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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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의 높은 소재·부품 시장 점유율 뒤에는 쓰러져간 우리나라 기업의 눈물이 있다. 일본은 산업화 초기 높은 기술력으로 시장을 형성한 후 철저히 점유율 지키기에 나섰다. 수십년간 한국의 국산화 조짐이 보이면 '낮은 가격'으로 싹을 잘랐다. 최근 일본 수출규제와 국산화 취재를 위해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일본 기업의 '덤핑 전략'을 지적했다. 예컨대 A라는 소재를 한국 중소기업에서 국산화에 성공하면 일본 업체가 판매가격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낮은 가격과 물량 공세로 국산화에 성공한 국내 기업을 말려 죽이는 전략이다. 결국 국산화에 성공한 국내 기업이 사라지면 일본 기업은 다시 높은 점유율을 무기로 천천히 가격을 올렸다고 한다. 일본의 '덤핑 전략'은 대기업도 피해가지 못했다. 대기업에서 재직한 경험이 있는 중소업체 대표는 "그룹 차원에서 소재·부품을 국산화하면 그것을 알아챈 일본 기업이 판매가격을 인하하겠다고 제안한다"며 "기업으로선 이미 검증되고 싼 일본 제품을 선택할
지난 16일 한국거래소는 초단타 매매로 차익을 올린 메릴린치 증권 서울지점에 1억7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메릴린치는 미국 시타델증권으로부터 허수성 주문을 수탁해 시장 감시규정을 위반했다. 거래규모는 약 80조원에 달하고, 시타델증권은 약 2200억원대의 차익을 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알고리즘 거래를 통한 시타델의 허수성 주문은 시장 전반에 걸쳐 이뤄졌다. 메릴린치가 매수 창구에 뜨자마자 뛰는 호가는 개인투자자들을 홀렸고, 그사이 AI(인공지능) 펀드 자금은 주식을 마음대로 사고 팔며 시장을 휩쓸었다. 손실은 고스란히 개인 몫이었다. 메릴린치의 알고리즘 거래가 시장을 헤집을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은 외국인 매수세 유입을 호재로 인식하고 추종매매를 하는 투자풍토 탓이다. 외국인에 좌우되는 씁쓸한 한국 증시의 민낯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현재(7월19일 기준)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한 날은 583일이었고 이중 69%에 달하는 402일간 상승했다
"자, 핸드폰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를 찾아 함께 불러주세요." 이달 22일부터 사흘간 열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학부모들의 집회는 꽤 독특했다. 선두 그룹에서 운동가를 부르면 무리 중 절반은 가사를 몰라 우왕좌왕한다. 발언하라고 마이크를 쥐어 주면 부끄럽다며 저어한다. 단체 구호를 외칠 땐 비장하지만 그마저도 조직적이지 않다. 비슷한 광경을 4년 전에도 봤다. 당시에도 시교육청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로 들썩였다.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가 교육감, 정권 성향따라 뒤집히는 정책 때문이란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명박 정부가 설립을 허가한 2010년부터 자사고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진보 진영은 고교 서열화와 진학 경쟁, 사교육 심화와 일반고 역차별을 우려하며 반발했다. 결국 'MB표 자사고'가 가장 많은 서울의 경우 크고 작은 논쟁 끝에 자사고가 성적에 따른 학생선발권을 내줬다. 자사고 입학 경쟁률은 점차 하향세를 그렸다. 그동안 과학고, 영재고 등은 별도의 선발시험
지난달 여당은 대형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에 하한선을 도입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시발점은 지난해부터 지속된 카드사 노동조합의 요구안이다. 카드사보다 협상력이 열위인 영세·중소가맹점에는 우대수수료율이라는 이름으로 상한선을 정해놓은 만큼 상황이 반대인 연매출 500억원 초과 가맹점에는 하한선을 둬 부당한 수수료 인하를 막아야 한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 협상에서 난항을 겪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 가맹점의 경우 협상이 1년 내내 계속 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 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인하범위가 커지면서 노조의 주장도 강경해졌다. 영세·중소 및 일반가맹점에서 수수료를 덜 받는 만큼 대형가맹점을 통해 그 몫을 상쇄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같은 단순 논리로 시작된 하한선은 실효성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기준이다. 법 개정이 통과되면 하위법을 통해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해야 하는데 카드사마다 원가 구조가 다른 상황에
