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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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고양 저유소 화재로 경기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준성 대한송유관공사 사장은 국감 내내 고개를 숙이며 이같이 답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자사주 취득 문제에 대해 "생각 못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도 협력업체 기술자료 유용 혐의에 대한 질타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표현했다. 어떤 답변이든 국감에서의 말은 법적 효력을 갖는다. 국감 증인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위의 증언을 하게 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다. 하지만 기업인의 모든 답변이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기업인들의 '죄송합니다'는 이미 경찰·공정위 조사 등을 통해 혐의가 인정된 사안인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이 꾸짖으니 사과하는 것이다. 증언의 힘을 생각할 때, 기업인들이 더 구체적으로 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국회의원이 제시한 복잡한 문제들은 겨우 몇 마디 질문과 답변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피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기업 법무팀 직원들이 모인 한 단체대화방에 올라온 질문이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바로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온갖 답들이 올라왔지만 결론은 "얼마를 주든 대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의 도장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3심제를 표방하는 우리나라 최고법원인 대법원에 대한 불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민사·행정·가사 사건 1만8621건 가운데 1만4397건(77%)이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됐다. 10건 중 8건 꼴이다. 심리불속행 비율은 2013년 54%에서 지난해 77%까지 꾸준히 높아져 왔다. 박시환 전 대법관은 "인력은 정해져 있는데 상고사건 수가 해마다 늘어나니 심리불속행 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동안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4만6000건에 달했다. 2008년 이후 지
지난주 '우리나라 증시의 15가지 특징'이라는 지라시가 증권가 메신저를 달궜다. '금리가 오르면 떨어짐, 내려도 떨어짐, 사상 최대 매출이 나오면 다음엔 기대하기 어려워 떨어짐…(후략).' 지라시가 자조하듯 한국 증시는 약한 체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는 강(强)달러, 글로벌 무역분쟁 우려 속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순식간에 2100선으로 밀렸다. 불과 지난달 말에 2300선을 지켰던 모습이 무색하다. 증권사들도 눈높이를 낮췄다. 2009년 이후 역대 코스피 PER(주가수익비율) 저점은 2011년 8월 기록한 7.6배였다. 이를 근거로 추정한 코스피 지지대는 2040선인데, 일부 증권사 2000선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론을 내놓았다. 수출 비중이 높아 무역분쟁 시 타격이 예상되고, 외국인 의존도도 높아 지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거다. 그러나 밖에만 책임을 돌리려니 뒷맛이 씁쓸하다. 외부변수를 상쇄할 만한 한국 증시의 매력을 '저평가' 외에는 꼽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05명'...해가 갈수록 출산율이 뚝뚝 떨어지면서 올해는 1명의 벽도 무너질 것이라는 통계 분석 자료가 나왔다. 통계청은 2018년 이사분기 신생아 수가 8만 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5% 줄었고, 이 기간 합계출산율은 0.97명이라고 밝혔다. 출산율과 함께 혼인율도 덩달아 준다. 인구 1천 명당의 새로 혼인한 비율을 나타내는 조혼인율도 지난 2014년 6.0건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5.2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다. 결혼을 하면 당연시 됐던 출산도 부부가 서로 합의 하에 아이를 가지 않는 소위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의 삶을 택한다. 그렇다면 왜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할까. 취재를 다니면서 갓 스무살이 된 대학생부터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직장인, 청년 창업가까지 다양한 부류를 만났다. 최근 인터뷰 중 결혼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 비
지난 17일 WEF(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금융부문 세계 19위를 차지했다. 한때 아프리카의 ‘우간다’보다 못한 등수를 받았지만 이번엔 무려 55계단을 뛰어 올랐다. ‘우간다 트라우마’에선 벗어났지만 국내 금융권의 ‘간판’ 주자인 시중은행의 대출영업을 보면 세계 19위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은행들은 몇년전부터 제2금융권의 시장이었던 ‘오토론(자동차 구입 대출)’에 뛰어들었다. 시장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큰 것도 아닌데 은행들은 어쩌자고 ‘골목상권’까지 파고든 것일까. 은행이 ‘오토론’ 시장까지 치고 들어간 이유는 위험부담이 ‘제로’이기 때문이었다. 은행들은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대출금 전액에 대해 보증을 받는다. 보증료는 대출금리에 얹는다. 깐깐하게 대출심사를 할 필요가 없이 저소득, 저신용 취약계층에도 오토론을 권해 왔다. 전세자금대출도 비슷하다. 정부가 얼마전 전세대출 보증에 소득제한을 두겠다고 밝혔다가 거센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이 논란의 이면
"그야말로 생존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거죠." 최근 만난 백화점업계 임직원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렇게 얘기한다. 백화점 성장률이 낮은 한자리 수에 머물고 더러는 역신장도 하는 상황에서 매일 살아남을 방법을 궁리하고 있고 그 압박감이 아주 크다고 한다. 롯데, 현대, 신세계 할 것 없이 백화점 업계는 살길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온라인화 대응부터 AI(인공지능)·VR 등 각종 신기술 도입,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Off price store)와 같이 새로운 모델의 실험, 각종 PB(자체 브랜드) 출시, M&A(인수 협병) 등 그야말로 '총력전'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주 사업장으로 두는 대형마트 업계가 고전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온라인 채널의 부상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화점의 유통업계 내 비중은 2014년 25.2%에 달했지만 올 상반기 18.8%까지 줄었다. 온라인의 경우 같은 기간 28.4%에서 37.5%로 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 그동안 대형화
