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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군)피해 지원과 가뭄 대책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적지않은 논란 끝에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18일 만이다.
한 달전 "추경을 포함한 재정보강대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최경환 부총리의 말 한마디만으로도 기싸움에 열을 올리던 여야 모습을 떠올려보면 의외의 '쾌속통과'가 싱겁기까지 하다. 논리가 아닌 목소리 크기만으로 싸우다 만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소위는 기획재정부 소관 추경안 심사에 들어갔다. 여야 찬반이 팽팽하던 세입경정 5조6000억원에 대한 첫 논의였기에 이목도 집중됐다.
하지만 이날 소위는 여당의원들이 해외일정과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위원장과 야당의원 3명 등 총 4명으로 시작했다. 추경안 신속통과를 외치던 여당이 정작 심사에 나몰라라 한 것.
야당의 도움으로 겨우 의결정족수만 채워 회의를 열게 된 여당소속 소위원장이 홀로 머쓱해진 상황이 됐다. 회의는 시작됐지만 '법인세 정상화'를 주장하던 야당 의원 한 명이 계속되는 기재부의 반대에 불만을 표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회의가 불성립됐고, 세부사업 한 번 들여다 볼 새도 없이 약 1시간만에 무기한 정회됐다.
같은날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예결위 정원은 50명이지만 이날 예결위 회의장에 앉아있던 의원들의 평균 숫자는 열 손가락을 겨우 넘길 정도였다. 자신의 질의시간에만 맞춰 회의장에 들어온 뒤, 할 말만 쏟아내고 다시 자리를 뜨는 의원들이 속출했다.
그 자리에 꼼짝 못하고 앉아 있어야 했던 국무위원들과 공무원들 역시 의원 못지 않게 바쁜 사람들이었다.
이후 예산안조정소위원 6명이서 이틀간 실시한 감액심사는 '보류', '추후논의'가 태반이었다. 본회의 날짜를 먼저 합의하고 예결위 심사를 그 안에 끝내려다보니 애매한 건 죄다 비공개협상으로 넘긴 것이다. 사실상 예결위원장과 여야간사 3명 그리고 원내지도부에게 다 미뤄버린 추경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11조8000억원 규모 추경안에서 다소 삭감된 11조5639억원 규모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5조6000억원이던 세입경정에서 2000억원을 줄였지만 어느 항목에서 어떤 논리로 삭감하게 됐는지는 일언반구 평가가 없다. 세출에서도 한참 계산기를 두드려 세부사업비를 늘리고 줄였으나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는 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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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안이 통과되자마자 여야는 다시 '법인세 정비'라는 부대의견 문구의 해석을 놓고 장외공방전에 들어갔다. 여야 모두 정작 치열한 논리대결을 펼쳐야 할 상임위 단계에서는 입을 닫고 회의장 밖으로 나가 목청만 높이고 있다.
오는 9월 국회는 내년도 본예산을 놓고 또 한번 전쟁을 치러야 한다. 여야 모두 정부가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는데 대해 불만을 늘어놓지만 목소리만 큰 국회는 우습게 보이기 십상이다. 국회가 가진 예산심의권이라도 제대로 행사하려면 어느 길목 하나 녹록지 않은 논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직접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