"혁신엔 원래 신뢰가 없다. 신뢰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혁신해놓으면 신뢰가 없다고 죽여버린다." 최근 만난 중소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한국의 소재·장비 산업 경쟁력 저하와 관련해 "기득권에 눌려 혁신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소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이 그간 신뢰관계를 쌓아온 일본 기업과 거래를 선호해 현재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시작된 이후 3주간 이 사안을 보는 대중의 시각은 변화를 겪었다. 처음엔 일본의 조치를 보복으로 규정하고 한국의 예상 피해를 산정하는 논의가 주를 이뤘다. 분노와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점차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1위 국가'라는 구호에 가려져 보지 못한 '민낯',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자급률의 실체가 대중에 드러난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이는 국내 업체들의 역량이 충분하다는
2분기 경제성적표가 25일 나온다.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마이너스 0.4%(전기대비)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3.2%) 이래 최악의 역성장이었다. 정부와 한은은 2분기 들어 '반등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던 만큼 이번 발표는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이 쏠린다. 2분기 성장률 발표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정부의 성장 기여도다. 수출 등 민간부문에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성장기여도 플러스 전환 여부와 증감률에 2분기 성장률이 달렸다. 1분기 정부 부문이 성장에 기여한 정도는 -0.6%포인트였다. 정부가 있는 돈도 쓰지 못해 경기를 끌어내렸다는 얘기다. 정부가 '재정을 확장적으로 쓰겠다'고 강조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성장기여도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정부는 연초부터 재정 집행률이 계획을 초과하고 있다고 지속 발표하면서 재정정책 효과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1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발표됐을 때 시장의 충격은 더 컸다. 펀더
언론사 신입기자는 길게 6개월까지 ‘수습기자’로 활동한다. 힘들고 당황스러운 나날의 연속이지만 잘 이겨내면 ‘탈수습’ 축하를 성대히 받는다. 나는 한 달 전 그 축하를 받았다. 앞선 6개월 가장 힘들었던 때는 경찰서 찬 바닥에서 ‘뻗치기’(무작정 기다리는 취재)를 했을 때도, 빈소에서 유가족을 취재해야만 했을 때도 아니다. 매일 마주해야 하는 취재원들의 차가운 태도였다. 국회를 출입하면서도 취재원 대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대표적 취재원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그렇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5월초 원내사령탑에 오른 순간부터 지금까지 국회 정상화를 위해 극한 일정을 달려 왔다. 정치 경력이 긴 그이지만 요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원내대표로서 ‘수습 기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원내대표의 상대들은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인물들이다. 장외투쟁, 보이콧, 사과, 대통령 독대, 선결조건 등 그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민생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IoT(사물인터넷)에 랜섬웨어가 감염돼 아예 며칠씩 멈춘 공장들도 몇 곳 있어요. 신고를 안 해서 그렇지….” 취재과정 중 만난 보안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면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랜섬웨어 감염을 신고하는 중소기업이 몇 곳이나 되겠느냐고 물었다. 신고해서 기록이 남고 언론에 밝혀지느니 ‘일단 숨겨보자’고 하는 곳이 대부분이란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사이버침해대응센터(KISC) 통계에 따르면 사이버 침해사고 신고·조사건의 97%가 영세·중소기업에서 발생한다. 중소기업의 해킹 공격으로 인한 기술유출 피해금액은 2015~2017년 3년간 3021억원 수준에 달했다. 특히 랜섬웨어(시스템을 감염시키고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악성코드) 피해는 중소기업에 집중된다. 한국랜섬웨어침해대응센터가 지난해 랜섬웨어 피해접수건을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이 43%, 소상공인이 25%, 대기업이 1%로 집계됐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전문 보안인력이나 시스템을
