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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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심의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된다. 금액이 결정된 뒤 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에 회의록이 올라오지만, 논의 대상과 노사 양측 주장만 들어있을 뿐 위원별 구체적 발언내용은 파악하기 어렵다. 위원 27명이 어떤 생각으로 다음해 최저임금을 정하는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깜깜이 심의다. 심의 과정이 베일에 가리다보니 회의 진행은 봉숭아 학당이 따로 없다. 사회적대화라는 명분이 무색하게 노사는 자기 할 말만 하다 나온다. 회의에 배석한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 모두 상대방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고, 공익위원이 질문을 던져도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다 회의가 끝난다"고 전했다. 노사 위원들이 서로 대화해서 합의점을 찾을 마음가짐이 전혀 없다 보니 결론은 늘 정부가 선임한 공익위원이 내린다. 공익위원이 설정한 심의촉진구간에 불만을 품은 한 쪽이 퇴장하며 성명서를 읽고 일정을 보이콧 하는 행태도 매년 반복된다. 매년 법정 기한도 훌쩍 넘긴다. 법으로 정
지난 8일 오전부터 9일 새벽까지 16시간에 걸쳐 진행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국민의 관심은 높았다. 인터넷 포탈 실시간 검색어(실검) 순위 상위권을 청문회 관계자들이 장악했을 정도다. 이날 청문회의 주요 쟁점은 윤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성 검증이었다. ‘검증’ 목적이었다지만 청문회장을 채운 이름은 ‘윤석열’이 아니었다. 청문회 직후 뉴스를 도배한 이름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었다. 윤 후보자가 “20대 총선 출마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야당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잇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청문회 내내 가장 많이 등장한 이름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윤 후보자와 ‘대윤(大尹)·소윤(小尹)’으로 불릴 정도로 친분이 있는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윤 후보자가 윤 전 서장에게 대검 중수부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 관계자들이 증인으
"모든 이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주려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7일 열린 그리스 총선에서 포퓰리스트 여당 시리자당의 참패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시리자당이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도 이와 상반되는 성향의 긴축 정책을 고수했고, 일관성이 부족한 정책이 지속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경제 성장마저 더뎌지면서 생활고가 겹치자 유권자들은 결국 등을 돌렸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모두를 실망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시리자당은 집권 4년 만에 의석수가 반 가까이 줄며 중도보수 신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다. 외신들은 그리스의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를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퓰리스트당인 시리자에 기회를 줬던 그리스가 다시 주류 보수정당으로 회귀했다"면서 "이는 반체제 정당이 급진적인 공약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 인기가 급격히 시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포퓰리즘 실
"수정 내용 및 시행일은 추후 공지 예정."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류거래질서 관련 고시' 시행일 3일을 앞두고 국세청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 장 짜리 보도자료를 내놨다. 주류업계는 당황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십년된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겠다고 해서 불만이 많았지만, 기한에 맞춰 영업 방식 변화, 영업사원 교육 등 다 준비해놨다"며 "그런데 또 무기한 연기라니 (국세청) 눈치 보여서 뭐라고 말도 못하고 그냥 기다릴 뿐"이라고 토로했다. 국세청이 지난 5월 관련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을 당시 그동안 각종 할인 혜택, 물품 등을 지원받은 대형 도매상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하지만 외식업중앙회, 유흥음식점중앙회, 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이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고, 행정예고도 나중에 알았다"고 반발할 줄 몰랐던 것이다.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진 정치권 난타에 결국 김현준 국세청장은 "일부 보완할 것은 고치고 시간
