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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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총리님 아니세요?" 지난해 12월 말, 서울 이촌동의 작은 식당에서 당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우연히 마주쳤다. 불과 이틀 전 더불어민주당이 그를 탄핵소추했다는 기사를 썼던 터라 나도 모르게 아는 척을 했다. 제주항공 참사가 막 발생한 직후였다. 직무정지가 되지 않았다면 무안 현장에 갔을 그는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도 관련 기사를 읽느라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급기야 일행으로부터 "그만 좀 보고 식사하라"고 소리를 듣고야 수저를 들었다. 50여년 공직생활에 예기치 못한 쉼표가 찍혔지만 여전히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누리지 못하는 그였다. 이후 한 전 총리는 탄핵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했고, 다시 사퇴한 뒤 지금은 대통령 후보가 됐다. 여러모로 한 전 총리는 여느 대통령 후보들과 많이 다르다. 출마 선언엔 개헌과 통상문제를 3년 내 해결하고 권력을 내려놓겠단 약속이 담겼다. 자신을 딛고 가라는 메시지가 강조됐다.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시민단체에 가로막히자
의정갈등 이후 소아청소년과는 그야말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학병원이 무너진 상황에 이례적으로 인플루엔자(독감)·백일해·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등 호흡기 감염병이 연속 유행하며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과중한 업무에도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준 '동네 의사'들 덕분에 아이들의 건강과 웃음도 지킬 수 있었다. 소아청소년과는 기피과가 된 지 오래다. 의사치고 연봉도 높지 않은 편인데다 까다로운 부모의 요구를 일일이 맞춰주지 않으면 소위 '찍히기' 십상이어서다. 저출산의 직격탄을 피하기도 어려운 진료과다. 그러나, 필수의료의 위기에도 소아청소년과는 오히려 희생하고 각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도 의정부의 튼튼어린이병원은 최용재 병원장이 사비 약 20억원을 투자해 최근 소아중환자실을 구축했다. 52개 병상을 갖춘 이 병원이 3개 병상을 중환자실로 뺀 것 자체가 적자를 감수한 선택이다. 일반 환자를 그만큼 못 받는 데다 병상을 비운 채로 '상시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산하
한국벤처투자가 이대희 전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조정실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1년6개월여 동안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 한국벤처투자의 대표직이 채워짐에 따라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에선 신임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지금 한국벤처투자는 10조원 규모 모태펀드의 미래를 결정하고, 기관 안팎의 불신을 씻어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모태펀드의 중장기 운용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현행 벤처기업특별법에 따르면 모태펀드는 2035년까지만 존속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일반적으로 모태펀드의 출자를 통해 조성되는 자펀드는 만기가 8년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2028년 이후부터는 사실상 새로운 출자가 어려워진다. 자펀드의 만기 이전에 모태펀드가 청산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국회 등을 중심으로 모태펀드의 역할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표의 부재, 비상계엄, 탄핵 등 정치적 변수들로 인해 관련 논의는 본격화하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 우선순위요? 중국이나 러시아, 핵확산도 아닌 기후변화였습니다. 트럼프는 명확합니다. 중국입니다." 미국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지난달 3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2기의 안보정책 우선순위를 이같이 밝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유약하다고 비판하던 그가 유일하게 평가한 성과가 '한미일 협력 강화'였다. 윤석열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연대하는 외교·안보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복원이 이뤄졌다. 오랜 숙제였던 한미일 협력관계를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한미일의 결속은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이란 반작용을 불러왔다. '모든 작용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존재한다'(뉴턴의 제3법칙)는 이치는 외교에도 작동한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문 직역단체는 물론 공공기관들까지 스타트업의 사업에 맞대응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결과적으로 혁신의 싹을 자르게 되는 것 아닌지 우려가 커진다. 종합소득세(종소세) 환급 신청 서비스를 주도해 온 '삼쩜삼' 등 민간 플랫폼에 맞서 한국세무사회가 '국민의 세무사' 앱을 출시했고, 국세청도 '원클릭' 서비스를 내놨다. 변호사 연결 플랫폼 '로톡'에 대해선 대한변호사협회가 '나의변호사'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직방' 등 민간의 부동산 정보 플랫폼에 맞서 '한방'을 출시한 바 있다. 또 보훈복지의료공단의 요양가족용 정보공유앱 '보훈 톡톡', 금융감독원의 금융사 등록주소 자동 변경 '금융 주소 한 번에' 등도 있다. 모두 스타트업들이 먼저 사업화를 시작한 서비스다. 공공 성격의 단체나 기관이 국민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타당하다. 이용자인 국
'의료관광 외국인' 100만명대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가 117만467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명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93% 급증한 수치다. 배경은 피부미용이다. 2023년 전체 환자의 35.2%가 피부과에서 진료했는데, 지난해에는 절반 이상인 56.6%가 피부과로 갔다. 피부과 방문 외국인 환자 수만 70만5044명에 이른다. 11.4%인 14만1845명은 성형외과에서 진료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보톡스, 레이저 등의 미용 시술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피부미용 수요가 크게 확대된 것이다. 문제는 이 현상이 의사들의 피부미용 진료 쏠림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의사들이 피부미용 등 비급여 진료가 많은 인기학과로 쏠리고 상대적으로 필수 진료과목은 기피하면서 필수의료가 붕괴됐다는 지적이 나온 터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피부미용으로 진료과목을 바꾸겠다고 한 사례도 있다. 이에 의료계 안팎에선 의사들만 가능하게 한 피
