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重 4사 1노조의 '동상이몽'

[기자수첩]현대重 4사 1노조의 '동상이몽'

기성훈 기자
2018.09.17 14:56

"현대건설기계 임금교섭, 누구를 위한 교섭인가? 회사 조합원을 위해 교섭이 돼야 합니다." 현대중공업그룹 내 건설장비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의 최근 경영소식지 제목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올 상반기 굴착기 판매호조로 호실적을 냈다. 회사는 임금 협상에서 노동조합에 화끈한 보상을 결정했다. 노조가 요구한 것보다 많은 임금 인상과 성과급도 약속했다. 임금교섭을 조기에 마무리해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현대오일뱅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지주도 마찬가지다.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서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 지급을 노조에 제안했다.

하지만 두 회사 노조는 회사 제시안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노조 요구안을 능가하는 교섭안을 내놨는데도 말이다. 한 직원은 "조합원을 생각하는 노조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속사정은 이렇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중공업지주 등 4개 회사로 나뉘었다. 이렇게 회사는 나눠졌지만, 노조 형태는 그대로다. '4사 1노조' 체제는 현대중공업 노조 규정에 따른 것이다. 4사 1노조 규정에 따라 현대중과 3개 분할회사 모두 각사 노사 합의안을 가결해야 4사 임단협이 마무리된다.

비정상적인 4사 1노조 형태는 과거처럼 노조원의 규모로 힘을 유지하고자 하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생각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도 노조의 힘을 키우기 위해 사내하청지회를 통합하기도 했다.

올해 현대중공업과 분할 3사의 실적은 천양지차다. 조선업 불황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은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 그러다 보니 실적이 좋은 회사의 사측과 노조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회사마다 경영상황이 다른데 어느 한 회사 때문에 임단협이 영향을 받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다른 조합원들은 쉽지 않다. 노조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노조는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듯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성훈 정책사회부 부장직대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