“다양한 곳에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럴 예산이 있으면 이를 기업에 직접 지원하는 게 더 낫다는 인식도 많고요.” 창업실태에 대해 취재하던 중 한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정부가 창업에 정책·예산지원을 강화하지만 기초가 되는 창업교육 분야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의미다. 최근 머니투데이와 취업포털 사람인이 20~30대 성인남녀 2816명을 상대로 공동설문을 진행한 결과 ‘창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39.4%를 기록한 반면 ‘창업교육 수강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19.2%에 불과했다. 창업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자들이 모두 창업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가정해도 창업의향이 있는 사람 중 절반 이하만 관련 교육을 받은 셈이다. 많은 창업자는 “창업을 해보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애를 먹었던 적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아이템과 자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경영지식이나 노하우가 없어 위기를 경험했다는 설명이다. 계약실수로 피
1984년 뉴올리언스의 유명 사업가 아들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피의자는 흑인 존 톰슨이었다. 신문에 난 톰슨의 사진을 본 또 다른 차량 강도 피해자들은 톰슨이 범인이라고 생각했고, 경찰에 신고했다. 톰슨은 이제 살인과 차량 강도, 두 혐의를 함께 받게 됐다. 검사는 두 갈래 사건을 동시에 조사했다. 차량 강도 혐의의 유죄 판결을 받아낸 후 이를 발판으로 살인 혐의에서 유죄를 받아내겠다는 전략이었다. 톰슨은 차량 강도 사건에서 가석방 없는 49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살인 사건 재판에서 검찰의 승리의 발판이 됐다. 톰슨은 사형을 언도받았다. 문제는 검사가 차량 강도 사건에서 피고에게 유리한 증거를 공판정에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 사건에서 범인은 부상을 입어 바지에 피를 흘렸고, 과학수사대는 피묻은 천 조각을 수거해 범인의 혈액형을 밝혀냈다. 보고서는 검사에게만 전달됐고, 톰슨의 변호사는 이를 알지 못했다. 검사는 재판 첫날 증거 보관실에서 천 조각을 반출했고 돌려주지
"지금 일본 업체들도 난리다. 특정 소재가 정말 (규제에) 해당 사항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국내 한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혼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4일부터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에칭가스)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강화에 착수했지만 일선은 혼란의 도가니다. 일본 업체들마저 어떤 제품이 규제 대상이 되는지조차 판단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나름대로 이번 조치가 불러올 영향을 분석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에 여념이 없지만 사실상 안갯속이란 후문이다. 일본이 이처럼 작정하고 한국을 상대로 경제보복을 시도한 전례가 없어 일본 정부가 수출 허가를 얼마나 지연시킬지, 이로 인한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에 달할지 예측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내놓은 기준 자체가 복잡
"국토교통부에서 청약 제도와 관련해서 준 질의응답 자료만 142페이지에요. 신혼부부에 해당하는 요건만 27페이지인데 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20년간 분양 업무를 맡아온 부동산 마케팅 전문회사 대표의 말이다. 청약 제도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오랫동안 업무를 지속해온 이들도 제대로 숙지하기 어렵다. 1978년 주택 청약 제도가 도입된 이후 40여년 간 가점 항목이나 자격 요건 등 관련 내용은 139번 바뀌었다. 제도와 내용이 자주 바뀌다 보니 현장에서의 혼선은 불가피하다. 가령 1순위 모집에선 아파트가 분양하는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요건이 신설됐는데, 이중 1개월 이상 외국 한 지역에만 체류하면 당첨이 취소된다. 반면 같은 한달 간 해외에 체류했더라도 두 지역 이상에 머무를 경우 여행으로 간주한다. 거주 요건만 해도 일일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하지 않으면 부적격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 복잡한 제도 탓에 부적격 당첨 사례가 늘자 국토
