰의 잘못된 행태가 다른 방식으로 재현될 수 있다는 상식적인 문제 제기다.
"우리 검사들 좀 돌려주세요. " 형사부 경력이 긴 한 부장검사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 검찰 인사로 새로운 곳으로 이동했는데, 팀에 평검사 없이 자신과 부부장검사만 달랑 발령이 났다고 한다. 후배들 다수가 파견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3대 특검팀이 발족하면서 총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특검팀으로 파견됐다. 게다가 일 잘한다는 에이스 검사·검찰 수사관들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처럼 검찰 곳곳에서 인력 공백이 체감된다. 통계 수치로도 확인된다. 법무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대 특검팀이 가동된 이후 전국의 미제 사건은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5월 6만5067건이었던 전국 미제사건은 6월 7만3395건, 7월 8만1469건으로 25% 늘었다. 지난 5월 기준 전국 형사부 검사 1인당 배당 사건은 107. 7건이었으나 7월 기준 137. 6건으로 평균 약 30건이 증가했다. 그런데 여당은 3대 특검팀의 수사 인력을 증원하고 수사 기한도 연장하겠다고 한다.
금융당국이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들에 대해 사법리스크가 발견됐는데도 심사중단이 아닌 심사재개를 결정했다. 금융당국의 대승적 판단에는 모험자본 공급이란 임무를 맡은 증권사가 본연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오랜 기간 염원했던 발행어음·IMA(종합투자계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를 손질했다. 많은 증권사가 종투사로 지정될 수 있도록 올해까지 심사 문턱을 낮췄고 심사 요건도 명확히 했다. 조건은 단 하나다. 중견·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해 모험자본을 공급(조달자금의 25%)하라는 것이다. 종투사 제도를 만든 당초 목적대로 증권사가 기업금융 시장에서 자본력을 토대로 모험자본 공급이란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달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증권사의 적극적인 모습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심사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종투사와의 간담회에서 사실상 모험자본 공급 비중을 최소치인 25% 이상 계획하라는 메시지를 던졌으나 그 이상 제시한 증권사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이후 현장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양대 노총과 고공농성 노동자 등 노동계뿐 아니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영계와도 적극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다. 노동자 출신 장관으로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고 노사 모두와 대화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김 장관의 소통 행보가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일방 통과 이후에야 본격화됐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파업으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한 과도한 배상 요구를 제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원·하청 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실질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의의가 있지만 경영계는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우려한다. 김 장관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영계와 적극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이미 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사후약방문식 소통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경영계는 되묻고 있다.
K뷰티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근래 2년간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이다. 2023년 초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국산 화장품을 극찬하는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늘어나면서 K뷰티 열풍이 본격화했다. 이후 2년이 지난 올해에는 오프라인 시장으로도 유통망이 확장돼 미국 내 대형 마트 체인인 코스트코를 비롯해 뷰티 편집숍인 세포라 등에서도 어렵지않게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 화장품 브랜드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K뷰티가 열풍이 불고 있다지만 주력 유통망이 아마존이라는 단일 채널로 굳어지면서 인기가 지속될 지를 두고 한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채널 내에서 국내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 부담이 커졌고, 이로 인해 신규 브랜드들이 성장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과거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급격히 매출 규모를 키우다 대외 변수 여파로 고꾸라졌던 사례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바이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원자력과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했다. 해당 산업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정부가 분야별 주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국가핵심기술을 '유출 시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규정한다. 외부로 빠져나가면 단순한 기업과 산업계 손실을 넘어 국가 경쟁력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조선업 부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는 기술력 확보가 곧 국가전략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를 다루는 현장의 보안 의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후발주자인 바이오 산업은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나날이 중요해지는 기술력 경쟁에 기업 차원의 보안 시스템 강화 노력이 줄을 잇고 있지만, 유출 시도 역시 점점 더 교묘하고 조직적으로 진화 중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정보보호 체계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가해자 입장에선 기술유출에 따른 처벌마저 계산된 선택이라는 점이 뼈아프다.
"우리는 한국의 선박을 사랑한다. " 지난 25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한국 조선업을 향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특유의 '트럼프식 수사'를 더하며 'K-조선'을 치켜세운 그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여러 협력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의 시선은 미 해군과의 협력에 쏠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미 해군 재건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한화오션을 시작으로 HD현대중공업도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미국 MRO 전문 조선사인 비거 마린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출사표를 던졌다. 업계의 시선은 한발 더 나아가 있다. 단순 MRO를 넘어 미 해군의 군함 건조 시장 진출을 노린다. 미국은 1조750달러(약 1533조원)를 투입해 295척인 해군 함정을 2054년 390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국과 미국의 첫 정상회담 이후 양국 산업협력은 한층 가속화, 공고화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조선소를 미국에 세워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앞으로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배를 구매할 것"이라고 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조선 분야뿐만 아니라 제조업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정부가 꼽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경제·통상 분야 안정화 △산업측면에서 새로운 영역 개척 등이다. 모두 산업과 직결된다. 이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양국 주요 기업인이 대거 참석했다. 논의가 길어져 발언 시간 제약만 없었다면 1박2일 워크숍으로 이어질 만큼 활발했다는 후문이다. 미국발 관세 파고를 처음 막아낸 게 조선업이었다면 두 번째 시험대는 에너지 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알래스카 프로젝트 합작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를 사실상 압박했다.
"K금융엔 기대를 갖지 마시고 빨리 빠져나가시라. 대한민국 금융은 미래가 없다. " 최근에 만난 한 전직 은행장은 이제 막 금융부 출입을 시작한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금융권 원로인 그의 비관적 전망 속엔 한국 금융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그는 "K금융은 관(官)에 길들여져 있어 순치돼 있고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개개인 역량은 뛰어난데 우물 안 개구리"라며 "규제를 풀어주면 우리나라 잠재력을 감안할 때 10년 내 글로벌 수준으로 따라가겠지만 풀어줄 리가 없다"고 했다. 한국 은행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개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새 정부의 '관치금융' 압박에 대한 위기감이 은행권 내부에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과징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이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교육세율 인상, 부실채권 처리 전담법인(배드뱅크) 출범, 10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등 청구서가 대기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은행은 올 상반기 약 15조원에 이르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이를 자축하기는커녕 잔뜩 숨죽이며 움츠러들었다.
박단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정부 강경 투쟁의 선봉장이었다. 전공의 집단 사직의 시작과 지속에 전공의 대표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사직 전공의에게 부채 의식을 갖는 의대 교수도 상당수는 박단을 지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싫어한다. 사석에서 여러 의대 교수들이 '그가 대책 없이 막 나간다'는 식의 비판을 했다. 이제 겨우 전공의 2년 차 '젊은 의사'가 총대를 메고 '살아있는 권력'에 맞섰는데도 말이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의대 교수를 가리켜 '착취 사슬 중간 관리자'라고 표현한 글을 SNS(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의대 교수, 병원이 전공의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려 과잉 채용했고 이것이 겨우 1만2000여명의 전공의 사직이 '의료대란'으로 이어진 진짜 원인이라는 글이었다. 어느 사회든 모난 돌은 정을 맞기 마련인데, 폐쇄적인 의사 사회에서 그것도 대통령까지 만난 전공의 대표가 '착취 관리자'라 부르니 의대 교수들은 당황스럽고 화도 났을 것이다. 전공의가 돌아올 자리를 위해 병원을 떠나지 않고 지킨다는 '명분'에도 금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