"생각보다 '쥴' 돌풍이 크지 않은 것 같아요. 초반보다 디바이스 매출도 줄어가는 추세입니다." 담배업계 관계자들은 예상보다 폐쇄형(CSV) 전자담배 쥴(Juul)의 인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쥴 기기의 이달초 판매량은 출시(5월 말) 일주일 후와 비교했을 때 5% 가량 줄었다. 액상카트리지는 13% 정도 늘어나긴 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만큼의 돌풍은 아니라는 것. 흡연자들 사이에서도 호기심에 피워보긴 했지만 니코틴 함량이 너무 낮아 대체재로의 역할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청소년 흡연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에서도 쥴은 청소년 흡연 문제로 논란이 됐다. 최근 케빈 번스 쥴랩스 CEO(최고경영자)는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나와 10대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이 본사 제품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쥴의 당초 목적은 성인들의 일반 담배 대안책으로 개발된 것이였지만, 청소년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청소년 흡연율 증가 원
“‘주52시간근무제’를 적용해보니 실제로 일손이 크게 부족해졌습니다. 내년에 제도가 확대 적용되면 중소기업들은 너나없이 고민에 빠질 것입니다.” 경상남도 밀양의 한 열처리분야 중소기업은 이달부터 주52시간제를 조기 도입했다. 원래 이 업체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이어서 내년 1월부터 해당 제도를 적용받지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조기 도입을 결정했다. 이 회사 A대표는 1인당 근로시간이 줄어도 생산량은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결과 인력을 40명가량 충원해야 했다. 하지만 인력충원은 쉽지 않았다. 채용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A대표는 “최근엔 주·야간 근무조건을 내걸면 국내 지원자가 좀처럼 나타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A대표는 결국 국내 근로자 대신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키로 하고 인력알선업체와 접촉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내년 주52시간제 전면 확대를 앞두고 중소기업계의 시름이 깊어진다. 인력충원 과정에서 A대표와 같
지난해 9월 초 한 페이스북 주소를 메시지로 받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글이었다. 이 글은 한 달 뒤 통계청 국정감사에도 등장했다. 가계동향조사 논란 때문에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통계청 단독 국감이었다. 작성자는 현직 통계청 공무원인 김신호 과장이었다. 가계동향조사는 2017년 소득과 지출 부문으로 나뉘었다. 통계청은 소득부문 조사를 2018년부터 폐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7년도 말 국회가 이듬해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여당 주도로 소득부문 조사를 부활시켰다. 소득주도성장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통계라는 이유에서다. 2017년 4분기엔 저소득층 소득이 전년보다 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청은 크게 반겼다. 반전은 곧바로 일어났다. 2018년부터 저소득층 소득은 전년 대비 크게 줄기 시작했다. 그러자 통계 신뢰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과장의 글은 이런 민감한 시기에 작성됐다. 그는 2000년대 중반과 2010년대 초반 각각 사무관과 과장
‘참 솔직한 총장.’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문무일 검찰총장(58·사법연수원 18기)의 모습을 한 마디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사와 관련해선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여러번 숙이며 사과했다. 때론 눈물을 흘려 ‘울보 총장’이란 별명도 얻었다. 이전 검찰 수장에게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선 정부와 각을 세우고 강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국회의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과 관련해 검찰을 대표해 반대 의견을 꾸준히 제시했다. 정부 합의안에 검찰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패싱’ 논란도 벌어졌다. 당시 문 총장이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면서까지 강조했던 말은 ‘민주주의’였다. 검찰 개혁안이 민주주의에 반한다며 권력 분산을 강조하고, 기자들 앞에서 프랑스 대혁명까지 끌어와 관련 설명을 하던 그의 얼굴에선 어떤 열정마저 읽을 수 있었다. 같은 자리에서 옷을 벗어 흔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