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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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5세대 이동통신)가 (상용화) 되면 뭐가 달라져?" "데이터 전송속도가 지금보다 한 20배 빨라진대." "지금도 빠른데, 요금만 더 비싸지는 거 아냐?" "VR(가상현실)가 더 실제 같아지고, 음...자율주행차 시대가 드디어 현실화되는 거지." "VR는 잠깐만 재미있던데. 내년부터 당장 자율주행차를 탈 수 있는거야?" "아니...그건 아니고 그건 더 인프라가 마련돼야..." "뭐야, 그럼 결국 달라지는 게 없잖아." 5G 네트워크 관련 기사를 접한 아내와의 대화 내용이다. 내년 상용화될 5G 서비스에 대한 우리 주변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보다 무선 전송 속도가 빨라지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뭐가 좋은 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 5G를 대표할 킬러 콘텐츠가 마땅히 없다는 얘기다. 지난 2월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글레스(MWC) 현장에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여기까지 왔는데 눈에 들어오는 서비스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며 "다른 통신사 경영진도 5G로 돈 벌
"편하긴요. 해야할 일이 많은데 걱정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할 법들이 많은데…" 얼마 전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대화하던 중 상반기 국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업무부담이 크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하자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이들은 "국회가 잘 돌아가면 해야 할 일이 많아져 업무는 힘들어지겠만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 답답하게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국회는 '드루킹 사건' 등으로 촉발된 여야 정쟁으로 공전을 거듭했다. 대통령 개헌안이 폐기된 것은 물론 민생법안 등 각종 법안의 처리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또 민생법안 처리보다 남북·북미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 현안에 정치권의 관심이 더 쏠려 있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입법 등을 요구해 온 각종 금융 과제도 이러한 이유로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일몰이 채 2주도 남지 않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비롯해 금융혁신지원특별법, P2P(개인간거래)대출 관련 입법이 대
국내 대표 제약기업 중 한 곳인 A제약. 최근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수입·판매 독점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당혹스런 경험을 해야 했다. 거래 상대방이 회사를 방문해 지난 10년간 A제약에 대한 부정적 내용의 신문기사 스크랩 뭉치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이런 기사가 나왔는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을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단순히 경쟁 제약사보다 마진을 낮게 불러 계약을 체결하려던 A제약은 이 자리에서 진땀을 흘려야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사례가 늘면서 '윤리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경쟁하듯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의 국제표준(ISO 37001) 인증을 획득하고 공정거래자율준수(CP) 등급을 높게 받기 위해 노력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이 파트너사의 '윤리경영' 준수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한 건 꽤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체적으로 '코
1923년 영국, 오토바이 운전자 매카시가 도로에서 난폭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냈다. 그는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문제는 매카시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의 재판연구원이 매카시를 상대로 사고 관련 손해배상소송을 낸 로펌의 직원이었다는 점이다. 판결 후 연구원의 신분을 알게 된 매카시는 항소했다. 이해당사자가 재판부에 끼어있었다는 이유였다. 조사 결과, 이 재판연구원은 단순히 재판부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배석했을 뿐 재판 과정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상급심 재판부는 매카시의 유죄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사법부 판단에 부당한 간섭이 있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일은 없었다”면서도 “정의는 행해질 뿐 아니라 분명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행해져야 한다”고 파기 사유를 설명했다. ‘공정성의 외관’이 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판결을 뒤집기에 충분하다는 얘기였다. 2018년 한국, 대법원 PC에선 이상한 파일들이 다수 발견됐다. 이 중 ‘현안
연초 한 여당 인사와 차담(茶談)을 나눴을 때 얘기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그는 올해 경기를 '끓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빗댔다. 상투적이고도 고약한 비유였지만 출처가 여권이라는 점에서 신선했다. "북핵보다 경제가 위기"라고 했던 것도 기억난다. 미국의 평양 폭격설이 나돌 때였으니 뭔가 싶었다. 솔직히 지나친 경제 우선주의가 아닌가 했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가 나온 건 그 만남 이후 한달쯤 뒤였다. 뒤늦게 정부 여당이 뒤집혔다. 간신히 GM이 한국을 뜨는 것은 막았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지난달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경기가 침체국면의 초입단계"라고 대국민 커밍아웃을 했을 때 연초 차담이 떠올랐다. 그 말이 맞았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핵 해법은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경제는 그렇지 못하다. 공장 10곳 중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7곳밖에 안 된다고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최저임금을 빼면 취업자수와 실업률, 청년실업률
노무현정부 임기 말인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 16석 가운데 12석을 차지했다. 기초자치단체장은 230석 가운데 155석을 석권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광역 1곳 기초 19곳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당시 변화를 원하던 국민들이 철저하게 '여당'을 심판했다. 2006년 지방선거와 이어진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은 이후 당 내부에서 치열하게 다퉜다. '인물'을 중심으로 분화되기도 하고 '가치'를 중심으로 다시 뭉치기도 하면서 분당과 합당을 거듭했다. 당시 '지리멸렬하다' '봉숭아학당이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볼 때 쇄신과 혁신의 과정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때로 정치공학적으로 흐르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평가를 받으며 진짜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나가며 당을 리셋(reset) 했다. 이번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심판'이 일어났다. 야당은 12년전보다 더 처참하게 패배했다. 광역자