카리브해 외딴 섬에 최소 11조9000억원 짜리 우편함이 있다. MBK파트너스 6호 펀드가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신고서에 나온 법적 소재지가 영국령 케이맨제도에 있는 '우글랜드하우스 사서함 309번'이다. 이 펀드는 지난해 12월 50억달러(한화 7조2000억원)를 모았고 다음달 70억달러 목표 달성을 위해 막바지 모집에 나섰다. 지난해 4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한앤컴퍼니 4호 펀드도 사서함 끝자리까지 똑같은 주소로 SEC에 신고했다. 두 펀드가 비좁은 우편함을 공유하는 이유는 이곳이 현지 페이퍼컴퍼니 등록을 대행하는 로펌 메이플스그룹이 쓰는 사서함 번호이기 때문이다. 우글랜드하우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대선 유세과정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 또는 세계 최대의 세금 사기"라고 비판했던 5층 높이 건물이다. 1만2000개에 달하는 미국 기업이 우글랜드하우스를 법적 주소라고 등록하다보니 탈세 온상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케이맨제도는 조세회피
#1. "21대 대선 주자 중에 유일하게 여성 정책 공약을 발표하신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를 모셨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모두의 성평등, 다시 만난 세계' 간담회에서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이 한 말이다. 김 소장은 "보수 정당은 자신들이 만든 젠더 갈등 프레임으로 여성들을 일찍이 지워버렸고, 진보 정당도 프레임에 편승하며 여성의 존재와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2. 얼마 전 만난 한 의원은 "대선판이 마치 법정 같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해야 할 때임에도 지난날의 책임을 묻기에 바쁜 정치권을 돌려 비판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두고 내분을 벌이며 이재명 민주당 예비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공격한다. 민주당에선 "저열한 후보를 낸다는 것 자체가 국민 모독"(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내란몸통정당 국민의힘은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전현희 최고위원)고 맞선다. 여
연초부터 이어진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에 국산 바이오기업의 연간 기술수출 규모가 4년만에 10조원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바이오산업의 밝은 면이다. 하지만 올 들어서만 10개 이상의 특례상장 바이오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받는 등 그림자도 짙다. 상장 바이오 기업의 관리종목 지정은 새삼 놀랍지 않은 소식이다. 신약 개발을 위해선 막대한 비용과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임상 시작부터 상업화에 도달하는 확률은 20%를 넘지 않는다. 마땅한 매출 없는 신약 개발사 10곳 중 2곳 정도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신약을 통한 환자 고통 경감을 감안하면 신약 개발사들의 도전은 높이살 만 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조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벤처 중심의 신약개발사 대부분은 개발 자금을 상장으로 조달한다. 문제는 상장으로 한껏 높아진 시장 관심과 기대를 성장 동력이 아닌 최종 목적지로 삼는 '상장을 위한 상장'이다. 상장 자체가 목적이다 보니 의무보유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마약 가격이 체감상 10년 전 10분의 1 수준입니다. 담배 한 갑 살 돈이면 마약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이라니까요." 얼마 전 만난 한 검사의 말이다. 일을 하다 보면 평범한 학생이나 가정주부가 마약을 투약하다 적발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이대로는 안 된다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도 했다. 텔레그램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유행하면서 마약 수요가 폭증했다. 구하긴 쉽고 걸릴 위험은 적어서다. 돈이 되니 공급이 더 늘 수밖에 없다. 공급 과잉은 가격 경쟁과 하락을 불러온다. 마약이 더 싸지면 수요가 또 늘 것이다. 악순환이다. 법조계에서는 2021년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 같은 악순환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말이 나온다. 마약 범죄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음지로 숨어드는데 수사를 하려 해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2021년 1월부터 검찰은 500만원 이상의 마약 수출입 등의 범죄만 직접수사할 수 있게 됐다. 이듬해 9월
지난달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아카데미 과학자 1900명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미국 최상위 과학자로 꼽히는 이들은 "지금 이 순간 진정한 위험을 보고 있다"며 "독립적인 과학적 탐구를 보호하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흔히 '과학'이라는 세계는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사회와 괴리된 시공간처럼 여긴다. 하지만 이들 과학자가 이름을 걸고 일어난 것은 R&D(연구·개발)예산 대폭 감축으로 연구가 중단되고 과학자 수천 명이 자리를 잃을 것이란 현실적 문제 때문이다. 트럼프행정부는 미국 주요 대학을 상대로 '학칙검열'에도 나섰다. 뜻을 거스를 경우 정부 지원금을 전면중단하겠다고 선포했다. 극한 상황처럼 보이지만 이는 '정부의 돈'으로 먹고산다는 개념이 일반적인 집단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우리 과학계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2023년 R&D예산 삭감의 여파는 지금도 이어진다. 미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과학계에선 이 같은
"솔직히 이슈 선점하려고 내는 거죠, 뭐. 패션처럼 항상 유행하는 IT(정보기술) 키워드가 있잖아요. 지금은 그게 AI(인공지능)니까. " 최근 과학기술 분야 정치인과 만나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AI 산업을 키우겠다며 수백조원대 투자를 공약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AI의 복잡한 기반 기술은 몰라도 다들 챗GPT(Chat GPT)를 이용해 지브리 애니메이션풍으로 프로필 사진 한 번쯤은 만들어봤을 것이니, AI 분야에 대한 거액의 국가 지원 공약을 만드는 게 그리 어려웠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AI 관련 대선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기대감에 부응해 표심을 얻으려는 것일 뿐 내실은 부족한 공약이란 지적들이 나온다. 이름을 가리면 누구의 공약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천편일률적인데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겠다면서 정작 자금은 어디서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