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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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순익이 지난해 전체에 맞먹을 정도에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 저축은행이 유독 순익이 잘나온 측면도 있지만 업계 전체적으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상반기 업계 전체 순익은 지난해 상반기를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순익을 거둔 후 앞으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던 저축은행업계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더 장사를 잘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저축은행들의 속내는 오히려 어둡다. 저축은행업계가 과도한 이자장사를 한다고 보는 정부 및 금융당국의 논리에 스스로가 힘을 싣는 꼴이 돼버려서다. 저축은행업계가 받는 금리 압박은 이미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는 향후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한데다 금융당국 역시 저축은행들이 인하된 최고금리를 초과한 이자율을 받지 못하게끔 약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패로 삼았던 수익성 악화가 무용지물이 되자 업계 내부적으로도 할말이
"요즘 면세사업이 왜 필요한가하는 생각마저 들어요" 최근 만난 한 대형면세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정부 제재로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방문이 끊겼지만 '다이궁' 행렬이 이어지며 최대규모 매출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는 말치고는 꽤 자조적이었다. 최근 다이궁은 당초 한국 인기상품을 떼다 파는 '보따리상' 수준에서 한층 진화했다.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상품을 중국 내 온·오프라인에서 유통시키는 대형업자에 납품하는 '대리구매상' 형태로 조직화됐다. 올해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커' 방문이 사실상 뚝 끊겼음에도 이 '다이궁' 들이 시내면세점에 매일같이 늘어서며 물건을 구매해 면세업계 상반기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8% 증가한 85억5919만6230달러(약 9조5000억원)를 달성했다. 역대 최대규모다. 주요업체들의 2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업계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쉰다. 쾌적한 쇼핑환경을 제공해 외화를 취득하고, 국내 관광산업과 함께 발
2016년 일본에서 출간된 ‘98%의 미래, 중년파산’은 ‘열심히 일하고도 버림받는 하류중년 보고서’란 도발적인 부제를 달았다. 이 책은 일본의 버블 붕괴 이후인 1990년대 초 취업전선에 뛰어든 청년을 주목했다. 고용이 안정적이었던 선배 세대와 달리 비정규직으로 사회 첫발을 뗀 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산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금 40대가 돼서도 여전히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임시·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년이 증가하면서 우울증, 고독사 등 사회적 질병도 늘었다. 저자는 ‘두려운 것은 노후가 아니라 눈앞에 닥친 오늘’이라고 일본 사회에 경고했다. 이같은 중년파산의 징후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40대 취업자는 전년 대비 14만7000명 줄었다. 1998년 8월(-15만2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임시직 일자리가 가장 많이 사라졌다. 산업 구조조정에다 숙박·음식점 등 내수 경기 둔화가 겹치자 고용이 가장 취약한 곳부터 흔들렸다. 특히
“남측 언론 관리 잘 하라우.” 2014년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방남했던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당시 북한 실세 3인방이 우리측 고위급과 만났을 때 했던 말이다. “언론이 어떻게 선도하느냐에 따라 선의적인게 악의적으로 매도될 수 있다. 다음부터는 기자 선생들 모두 모인 자리에서 회담을 하자.” 지난 13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측 수석대표였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발언한 내용이다. 얼핏 들어보면 관리 대상으로만 봤던 남한 언론에 대해 4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신뢰가 생긴 것 아닌지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관리를 잘 하라는 말이나 기자들을 불러놓고 회담하자는 말의 밑바탕을 봐야 한다. 남한 언론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똬리를 틀고 있다. 북한에게 언론이란 정권의 선전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권에 의해 관리되고 활용되는 존재다. 북한 매체에는 조작은 있을지언정 오보가 있을 수 없다. 반면
망치 든 사람에겐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편협한 사고에 사로잡히면 일방적인 행동만 일삼을 수 있다는 의미의 격언이다. 관습으로 굳어진 고정관념은 유연한 사고와 참신한 상상력을 가로막는다. 망치 든 사람들이 즐비한 사회에선 혁신가들은 손가락질받을 수밖에 없다. 사회를 뒤바꿀 새로운 아이디어가 망치로 박아야 할 못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스타트업들이 망치 든 이들에게 둘러싸였다.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약속과 달리 곳곳에서 규제 철퇴에 신음하고 있다. 승차공유 사업을 펼치던 스타트업들은 연이어 국토교통부, 서울시로부터 “영업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카풀 스타트업들의 서비스 확대는 불법 논란에 가로막혔다.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시설 투자 규제 또한 여전하다. ‘헤이딜러’, ‘콜버스’처럼 존폐 위기에 내몰리는 규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오죽하면 국내 스타트업계가 협회 명의로 “스타트업을 범법자로 내몰지 말라”는