'라돈 침대'가 또 나왔다. 지난 11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법정 안전기준을 넘어선 대진침대 6종 제품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힌 것. 정부는 지난달 25일 발암물질인 라돈이 나오는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대진침대 매트리스 총 24종 중 21종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추가 시료를 확보해 조사해보니 나머지 3종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뿐 아니라 2010년 이전 단종된 모델 2종, 대진침대가 직접 팔지 않고 납품한 모델 1종도 안전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침대 수거도 지지부진하다. 대진침대에 지난 11일까지 약 6만3000건이 접수됐는데, 약 18%인 1만1381개만 수거됐다. 라돈 침대 문제가 처음 불거진 이후 40여일이 지나도록 정부가 한 일이라곤 고작 안전기준을 초과했으니 회수하겠다고 밝히고, 문제 제품에 대한 발표를 번복한 게 전부다.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회수해 간 침대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단계별 구체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정한' 게임으로 이기는 사람이 열심히 뛰어가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이길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아예 게임규칙을 정하는 사람은 고속철을 타는 사람이고, 심판까지 직접 고르는 사람은 제트기를 탄 사람이다. 경제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 MIT 교수가 저서 '불평등의 대가'에서 불공정 경쟁에 대해 한 말이다. 공정하게 경쟁하기보단 로비를 통해 규제를 유리하게 만들고 감독 당국마저 매수하는 현실에 대한 비유다. '뛰는 사람'과 '제트기를 탄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회사가 있다. 회계기준 위반 의혹으로 증권선물위원회에 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다. 2015년 지분 평가이익 급등과 거래소 코스피 상장규정 완화, 상장 이후 3배 넘게 몸집을 불린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간단하게 보면 쟁점은 두 가지다. '지금은' 관계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기준 변경과 가치평가의 적절성. '제트기를 탔다'고 주장하는 금융감독원 측은 자의적으로 규칙을 적용하고 심판(외부감사인)을 골랐다는 지적이다. '
“부정채용 의혹을 받지 않으려면 객관적인 점수가 나오는 필기시험을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면접 단계에서도 면접으로만 평가하면 불공정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필기시험 점수를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된다. 지금은 면접까지 올라오면 정량적 요건은 충족했다고 보고 백지 상태에서 인성이나 자세 등을 평가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경우 필기시험 점수가 낮은데 왜 합격시켰느냐고 의심을 살 수 있다.”(한 은행 인사 담당자)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은 은행들이 채용에 일제히 필기시험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따르면 필기시험은 ‘자율’이지만 공정성 강화를 위해 대부분의 은행이 ‘필수’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모범규준은 각 은행의 전략과 인재상에 따라 필기시험의 형식과 난이도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은행들은 모범규준으로 채용기준이 사실상 ‘획일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는 은행 채용도 공무원 시험처럼 필기시험 점수로 줄을 세운 뒤
"낮은 법인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진출 1년째를 맞은 한 국내 기업 임원은 현지 경영상황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현지 직원들의 우리사주 취득 시 소득세 절반을 감면해 주는 혜택을 받는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의 말대로 법인세가 12.5%로 한국의 절반 수준인 아일랜드는 전 세계에서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 손꼽힌다. 자국에서 지적재산권을 획득하면 12.5%를 6.25%로 또다시 절반 삭감해준다. 아일랜드가 연평균 7% 성장을 구가하며 '켈틱의 호랑이'(Celtic Tiger)로 불린 원동력이 여기 있다는 것이 현지 기업인들의 중론이었다. 애플과 인텔,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들었고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8만달러. 한국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하지만, 국민들 삶의 질은 이 같은 '숫자'만큼 화려해 보이지 않았다. 한 현지 교민은 "국민들 사이에서는 '장부상의 숫자'일 뿐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고 말했다. 애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일랜드
4차 산업혁명이 불러일으킬 ‘일의 미래’에 관한 각종 콘퍼런스는 비관과 탄식의 장이 되기 일쑤다. 노동계는 일자리가 줄어들까 봐 아우성이고, 경영계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될까 전전긍긍한다. 지난 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이상헌 ILO(국제노동기구) 고용정책국장은 자신이 목격한 ‘일의 미래’ 논의 중 유일하게 낙관적이었던 장면으로 북유럽 노동장관회의를 말했다. 각국 장관들은 어떤 변화가 와도 대응할 수 있는 무기로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를 꼽았다고 했다. 북유럽 국가들은 과거 ‘스웨덴식 복지국가모델의 종언’이 이야기될 때나 최근 북아프리카·중동계 난민들이 대거 유입돼 유럽 전체가 혼란에 빠질 때에 사회적 대화로 문제를 풀었고 이런 경험이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자신감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올 들어 사회적 대화를 복원해 문제를 풀어가려는 시도가 다시 시작됐다. 19년 만에 민주노총이 공식 참여한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사회적 대화의 형식과 주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신입 공무원 채용 시 진행되는 매독검사는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정부는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서에 ‘매독’ 항목을 명시하고 해당 질병에 대한 혈청검사를 의무화했다. 당시 의료서비스 수준과 성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을 반영한 것으로 민원인 등 타인에게 매독을 감염시킬 우려를 불식하고 원활한 공무수행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공무원임용시험령 14조에는 임용권자는 신체검사 합격기준에 미달하는 사람을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매독의 감염경로를 고려하면 유독 ‘매독’을 특정해 들여다보는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매독은 성관계나 혈액 교환 등으로 인해 제한적으로 감염되는 질병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간혹 민원창구에서 발생하는 단순 신체접촉이나 화장실 등 동일한 공간 사용만으로 매독은 전파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릇된 구설수의 피해자가 될 우려도 제기된다.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서에는 현재 매독 감염 여부는 물론 ‘유효적절한 치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