"죄송하지만, 더는 상세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지난달 서울 모처에서 '국정원-마약전쟁 24시' 취재를 위해 만난 국가정보원 K요원은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사전에 약속을 한 자리였지만 K요원은 질문마다 대답을 머뭇거리기 일쑤였다. K요원은 머뭇거리는 이유를 '기밀 유지와 신변 보호'라고 설명했다. 해외 마약밀매조직과 국내 조직폭력배들은 항상 정보·수사기관을 학습하기 때문에 자칫 말 한마디에 자신과 정보원의 신변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 들어온 해외 마약 조직은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타 조직원의 살해 모의를 할 정도로 대담하다. 마약을 뿌리 뽑기 위해 음지에서 활약하는 국정원 요원들은 항상 위협에 노출돼 있다. 이런 노고에도 우리나라는 이미 '보급형 뽕(필로폰)'의 시대로 향하는 중이다. 대학생은 물론 주부, 회사원까지 손쉽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마약에 손을 댄다. 전문가들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국제 마약상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됐다고 본다
‘모빌리티(Mobility)’가 뭘까. 모빌리티 산업 현장을 찾아 다니는 기자지만 이 질문에 속시원한 답이 없다. 어떤 이는 우버나 카카오 같은 특정 업체를 떠올리고 어떤 이는 카풀이나 플랫폼 같은 새로운 서비스로 본다. 단순히 기존 이동산업을 세련되게 영어로 표현한 신조어쯤 생각하기도 한다. 그만큼 모빌리티 산업은 아직 우리에게 낯선 개념이다. 그러나 기존 법체계로 서비스를 규정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이란 자신의 자동차를 사용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이라 정의한다. 모빌리티 산업이 자동차나 택시를 넘어 오토바이, 전동 자전거, 전동 킥보드로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제도적 기반은 우버 서비스를 퇴출하던 몇 년 전 그대로다. 이렇다 보니 최근 새로 등장한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는 법의 예외조항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모빌리티 산업을 둘러싼 갈등과 반목이 반복되고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법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다시 개편됐다. 앞서 2016년 12월에 했으니 2년 7개월 만이다. 지난해 재난 수준 폭염에 늘어난 에어컨 가동시간이 요금 폭탄으로 돌아온 것이 시작이었다. 주택용에만 붙는 누진제에 대한 국민 분노가 폭발하자 한시적 완화 정책으로 급한 불을 끄더니 올해부터는 아예 상시화했다.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 여론이 더 악화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적극 행정’의 결과다. 안 그대도 더워서 짜증 나니 전기요금 스트레스라도 덜라는 ‘선의’에서 시작한 누진제 개편인데 정작 여론은 썩 반기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한국전력이 내민 청구서 때문이다. 7~8월 누진제 완화를 상시화하는 요금제 개편으로 한전은 매년 2874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그러자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회사에 추가 손실이 불가피해 이사진 배임 가능성이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두 차례 열린 이사회에서 다섯 시간의 격론 끝에 누진제 개편안이 통과됐는데 한전 손실 보전을 위한 필수사용공제도 폐지 및 전기요금·에
"구찌 립스틱 광고 보셨어요?" 최근에 만난 뷰티패션업계 마케팅 담당자 몇몇이 같은 이야깃거리를 던졌다. 모델의 치아가 벌어지고 비뚤어진 구찌 립스틱 광고는 단연 화제다. 립스틱 자국이 선명한 컵을 찍은 화보컷도 함께 이슈를 모았다. 그동안 립스틱 광고 속 모델은 고르고 하얀 치아를 자랑했다. 립스틱이 컵에 묻어나는 건 감춰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구찌는 달랐다. "역시 구찌"라는 반응이 나왔다. 구찌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의 선택을 받아 살아난, '브랜드 부활'의 좋은 예로 꼽힌다. 그런가 하면 최근 인스타그램에선 영국 런던의 플러스사이즈 모델 다이애나가 올린 나이키 마네킹이 화제였다. 나이키는 런던 플래그십 매장에서 플러스사이즈 마네킹을 선보였다. 스포츠브라, 레깅스 차림이었다. 이 같이 리얼한 광고·마케팅에 밀레니얼 세대는 열광한다.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길 원하는 이들이다. 방탄소년단(BTS)이 즐겨 사용하는 메시지 '러브 유어셀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