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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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쯤 기자는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취재차 찾은 적이 있다. 원·부자재가 가득했어야 할 화물칸이 텅 빈 채 출입국 사무소 앞에 늘어선 수백 대의 트럭과 자동차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평소대로라면 닷새간의 설 연휴를 끝내고 일터를 향하는 활기찬 모습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날 아침 풍경은 그렇지 못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장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근심이 가득했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로켓(미사일) 발사 도발이 계속되자 2월10일 개성공단 폐쇄를 전격 결정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엑소더스' 유효일은 11일 불과 하루였다. 당시 사장들은 미신고 물품을 반출할 때 무는 벌금(50달러)을 감수하고라도 가능한 많은 짐을 싣고 남측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정부는 개성공단 철수에 쓸 수 있는 자동차를 회사당 한 대로 제한했다.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개성공단을 향하는 길은 혹한의 날씨마냥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개성공단 폐
‘글로벌 매출 3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조사 전문업체 앱애니가 발표한 지난해 한국 구글 플레이 성적이다. 구글 플레이는 구글의 모바일 앱마켓 이름. 구글이 지난해 한국 앱마켓에서 올린 매출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많았다는 뜻이다. 구글은 플레이에 등록된 앱 매출(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한국의 모바일 앱 시장이 다른 국가 대비 활성화됐다는 얘기인 동시에 구글이 한국에서 많은 수익을 가져간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성적표를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해 지도 반출 요청 과정에서 터져 나온 세금 회피 의혹과 한국 시장에 대한 미흡한 투자가 함께 떠오르기 때문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기업의 의무인 세금을 회피하고 투자에도 인색해 눈총을 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구글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세금으로 납부하는 액수는 사실상 ‘제로 퍼센트’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구글은 주요 매출을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
얼마 전 수면 중에 호흡이 멎어 잠이 깨는 경험을 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면서 '사람이 자다가 죽는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언젠가부터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아 수면무호흡증 자가진단을 해봤다. 11개 항목 중 3개 이상에 해당하면 수면무호흡증 가능성이 높고, 8개 이상에 해당하면 중증 이상이라는데 기자의 경우 7개 항목이 해당됐다. 가까스로 중증은 비켜갔지만 자기 전에 녹음기를 켜두고 잠을 자봤다. 잠자는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해보니 듣기 거북한 코골이가 5분만에 시작됐다. 이어 빈번하게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봐도 수면무호흡증 환자로 볼 만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게 아니어서 수면무호흡증 환자인지 아닌지 판별하려면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했다. 우선 비용이 궁금했다. 직접 검사를 해본 지인들은 검사에만 80만~100만원이 든다고 했다. 모두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다. 문제는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받아야 양압
“앞으로 우리은행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인물을 행장으로 뽑을 겁니다. 다른 요인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은행 행장을 선임하는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한 위원의 말이다. 임추위는 이번주 민영화 후 첫 우리은행장을 뽑는다. 임추위원들은 23일과 25일로 예정된 두 차례의 면접에서 자신들을 설득한 후보를 공정하게 뽑는다는 계획이다. 이 임추위원은 “임추위가 우리은행에 대해 공부할수록 은행에 어떤 게 중요한지 명확해진다”며 “출신이 상업은행이든 한일은행이든 중요하지 않고 현직 프리미엄도 없다”고 했다. 우리은행이 민영화된 후 첫 행장 선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그간 정부 산하 기관이 대주주였던 탓에 행장은 물론 임원 인사에도 공공연하게 정권의 영향을 받아 온 우리은행이다. 심지어 행장 후보에 나선 한 인사조차도 이 같은 공개적인 행장 선임 절차가 낯설다고 말할 정도다.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지분을 과점주주들에게 매각한 뒤에도, 행장 선임이 투명하게 치러질 수
기획재정부 최상목 1차관과 송언석 2차관은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다. 두 사람은 행정고시 29회로 옛 재무부에서 나란히 관료생활을 시작했다. 관료로서 걸어온 길은 기재부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통합돼 설립된 재정경제원은 1998년 재정경제부로 개편된다. 1999년에는 기획예산처가 신설된다. 최 차관은 재정경제부의 요직을 거쳤다. 송 차관은 기획예산처에서 재정 전문가로 거듭 났다. ‘따로 또 같이’를 연상시키는 두 사람은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돼 기획재정부가 되면서 한지붕 아래 모였다. 두 사람은 세종시대가 열리면서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서 같이 살았다. 동거 생활은 2015년 10월 송 차관이 기재부 2차관으로 승진하면서 끝났다. 송 차관이 먼저 방을 뺐다. 최 차관은 3개월 후 기재부 1차관이 됐다. 기재부를 대표하는 두 관료의 인연은 이렇게 길고 깊다.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기재부 조직개편안을 보면서 두 사람이 가장 먼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 출시나 신년 간담회 등 중요한 행사를 주로 서울 도심 일대에서 연다. 아무래도 취재하는 언론사들이 밀집돼 있고 교통이 편해서다. 지난 18일에도 광화문 근처 두 곳의 호텔에서 국산차(르노삼성)와 일본차(혼다)의 행사가 열렸다. 같은 날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천 남구에서도 낯선 중국 승용차 브랜드의 신차 발표회가 동시에 예정됐다. 1999만원 중형 SUV로 화제를 모은 북기은상 '켄보 600'이다. 회사 규모 등 뉴스 가치로 보나 먼 이동 소요시간·거리를 볼 때 일반적인 경우라면 썰렁한 자리였을 법하다. 그러나 이 행사에는 60~70개의 매체가 달려가 북새통을 이뤘다. 단순히 이 개별 '신차'의 제원이나 성능에 이목이 쏠린 게 아니다. 중국 승용차의 첫 국내 진출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 전자·IT·조선업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을 방심하다가 큰 역풍을 맞았던 '트라우마'가 있어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지 모른다. 