비인가 예산정보 유출 사건은 정국을 흔들지 못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업무추진비(업추비) 사용내역을 공개했지만 '폭탄급'은 없었다. 청와대, 기획재정부는 기민하게 대응했고, 주도권도 여권으로 점차 넘어갔다. 예고편보다 본편이 재미없는 격이었지만 심 의원의 문제 제기가 의미 없는 건 아니다. 청와대, 정부가 업추비를 어떻게 썼는지 낱낱이 알려진 경우는 이전까지 거의 없었다. 희소성있는 정보였다. 심 의원이 습득한 예산정보의 가치가 부풀려진 이유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1년에 두 차례 공개하는 업추비 내역은 매우 제한적이다. 2018년도 상반기 청와대 업추비 집행 내역 중 관계기관 정책 협의비를 보면 6058회에 걸쳐 8억9028만원을 집행했다. 개별 회의 명칭이나, 사용금액, 참석자, 장소 정보는 없다. 적절한 곳에서 경우에 맞게 나랏돈을 썼는지 알 수 없다. 다른 집행 내역도 마찬가지다. 안하는 것보다 낫지만 의미 있는 공개라 할 수 없다. 각 부처는 장·
최근 한 펀드매니저에게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에 적합한 펀드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는 "펀드는 장기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가치투자(저평가된 우량 종목을 발굴해 장기 투자하는 기법)로 잘 알려진 운용사 직원이다. 그는 장기투자 대신 그때그때 수익이 나면 단기에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의 투자를 추천했다. 오랫동안 한 펀드에 집중해 성과를 거두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공모펀드 시장은 최근 몇 년 간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모펀드 운용사가 신상품을 출시하면 100억원의 자금을 모으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운용사도, 금융당국도 공모펀드 시장을 부활시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으나 마땅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모펀드 보다 엄격한 운용 규제를 풀어줄 것이냐, 아니면 원금보장형 상품으로 쏠린 퇴직연금시장 자금을 공모 펀드로 옮겨올 것이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규제를 조금 완화해 준다고 해도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연금시장 규모는 갈수록
"뒤에 누구십니까? 자꾸 쪽지 주시는 분. 누구야!" 지난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재숙 문화재청장에게 질의할 때였다. 한 의원이 질의를 잠시 멈추고 언성을 높였다. "누구냐"의 화살을 맞은 이는 장 청장 뒤에 배석한 문화재청 공무원이었다. 한 의원은 "청장이 대답하려고 하면 쪽지를 계속 갖다 주느냐"고 지적했다. 순간 국감장은 얼어붙었다. 안민석 문체위원장은 "청장을 보필하는 직원은 쪽지를 건네는 것을 가급적 삼가 달라"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자 다음 질의 순서였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 위원장과 한 의원에게 항의했다. 보좌역이 답변에 필요한 자료를 건네줄 수도 있는데 왜 트집을 잡느냐는 논리였다. 같은 당 소속 위원장과 의원 사이 보기 힘든 위태로운 말싸움은 이어졌다. 우 의원은 쪽지 논란 관련 안 위원장에게 의사진행발언도 요청했다. 안 위원장은 "본인이 무조건 옳다 생각하지 마라"고 일축했다. 우 의원이 재차 요청하자 안 위
"내일이라도 북한 바다로 떠날 수 있다." 국내 골재업체 40개사로 구성된 전국바다골재협의회 관계자는 북한 바닷모래 채취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해상에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합의하면서 해당 사업의 재개가 현실화될 것이란 희망에서다. 이들은 해당 사업이 남측은 물론 북측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북한 해주항과 남포항 등에 항만 경제특구 신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형 선박의 입항을 위해선 북측도 항구 하구 지역의 준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 이 지역에서 확보한 바닷모래는 국내 '골재대란'의 해소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의 '2018년도 골재수급계획'에 따르면 바닷모래 채취 계획량은 2120만㎥이지만 채취 허가 지역은 서해 EEZ(780만㎥)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상당수 소진돼 국내 건설현장 등에서 질높은 바닷모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협의회 관계자들은 입을 모
"삼성전자가 존재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먹고 살았지, 어떻게 삥 뜯어서 1위가 됐나."(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 "시장이 언제나 옳고 공정한 것은 아니다."(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성 장관은 지난 10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데뷔전'에서 신임 장관답지 않게 의원들의 질의에 조목조목 답변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최근 기업의 국내 투자 감소와 관련해 현 정부의 '기업 때리기'식 정책 기조를 지적하자 적극 반박했다. 성 장관은 현 정부의 기조에 대해 "대기업 위주의 수출과 양적 성장 위주 정책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됐고 경제성장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했다"며 "양극화를 줄여주면서 소득향상과 내수 투자 촉진을 통해 과거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성 장관은 지난달 21일 취임사에서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일자리 정책 위기국면에 장관에 오른 만
"변한 것은 없습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한 법의학자에게 업무환경과 처우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목소리에는 무관심과 냉소가 깔려 있었다. 그는 “(법의학자) 수를 늘리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수없이 나왔지만 바뀐 것이 없다”며 “더는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법의학의 고사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0년 전부터 국정감사 때마다 인력난과 열악한 처우 문제가 단골로 제기 됐지만 개선은커녕 더욱 심화 됐다. 현재 전국에서 의사 출신 법의학 전공생은 단 3명뿐이다. 앞으로 부검의가 될 예비 법의학자가 3명밖에 없단 얘기다. 지원자가 없으니 의대 내 법의학 교실도 줄어든다. 전국 41개 의대 중 법의학 교실이 있는 곳은 10곳, 법의학 교수는 16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가톨릭대와 건국대는 최근 유일한 법의학 교수가 은퇴하면서 병리학 교수가 겸임한다. 당장 부검의가 필요한 현장에선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국내 부검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국립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