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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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 유통업체들은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내수 시장은 초토화 상태다. 장기불황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 덕에 호황을 누리던 면세점조차 12년 만에 매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서울은 물론 메르스 청정지역인 제주마저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예약취소가 이어지며 지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여행 성수기인 7~8월 예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올해 중국인 관광객 대상 마케팅은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직원 중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한 제조업체의 공장가동이 중단되거나 업장이 폐쇄되는 사례가 발생할 정도로 메르스는 국가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조기에 진화하지 못하면서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이미지도 크게 훼손됐다. 이미 미국, 러시아 등은 한국여행 주의보를 내렸고 중국은 한국을 거쳐 입국한 여행자에 대해 발열 검사를 진행하는 등 검역을
시행령 수정변경 요구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에 이송되기도 전에 '요청권'으로 수정되는 '굴욕'을 맛봤다. 국회의원 211명이 찬성 의결한 법안은 대통령의 손에 의해 거부당할 처지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우리 국회의 현주소다.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이라면 자존심이 상하고 자조감이 들 상황이다. 그런데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선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의 발언은 국회의원의 '정체성' 상실을 넘어 국회 스스로를 비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회가 지금도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못하고 있는데 시행령 등 행정입법까지 일일이 수정하겠다고 나서면 국정이 마비될 것"-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 "야당이 입맛에 맞게 모든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 요구하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겠다는 것"-이장우 새누리당 의원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이정현 최고위원은 '기권'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실수'를 이유로 국회사무처에 요청해 '반대'로 표결 결과를 수정했다. 이장우의원은 처음부터 '찬
"한국이 왜 '해외투기자본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얻어야 하는 겁니까. 최소한의 방어 장치가 필요합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어쏘시어츠LP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기를 들며 공세를 이어나가는 데 대한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탄식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게 바로 '포이즌필'(Poison Pill)이다. 적대적 매수자가 등장할 경우 그를 제외한 모든 주주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얻을 수 있는 제도다. 적대적 매수자에게 마치 '독약'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뜻에서 인상적인 이름이 붙여졌다. 포이즌필은 미국이나 일본·프랑스 등 다수의 선진국에서 오래전부터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다. 당초 1990년대 후반 IMF 이후 자본시장이 본격 개방되면서 포이즌필의 필요성이 일부에서 제기됐지만 소수의견에 그쳤다. 기본적으로 '재벌'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결국 소수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가진 대기업 오너들의 특혜로 돌아가지 않겠냐는 게
때 아닌 중동발 바이러스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불어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에 국민 개개인의 일상생활을 파고드는 불안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불안한 마음을 서로 보듬어주기도 바쁜 이때 불안심리를 자극해 이득을 얻으려는 공포 마케팅까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메르스 바이러스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최신 기술로 메르스 바이러스를 99% 잡는 XX이동식 소독기", "저희 ○○○를 드시면 면역력이 400% 강화돼 메르스로부터 가족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공기청정기, 자외선 살균기부터 마스크, 건강기능식품까지 메르스 공포를 빌린 광고 문구들이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다. 급기야 메르스를 단번에 잡는다는 메르스 주사, 보약까지 등장했다. 정부가 메르스를 악용하는 마케팅 피해주의보를 발령하고 단속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을 볼모로 한몫 챙겨보겠다는 악덕 상술은 좀체 꺾일 기미가 없다. 불경기에 메르스까
국내 연기금·공제회 CIO(최고투자책임자)들이 때아닌 휴가철을 맞았다. 예상치 못한 일정 취소가 잇따르면서다. 지난주 만난 한 연기금 CIO는 "찾아오기로 했던 해외 손님이 연락도 없이 미팅을 펑크냈다"고 했다. 허탈감과 당혹스러움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연기금 CIO는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시간을 초단위, 분단위로 쪼개 쓰는 자리다. 수십조, 수백조원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하루에도 수십명을 만난다. 바쁜 때는 강연장 같은 곳에서 불특정 다수로 만나는 이들을 제하고 직접 만나는 사람만으로 하루 세자릿수를 채울 때도 있다. 시간이 곧 돈인 이들이 느닷없는 휴가를 맞게 된 것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이다. 나라가 망하는 줄 알았던 1998년 외환위기 때나 글로벌 시장이 요동쳤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쉬지 않았던 투자세계의 지휘관들이 메르스라는 복병을 만나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홍콩·중국에 거점을 둔 인사들의 방문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인접국이기도 하지만 중국 출장
‘메르스 병원 및 환자 리스트입니다.’ ‘메르스 빨리 확인해주세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4차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메르스 공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화제 거리를 악용하는 ‘스미싱’ 역시 메르스를 놓치지 않고 써먹었다. 공포, 호기심을 부르는 메시지를 담아 사용자가 악성 코드를 내려받도록 유도하는 전형적인 수법. 공교롭게도 ‘메르스 스미싱’ 등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책이 메르스 대응법과 닮아 더욱 눈길이 간다. 지난 13일 한국-WHO(세계보건기구) 합동평가단은 한국 정부의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와 관련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가 제일 중요했는데 이 부분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정보 공개가 위기 대응의 첫 단추라는 의미다. 사이버 공격도 마찬가지다. 공동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에 그 공유 네트워크가 여전히 탄탄하지 않다는 점. 세계 금융 보안전문가는 국내 금융권 보안 취약점에 대해 “해커의 공격에 대해 공동 대응하는 금융
