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日기업의 '국산화 싹자르기' 이젠 그만

[기자수첩]日기업의 '국산화 싹자르기' 이젠 그만

김남이 기자
2019.07.29 15:46

일본 기업의 높은 소재·부품 시장 점유율 뒤에는 쓰러져간 우리나라 기업의 눈물이 있다. 일본은 산업화 초기 높은 기술력으로 시장을 형성한 후 철저히 점유율 지키기에 나섰다. 수십년간 한국의 국산화 조짐이 보이면 '낮은 가격'으로 싹을 잘랐다.

최근 일본 수출규제와 국산화 취재를 위해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일본 기업의 '덤핑 전략'을 지적했다. 예컨대 A라는 소재를 한국 중소기업에서 국산화에 성공하면 일본 업체가 판매가격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낮은 가격과 물량 공세로 국산화에 성공한 국내 기업을 말려 죽이는 전략이다. 결국 국산화에 성공한 국내 기업이 사라지면 일본 기업은 다시 높은 점유율을 무기로 천천히 가격을 올렸다고 한다.

일본의 '덤핑 전략'은 대기업도 피해가지 못했다. 대기업에서 재직한 경험이 있는 중소업체 대표는 "그룹 차원에서 소재·부품을 국산화하면 그것을 알아챈 일본 기업이 판매가격을 인하하겠다고 제안한다"며 "기업으로선 이미 검증되고 싼 일본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결국 국산화 전략은 폐기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고 말했다.

일본의 ‘덤핑 전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90년대 기사에서도 '일본 기업이 가격을 40%나 인하해 팔면서 국산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가격 공세를 못견디고 정부에 조사를 요청한 사례도 많다.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기업이 정부에 요청한 '반덤핑 조사 신청 현황'을 보면 일본이 51회로 중국(77회)에 이어 두번째로 요청 횟수가 많다.

지난 수십년간 되풀이된 일본의 전략은 한국에서 통했다. 우리 기업은 국산화 기술이 충분히 있는데도 일본에 의존했고, 일본은 이제 그것을 무기로 사용 중이다.

업계에서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산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산화된 제품을 대기업이 장기적으로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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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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