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적자설 흘리며 관리감독 책임기관인 산업은행 '발빼기' 빈축

요즘 유행하는 '유체이탈 화법'의 핵심은 '책임 회피'다. 주체를 불명확하게 만들어 문제의 원인이 자신과 동떨어져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요지다.
최근 대규모 적자설이 불거지는대우조선해양(134,900원 ▲500 +0.37%)을 두고 산업은행의 유체이탈 화법이 눈길을 끈다. 이달 중순부터 언론을 통해 소문이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적자 추정액은 날마다 1조원씩 불어났다. 정부당국과 산업은행을 출처로 작성된 보도들은 이구동성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손실 은폐' '채권단 실사 및 구조조정 방침'을 전했다.
산업은행의 적자설 흘리기 및 '고강도 감리' 시사는 대우조선해양 경영 실패 원인을 자신들과 분리해보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은행 몰래 대우조선해양이 손실을 은폐하기란 불가능하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31.5%(6021만7183주)를 지닌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이다.
산업은행은 여러 면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전권을 좌지우지한다. 올해 초 지지부진하게 미뤄졌던 고재호 전 대표이사의 후임자 선정도 산업은행의 입김이 작용한 끝에 산업은행의 또 다른 자회사인 STX조선해양 CEO로 돌려막기하며 결론이 났다.
전임 김유훈, 김갑중 CFO에 이어 현 CFO인 김열중 부사장도 모두 산업은행에서 내려 보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이영제 산업은행 기업금융4실장이 맡고 있다.
고재호 전 사장은 자신의 연임 이슈 때문에 손실을 은폐했다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참담한 심경을 주변인들에게 전한다.
그는 "산은 출신 CFO가 곳간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상황에서 회계 누락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남상태 전 사장 역시 비슷한 심경일 것이다. 산업은행이 고재호·남상태 전 사장에 대한 민·형사상 고소를 검토한다니, 만약 법정에서 맞붙게 된다면 두 전임 CEO가 그간 산업은행의 관리감독 현실에 대해 증언할 듯하다.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7일부터 별도의 경영관리팀을 대우조선해양에 보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홍 회장이 경영실사 이전에 해결해야할 일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존 발생 적자가 자신에게까지 보고되지 않았던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그동안 관리감독을 맡았던 인사들과, 그 책임을 회피하려 대규모 적자설을 흘린 이들에게 대우조선해양 시가총액 1조원 증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