아직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국내 수제 버거 브랜드 크라제버거는 회생의 기회가 있었다. 법정관리 중 회생인가전 M&A(인수합병) 혹은 영업양수를 원한 기업이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기회를 인정하지 않았다. 회생 기회를 놓친 크라제버거는 회사 설립 18년 만에 법인 청산을 진행 중이다. 현재 상거래채권단이 영업권과 상표권 등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수제 버거 브랜드 쉑쉑버거가 국내에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시점과 겹쳐 아쉬움을 남긴다. 크라제버거는 판사 때문에 회생의 기회를 놓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크라제버거 공개매각을 위해 예비입찰을 실시했고 3곳의 후보가 참여했다. 후보 중 국내 식품기업 한 곳은 실제로 큰 관심을 나타냈다. 당시 크라제버거가 미국에서 3000만 달러 규모의 소송을 당한 상황이라 예비입찰 후보들은 소송 결과를 지켜보자며 본입찰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크라제버거 자산 규모는 40억~50억원 수준이다. 어떤 후보가
우리는 자영업자 대출을 소호대출로 따로 구분하지 않고 소상공인 대출로 취급한다. 은행별로 기준이 달라 소호대출로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알아보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묻자 돌아온 시중은행 한 여신담당자의 대답이다.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하면서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고 커지고 있지만 금융회사별로 자영업자 대출을 부르는 명칭이 다르고 대출 성격별로 나누는 기준이 모호해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 중 월 매출이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세자영업자(21.2%)가 문제다. 자영업자가 사업을 목적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시설자금 대출을 받은 뒤 자금사용 증빙이 필요하지만 2~3억원의 소액 운전자금 대출은 증빙이 까다롭지 않다. 이에따라 영세 자영업자들은 운전자금 대출을 받아 생계비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운전자금 대출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실상 개인대출이지만 기업대출로 잡히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국민들 눈에 박근혜 대통령은 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다. 누구든 그보다는 나을 것이란 자조가 깔려있다. 이럴 때에 ‘문재인은 안 된다’는 주장이 먹히겠나.”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새누리당 인사의 말이다. 이번 대선은 결국 ‘정권 교체 여부’라는 분석도 곁들였다. 야권도 아닌 여당 인사 입장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나온 게 놀랍다. 이 인사 입장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게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반문(반 문재인)’만 외치는 정치권을 보면 속이 더 타들어간다고 목청을 높인다. 촛불 민심과 대선 여론을 제대로 못한 채 진영 논리만 내세울 뿐 변한 게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20년 가까이 정치권에 머문 한 전략가는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냐’는 질문에 “문재인 전 대표가 될 확률이 70%”라고 단언했다. 그의 정치 성향도 친문(친 문재인)이 아니다. 문 전 대표와 친분도 없다. 그는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누가 할지 본다. 국가 대개혁을 누가 제일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가 열렸다. 수천명의 신참 경제학 박사들이 모이는 이 행사는 거대한 채용시장의 성격도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의 금융기관을 비롯해 세계의 주요대학과 연구소가 그해 배출되는 박사들을 뽑는 장이기 때문이다. 국내 국책연구원장들도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이곳으로 총출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당선 이후 미국 내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유학생 박사들은 어느 때보다 국책연구원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 국책연구원장은 “연구원에는 예년보다 많은 27명이 사전 인터뷰 신청을 했는데 다른 연구원들도 비슷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선발된 인원은 단 1명. 문제는 이처럼 유학생 박사들이 국내서 일자리를 찾는 조짐이 나타났지만 국내 노동시장 상황은 엄혹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트럼프대통령 당선자가 경기를 진작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실제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4.7
계란은 대표적인 미끼상품이었다. "서비스요." 주인이 무심한 듯 툭 놓고 가는 계란프라이 하나에 반해 백반집 단골손님이 되기도 하고 대형마트 전단지에 세일품목으로 등장하면 마트를 한 번 더 찾아가기도 했다. 이처럼 대표 서민식품이던 계란이 지난해 말부터 귀한 음식이 됐다. 한 달새 2배 뛴 가격은 물론 계란 30개들이 한 판 재고조차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그 많던 계란이 어디로 갔을까. 계란 대란의 1차적 원인으로는 AI(조류인플루엔자)가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전국적으로 살처분된 가금류 수는 3170만마리로 이중 산란계(알 낳는 닭) 2300만마리도 포함됐다. 전국 산란계 3마리 중 한 마리가 도살되면서 실제 공급량이 감소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산란계 살처분으로 공급량은 30% 줄었는데 가격이 2배 뛰었기 때문이다. 산지가격이 오르는 속도보다 소비자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특히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이 85%
이름이나 제품명 앞에 ‘국민’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폭넓은 인지도와 전 국민적인 신뢰를 쌓아야만 가능하다. 카카오의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대부분이 쓰는 국민 메신저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성공을 바탕으로 포털 다음을 품에 안고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수많은 창업가들의 롤 모델이기도 하다. 그러나 카카오의 최근 행보는 국민 메신저 위상과 어울리진 않아 보인다. 지난 1일 새벽 카카오톡은 사용자들의 신년 인사 메시지가 폭증하면서 40분간 불통 사태를 겪었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당일 트래픽 과부하로 2시간 넘게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지 불과 3달 만에 재발한 문제다. 당시 카카오는 갑작스런 메시지 폭증에 대비해 서버용량을 늘리는 등 보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조치가 이뤄졌으나 연말연시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했다. 카카오는 두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