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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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25일 보도한 '"강남 아파트 팔아야…" 고점 경고한 애널리스트'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의 인터뷰 기사는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서울 아파트값이 수년째 고공 행진하며 급등한 시점에서 부동산 애널리스트가 집값 고점을 과감하게 경고해서다. 하지만 25일 당일 오후에 한 방송사 '멀티미디어팀'의 모 기자는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는 본지 기사와 마찬가지로 포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다수의 부동산 카페에 복사돼 유통 및 확대 재생산됐다. 확인해본 결과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인터뷰 대상자인 애널리스트와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었다. 본지 기사를 표절한 것이다. 언론계 은어로 일명 '우라까이(베껴쓰기)'를 했다. 심지어 본지 기사에 없는 서울 아파트값에 대한 통계까지 집어넣어 기사를 짜깁기했다. 하지만 해당 애널리스트가 한 말과 주장의 논리적 전개, 사례로 든 내용은 똑같이 베꼈다. 해당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애널리스트를 섭외한 것은 3주 전이다.
"도대체 이거 언제 끝나는 거죠?" 대법원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대법원 관계자가 되레 물었다.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사태로 대법원이 겪고 있는 곤혹스러움이 묻어난다. '사법부의 심장' 대법원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다. 대법원이 압수수색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법관사찰 등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서다. 검찰은 의혹 관련자들의 PC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요구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6일 하드디스크 실물이 아닌 410개의 파일과 과학수사 자료만 검찰에 제출했다. 처음엔 누구도 판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 시작은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였다. 법원행정처가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행사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었다. 그러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재판거래 의혹까지 불거졌다. 3차례에 걸친 조사를 통해 법원 스스로 찾아낸 의혹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수사협조를 약속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냥
"건당 수수료 100원은 전혀 받아 들일 생각이 없다. 카드사의 영업적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최근 만난 한 신용카드사 사장은 교육비 카드결제 수수료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교육비의 공공성은 인정한다. 낮은 수수료률 적용도 가능하다. 하지만 합리적인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받으라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얘기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초중고 교육비 카드 결제 문제로 수수료 문제가 또 도마에 올랐다. 교육부는 교육비 결제건당 초등학교 100원, 중학교 130원, 고등학교 150원씩 받는 정액제 수수료를 주장하고 있다. 당초 내세웠던 '공짜(수수료 0%)' 주장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라는 금융위원회의 반발에 부딪히자 법제처로부터 유권해석을 얻어 새롭게 제시한 안이다. 법제처는 지난 4월 교육비가 여전법 감독규정상 "국민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서 공공성을 갖는 경우"에 해당해 학교를 특수가맹점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일반가맹점과 달리 특수가맹점은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관계는 독특하다. 거시경제 정책의 두 축이라는 점에서 업무상 공조할 일이 많다. 그렇지만 썩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불편한 역사 때문이다. 1997년까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은 재무부 장관이었다. 이 시기 한은은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불리웠다. 이명박정부에선 기재부 차관들이 금통위 회의에 참석했다. 한은법에 규정된 ‘열석발언권’을 행사한 것이다. 정책 방향을 발언하는 것만으로도 압박은 충분했다. 열석발언권은 사문화됐으나 지금도 금통위 회의엔 기재부 출신 참석자가 있다. 한은 감사다. 물론 정확히는 ‘옛’ 기재부 사람이다. 2000년 이후 임명된 6명의 감사는 모두 기재부 고위직 출신이다. 한은 감사는 기재부 장관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은 업무를 상시 감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부총재급으로 대우도 좋다. 연봉이 3억원이다. 기재부 장관 추천을 받지만 출신 기관에 제한은 없다. 그런데도 당연히 ‘기재부 몫’으로 여겨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게 이제 정말 없어져야 할 텐데요." 세간에 말이 많았던 포스코 CEO 교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포스코 계열사 관계자가 내놓은 답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밌는 것은 지난번 회장 선임에도 같을 말을 그대로 반복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포스코의 수장 선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포스코 사상 최초의 비(非)엔지니어, 20년 만의 비서울대 출신인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이 회장 후보로 결정됐다. 지난 4월 18일 임기 만료를 2년 앞두고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후 60여 일은 논란의 시간이었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포스코 회장 선출 과정에 훈수를 뒀다. '밀실 논의' '청와대 실세 개입설' 등 실체 없는 소문을 확산시켰다. 포스코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논란을 오히려 키웠다. 포스코는 공기업에서 2000년 민영화됐다. 정부 지분은 제로(0)다. 국민연금이 단일 최대주주일 뿐이다. 정권이나 정
시대는 때로 한 사람과 함께 태어나고 저물기도 한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JP)가 그런 사람이다. 한국전쟁, 박정희정부, 산업화와 민주화, 충청도, 의원내각제…. 한 정치인이 이처럼 수많은 키워드를 관통하는 경우는 드물다. 무엇보다 그는 킹메이커의 시대를 열고 닫았다. 민주화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이 그가 지지하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은 인물이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각 연대는 민주자유당을 낳았고 여기서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당선됐다. 김대중 대통령(DJ)과는 DJP연합으로 공동정부를 탄생시켰다. 자신을 포함한 3김 중 두 명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은퇴 후에도 JP는 이름값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현대 정치사에 수많은 '킹메이커'들이 있지만 JP가 독보적인 이유다. 킹메이커가 되지 못한 게 두 차례다.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과 2017년 대선이다. 2002년은 JP 시대가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때다