지난 10일 금융위원회가 중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승인했다. 중국 자본이 국내 금융사를 인수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작지 않은 의미를 던졌다. 특히 일부에서 상호주의 논란이 제기됐다. 중국 금융당국은 한국 자본의 중국 금융사 경영권 인수를 불허하는데, 우리만 중국자본에 빗장을 열어줬다는 비판이다. 이는 어느 정도 타당한 지적이다. 실제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은 중국에 진출한지 10년이 됐지만 한번도 지분율 50%를 넘어선 적이 없다. 확실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보니, 10년 진출 역사에 비해 성과는 초라하다. 합작법인에 대한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올해 25%로 도리어 쪼그라들었다. 지난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등과 함께 중국 권력서열 3위 장더장(張德江)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보험 등 금융사업 확대" 논의가 나왔지만, 보험업계는 단기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안방보험이 던지는 대내적
"2000만 원 이상을 고스란히 손해 보게 생겼는데 어디다 하소연도 못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하기로 했던 중소기업 A사의 대표가 기자를 만나 털어놓은 말이다. 사연은 이렇다. 박 대통령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대응을 위해 14일 출발 예정이던 방미 일정을 4일 앞두고 전격 연기했다. 순방 연기가 결정된 직후 열린 청와대 회의에서는 예정됐던 경제사절단 행사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박 대통령의 이번 미국 순방에는 100곳 이상의 대·중소기업 및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동행할 계획이었다. 청와대는 회의 결과, 예정된 행사 진행 여부를 해당 기업 및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는 결론을 내놨다. 이른바 '알아서 하라'는 지침이었다. 하지만 A사는 미국 일정이 '타의'에 의해 취소됐다. 함께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던 대기업 및 기관이 순방이 취소가 아닌 연기된 만큼 행사도 연기하자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의 의견수렴은 전
"(감사)보수는 2배 이상 올랐는데 그만큼 감사의 질이 좋아질지는 모르겠네요." 올해 지정감사를 받게된 한 상장법인 회계팀장의 말이다. 지정감사제가 확대 시행되면서 회계업계와 상장법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동종업계 평균 부채비율 대비 1.5배 초과 △부채비율 200% 초과 △이자보상배율 1 미만 등의 요건에 모두 해당하는 상장사에 대해서는 외부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하고 있다. 재무상태가 나쁜 상장사들은 당국이 직접 외부감사인을 지정해 감사를 제대로 받게 하겠다는 취지다. 외부감사인으로 지정된 회계법인들은 기업에 높은 감사보수를 요구하는게 일반적이다. 선택권이 없는 기업으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지정감사를 받는 주요 대기업들의 감사보수는 대폭 상승했다. 회계업계에서 짠물 감사보수로 유명한 대한항공은 감사보수가 지난해 3억8600만원에서 올해 9억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한진해운은 전년 대비 60% 오른 4억950
"사업주가 퇴직금을 줄 때까지 기다려 봐라." "사업주를 찾을 수 없어서 사건을 종결했으니 민사로 해결해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민원을 제기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주로 제시한 해결책들이다. 근로감독관이 이처럼 아르바이트 관련 민원을 빨리 종결시키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체불금액이 대체로 크지 않고, 맡아 처리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국내 근로감독관수는 노동자 1만5272명 당 1명으로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감독관 실무인력 1인이 관할해야 할 사업장의 평균 개수는 2014년 6월 기준 1736개에 달한다. 근로감독관 자리가 고용노동부내 기피보직으로 꼽히는 이유다. 일은 많고, 인기는 없다보니 근로감독관들 역시 일에 보람을 느낄 리 만무하다. 최저임금법 28조는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상이 이렇다보니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지난해 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도대체 뭐가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정부 발표를 믿어야 할지 아니면 찌라시를 믿어야 할지도 판단이 안 선다. 기자니까 내용을 좀 더 잘 알 것 같은데 어떤 게 맞는 말인지 알려 달라." 최근 취재를 위해 만나는 취재원들이 기자에게 꼭 한 번씩은 하는 질문이다. 지인들은 스마트폰 메신저 등으로 일명 '찌라시' 내용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들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하고 자신의 추측이 맞을지 묻기도 한다. 이들은 대중에 공개되지 않고 기자들에게만 알려주는 정보나 정확한 의학정보를 비롯해 취재 뒷얘기 등을 기대하면서 내심 불안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한 취재원은 "무엇보다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찌라시를 믿을 수도 없지 않느냐"며 "도대체 어떤 정보를 신뢰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대답을 하기 위해 기자가 정부 발표를 인용하기라도 하면 "믿을 수 있냐"는 질문이 돌아온다. 정부는 메르스 초기 전염성이 낮아
"딱지(분양권)가 1500만~2000만원인데 쩐주(투자자)에게 넘겨 그냥 수수료만 받을지, 직접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거래할지 고민이다. 지난번에 직접 거래하려다 실패해 손해를 본 경우가 있어 조심스럽다." 아파트 모델하우스 현장에 가면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과 함께 활동하는 속칭 '찍새'를 만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찍새'는 분양권을 팔려는 당첨자나 중개업자 등으로부터 분양권을 확보해 자금력을 가진 투자자에게 넘기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의 수수료(소개비)를 챙긴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없이 불법영업을 한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단속 한 번 받지 않는다. 일부 자금을 보유한 '찍새'들은 투자자에게 분양권을 넘기지 않고 직접 매수해 본인이 차익을 노리기도 한다. 자금이 여의치 않을 때는 찍새들끼리 돈을 모아 지분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이 한 차례로 끝나지 않고 반복되기도 한다. 손바뀜이 이뤄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