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출절벽, 언제까지 방치할건가

[기자수첩]대출절벽, 언제까지 방치할건가

박소연 기자
2025.12.23 05:10

"요즘은 고객들이 대출을 되도록 안 갚으려고 한다. 대출규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단기간에 풀어질 가능성이 낮으니까 기존에 계약한 대출은 이자를 내면서 유지하려 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내가 지금 1억을 빌렸는데 1년 뒤에도 1억을 빌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단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출 절벽' 때문이다. 현재 주요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연간 가계대출 총량규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대출 창구를 사실상 걸어잠갔다. 당장 이사가야할 실수요자여도, 신용이 아무리 좋아도 은행에선 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 몇년째 반복되니 소비자들은 대출을 갚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올해는 정부가 6·27 대책 때 하반기 가계대출 목표를 50% 감축하는 바람에 연말 대출한파 피해가 더 커졌다.

국내 가계부채 수준과 부동산 리스크를 감안할 때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필요성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어떤 불편을 겪든 정부의 정책 목표만 달성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식의 접근은 문제가 크다.

금융당국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연말 대출 셧다운에 대해 "연초까지 대출절벽이 발생하는 상황은 없게 하겠다"고 했다. 이는 내년 초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리셋'된다는 점을 밝힌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가계대출 규제가 필요하지만 정부가 은행마다 목표를 다 정해주는 '총량규제'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1년 단위로 쪼개 정책목표를 맞췄는지 몰라도 결국 내년 초로 대출 시점을 미루는 착시효과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 주담대가 막히자 5대 은행 마이너스통장 사용액이 약 3년 만에 최대 규모로 불어나는 등 절대적 수요는 억제되지 않는 실정이다.

대출한도를 분기·월 단위로 촘촘히 관리해 최소한 연말 셧다운 현상은 막아야 한다. 실거주 목적의 주담대 등은 연말 한도에서 예외로 두는 조치도 고려할 수 있다. 어차피 내년 초에는 나가야 할 대출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궁극적으론 공급자 중심이 아닌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출규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소연 기자

기사로 말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