2013년 7월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며 출범한 코넥스 시장은 올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스타트업의 성장 사다리’라는 역할을 부여받은 코넥스는 그간 기업들의 자금조달과 IPO(기업공개)와 관련한 사전경험 제공 등 다양한 성과를 올리긴 했으나 한편으론 시장 자체가 침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다행히 올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기업이 잇따라 나타나면서 체면치레는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지켐생명과학을 비롯해 5개 기업이 이미 이전상장을 완료했고, 추가로 5개 기업이 도전에 나섰다.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상장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코넥스 기업의 적정가치 평가 문제가 있다. 앞서 이전 상장한 기업들이 모두 기존 거래가격을 인정받고 코스닥으로 넘어갔다. 현재 금융위원회 규정은 ‘최근 주가의 70% 이상(할인율 30% 이내)’에서 이전상장 가격을 정할 수 있도
“직장에서 익힌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창업하려는 40~60대도 많지만 시니어에게 맞는 정책지원은 찾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지난달 창업관련 행사자에서 만난 한 40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는 “정부의 창업지원대책에서 시니어는 소외되는 것같아 아쉽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일자리대책의 일환으로 창업 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청년창업 중심의 지원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정부가 만39세 이하 청년창업을 위해 쏟아붓는 예산만 1조원에 육박한다. 청년창업펀드(6000억원) 청년창업사관학교(1022억원) 청년전용창업자금융자(15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청년창업기업은 창업 후 5년간 법인·소득세도 전액 면제(수도권은 50%)받는다. 청년 전용 외에도 창업지원대책의 상당수가 청년인지 아닌지를 따진다. 최대 70억원을 지원받는 기술창업 후속 프로그램인 ‘포스트 팁스’는 사업성·기술성 평가 외에 청년창업 평가항목이 따로 있다. 반대로 중장년층에 대한 지원은 빈약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9일 ‘2018 머니투데이 창간기념 조찬강연회’에서 최근 불거진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을 두고 “컨트롤타워는 분명히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을 맡는 컨트롤타워가 3개 있다면 없는 것보다 못하다”며 “3개 축이 하나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게 2년차를 맞은 현 정부의 각오”라고 강조했다. 또 “경제팀은 ‘원팀 원 보이스’가 경제정책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도 했다.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가 썩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온 지는 꽤 됐다. 지난달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기 전부터였다. 지난해 8월 김 부총리 요청을 받고 언론 앞에서 “예 보스”라고 답하는 모습을 연출했던 김 위원장이 최근 김 부총리가 주재한 회의에 두 번 연속 불참한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나왔다. 우연이라고 여길 수 없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부총
"밖에서 볼 때는 남성혐오 발언이 조금 심하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는데, 시위대에 합류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김모씨·29·여) 지난달에 이어 이달 9일 서울 혜화역 일대를 가득 메운 '불법촬영(소위 몰카) 편파수사 규탄 시위' 참석자의 말이다. 김씨는 평소 자신의 생각과 거리가 있었지만 현장 분위기에 휩쓸려 남성혐오 발언을 함께 외쳤다고 털어놨다. 최근 두 차례 대규모 시위는 오랫동안 쌓여온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여성의 분노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의미가 컸다. 하지만 동시에 시위 현장의 남성혐오 표현으로 논란이 됐다. 감정이 격해지기 쉬운 시위 현장의 특성으로 치부하기에는 표현 수위가 강했다. '한남'(한국 남성의 비하 표현)을 비롯해 '재기해'(남성 인권활동가 고 성재기씨의 투신 사망을 희화화), '소추소심'(남성의 성기가 작을수록 소심하다는 뜻) 등이 대표적이다. 반복되는 혐오 발언은 남녀 간 성 대결을 부추긴다. 2030 세대 남성들은 페미니즘(Fem
“신탁사마다 임의로 예비선정 절차를 밟고 있으니 정식으로 수주했다는 오해를 살 만도 하죠.” 한 대형 부동산신탁사 관계자가 신탁방식 재건축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비롯한 예비선정 과정을 놓고 한 말이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신탁사가 재건축을 단독 시행하는 것으로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해당 법에 따라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75% 이상 동의 △동별 소유자 50% 이상 동의 △전체 토지면적의 3분의1 이상 신탁등기 등의 기준을 충족하면 신탁사가 시행자로 지정된다. 조합방식 재건축사업과 동의율 기준은 같지만 ‘신탁등기’ 요건이 추가된다. 조합방식에선 시행자인 정비사업조합이 설립되기 전 예비 시행자 지위인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설립요건(전체 소유자 50% 이상 동의)이 규정돼 있다. 반면 신탁방식은 예비적 지위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신탁사들은 자사의 존재감을 각인하고 실무적 협의를 진척하기 위해 신탁사마다 임의로 예비선정 절차를 밟
최근 한국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소식은 북한 관련 이슈일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리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부 소속 기자는 북한 관련 외신을 챙기는 일이 아주 중요해졌다. 남북뿐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과 국제 사회도 밀접하게 관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무역전쟁과 국제유가 상승, 신흥국 위기 등의 경제 뉴스까지 챙기다 보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이런 상황에 최근 눈길을 사로잡는 뉴스가 하나 있었다. 바로 제주도에 몰려든 난민 소식이다. 올해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이 519명으로 이미 작년의 10배 이상 폭증했다고 한다. 2015년 시작된 내전을 피해 모국을 떠난 이들이 말레이시아 등 일정 기간 무비자 체류를 허용하는 나라를 떠돌다 제주도까지 흘러든 것이다. 제주도는 비자 없이 30일간 머무를 수 있다. 먼 남의 나랏일인 줄 알았던 난민 문제도 사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