“나보다 더 센 데가 두 군데가 있는데, 경호·의전 쪽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07년 10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돌발적으로 방북 연장을 요청한 것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답이었다. 대통령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민주주의 국가의 특성을 살린 발언이었다. 김 위원장은 뜻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10년이 넘게 지나 다시 남북대화의 판이 깔렸지만 우리의 ‘민주주의 리더십’은 변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북한과 대화에 나섰다. ‘이번엔 다르다’는 기대감이 ‘민의’ 저변에 깔려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완전한 비핵화’의 뜻을 밝히고 연초부터 속도감있게 협상을 추진하자 형성된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민의는 변덕이 심하다. 70년째 대립을 거듭해온 북한과 관련한 것이라면 더 그렇다. 기대감이 꺾이는 순간 대북정책에 대한 민의는 다시 한 번 반전될 수밖에 없다. 협상 테이블은 유지가 되고 있지만 상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토도웍스는 2년 전 모터와 배터리, 조종기로 구성한 ‘파워어시스트 키트’를 만들었다. 수동휠체어에 이 키트를 부착하면 전동휠체어가 된다. 무엇보다 가격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수입 전동휠체어 가격은 600만~2000만원선이지만 토도웍스 제품은 176만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의 우수벤처 사례로 수차례 뽑혔다. 최근에는 영국, 스위스 등 유럽 10여개국 수출도 확정했다. 토도웍스는 정작 국내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법상 이 키트를 분류할 항목이 없어서다. 품목인증 자체를 못 받았다.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의료기기도, 보조기기도 아닌 탓에 사용자들은 비용지원을 받을 수 없다. 심지어 의료기기 불법개조로 소송당할 우려가 있다. 차량공유 스타트업 ‘모두의셔틀’은 더 난감하다. 이 회사는 전세버스사업자와 출퇴근 이용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서비스를 만들었다. 창업 초기부터 서울시 창업허브 등에
벌써 5년 전 수습기자 시절의 기억 한 토막이 떠올랐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맞은 어느 날. 서울 일선 지구대·파출소의 첫인상은 아직도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 하나둘 술 취한 사람들로 경찰서가 북적였다. 만취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 구토하는 사람, 얼굴에 피를 뒤집어 쓴 채 괴성을 지르는 사람 등. 실제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었다. 기억이 되살아난 것은 지난 3일 불거진 경찰의 이른바 '머리채 논란' 때문이다. 서울 강남서 기동순찰대 소속 A경위가 여성 주취자를 깨우는 과정에서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영상이 공개됐다. A경위의 행동은 분명히 과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오죽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년간 주취자의 아찔한 모습을 지켜봤던 학습효과다. 개인의 문제만 지적하고 넘어간다면 똑같은 문제는 되풀이될 수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주취자 대응 행동지침(매뉴얼)'도 없이 A경위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며
"제로레이팅이 통신비 인하 방안의 하나로 꼽히지만 지금대로라면 이동통신사도 콘텐츠 제작자(CP)도 만족시킬 수 없다는게 문제죠." 최근 이통사들이 제로레이팅을 적용한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며 서비스 종류와 범위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통사도, CP들도 썩 달갑지 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제로레이팅은 특정 서비스에 대해 이통사가 데이터 사용량을 전액 혹은 부분적으로 무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제로레이팅이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에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CP의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약한 회사가 힘과 자본력을 갖춘 이통사와의 협상에서 밀려 불공정한 계약 내용에 사인할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제로레이팅이 CP의 원가 부담을 높여 결코 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통사들도 무조건 제로레이팅을 확대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규제 산업이라는 특성상 특정 콘텐츠
애플과 다이슨은 각각 다른 제품군을 만드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양사 모두 디자인을 내세워 IT(정보기술)·가전업계를 뒤흔들었다는 점과 유독 한국에서만 가격 차별 정책을 펼친다는 사실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의 국내 출고 가격 논란은 이제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이런 '학습효과' 덕분인지 언젠가부터 다이슨의 권장소비자가격은 애플은 저리 가라 할 수준이 됐다. 실제 다이슨 일부 무선청소기(V10 시리즈)의 경우 일본(6만4584엔·약 66만원)과 같은 모델인데도 한국(할인가 91만원)이 무려 30만원 정도 비싸다. 양국의 가전 시장을 고려해도 이 정도 수준의 가격차를 보이는 생활가전제품은 사실상 없다. 독일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밀레가 최근 몸값 전반을 크게 낮춰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가격 정책의 경우 환율이나 유통망 구축 여부 등이 어느 정도 반영된다는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제품사양이나 보증기간까지 철저하게 차등하는 것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 페트병 색은 없애고 라벨은 손쉽게 떼어낼수 있게…' 최근 식음료업계 화두는 '친환경'이다. 신제품을 소개하는 광고나 보도자료에 친환경 용기를 새로 적용했다거나 재활용에 적합하게 개선했다는 문구를 쉽게 볼 수있다. 지난 4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 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데다 정부가 재활용 대책을 발표하고 규제를 강화하면서다. 제품 내용 개발에 치중했던 이전과 달리 어떤 소재의 포장지를 사용했는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환경부가 이달부터 커피 매장 내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 단속을 시작한 이후 커피업계는 더욱 분주해졌다.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자제는 기본이고 앞다퉈 친환경 용기로 개발, 적용하고 있다. 엔제리너스는 국내 최초 빨대 사용 없이 음료를 바로 마실 수 있는 뚜껑을 제작했고 스타벅스는 종이 빨대빨대없는 뚜껑 출시를 계획 중이다. 투썸플레이스도 재활용에 용이하도록 종이컵에 색을 없앨 계획이고
1990년대부터 세계 최고 자리를 지켜온 일본 기업들은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장인정신)'를 내세웠다.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꼼꼼히 제품을 보고 완벽한 상태로 내놓는 장인정신은 소비자들이 '메이드 인 재팬'에 무한 신뢰를 보내는 이유가 됐다. 그렇기에 웃돈도 흔쾌히 얹어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장인정신의 멸종 위기에 처했다. 지난 9일 스즈키, 마쯔다, 야마하 등 자동차 3사가 차량·오토바이 연비 및 배출가스 검사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닛산과 스바루 자동차 스캔들, 고베제강의 50여년에 걸친 데이터 조작에 이은 것으로, 일본 기업들이 장인정신을 배신했다는 말이 나왔다. 가업 계승 문화도 위기다. 일본 전통 종이 화지(Washi)는 지난 10여년간 판매가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장인들은 명예를 버리고 '페이퍼 소믈리에'라는 새 이름으로 발로 뛰는 영업에 나섰다. 명품책가방으로 유명한 '란도셀'은 120년이 넘는 장인정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