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지만, 더는 상세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지난달 서울 모처에서 '국정원-마약전쟁 24시' 취재를 위해 만난 국가정보원 K요원은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사전에 약속을 한 자리였지만 K요원은 질문마다 대답을 머뭇거리기 일쑤였다.
K요원은 머뭇거리는 이유를 '기밀 유지와 신변 보호'라고 설명했다. 해외 마약밀매조직과 국내 조직폭력배들은 항상 정보·수사기관을 학습하기 때문에 자칫 말 한마디에 자신과 정보원의 신변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 들어온 해외 마약 조직은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타 조직원의 살해 모의를 할 정도로 대담하다. 마약을 뿌리 뽑기 위해 음지에서 활약하는 국정원 요원들은 항상 위협에 노출돼 있다.
이런 노고에도 우리나라는 이미 '보급형 뽕(필로폰)'의 시대로 향하는 중이다. 대학생은 물론 주부, 회사원까지 손쉽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마약에 손을 댄다.
전문가들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국제 마약상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됐다고 본다. 과거에는 일본·호주로 향하는 경유지에 그쳤지만, 이제는 탄탄한 수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K요원은 "외국처럼 일상적으로 마약을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1만2613명에 달하지만 경찰의 마약 수사 인력은 약 270명에 그친다. 옛말에 '지키는 사람 열이 도둑 하나를 못 당한다'고 했는데, 현실은 수사 인력 1명당 50명 가까운 마약사범을 상대해야 하는 꼴이다.
이럴 때 국민의 마약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수사인력 확충과 예산 지원 등 적극적인 호응이 필요하다. 마약 수사관들이 목숨을 내놓으며 지키려는 마약청정국으로 가는 길에 국민이 함께 하지 않으면 그 길은 멀고 험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