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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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피부는 왜 좋나요?" 한국식 화장 영상 댓글이나 해외 사이트에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질문이다. 외국인들은 깨끗하고 건강해 보이는 한국 여성들의 피부를 동경하고, 화장법까지 따라 하고 싶어 한다. 한국인처럼 매끄러운 피부를 만들어준다는 입소문을 탄 국내 뷰티 제품은 중국,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 K뷰티 신드롬을 일으킨 '조선미녀' 브랜드는 미국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지금은 국내 멀티브랜드숍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1년 전까진 그렇지 못했다. 온라인몰이나 포털에서 조선미녀를 검색하면 "해외에서 인기 있다는데 국내 브랜드가 맞느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이는 국내보다 해외 마케팅에 주력했다는 방증이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 뉴미디어의 발전은 중소·인디 브랜드의 탄생을 가속화시켰다. TV 광고를 하지 않아도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게 됐고, 그 자체로 판매 채널이 된 까닭이다.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국내 화장품 제조사들 덕분에 톡톡 튀는
값싼 전기요금은 국가 경쟁력의 토대였다. 24시간 꺼지지 않는 공장의 원동력이자 국민에겐 더할 수 없는 복지 혜택이다. 하지만 시장 논리밖에 있는 전기요금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래 세대에겐 당연히 짐이다. 200조원이 넘는 한국전력 부채의 위험성은 모두 안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의료 개혁, 연금개혁 등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거는 정부인데 정작 에너지 개혁, 전기요금 정상화는 애써 외면한다. 정부 내 엇박자도 감지된다. 전기요금 관련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국민 부담과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한다. 신중한 입장인 데 사실상 반대다. 윤석열 정부에서만 전기요금을 50% 인상했다는 설명은 더 올리기 힘들다는 항변이다. 사실상 파산 상태인 한전이 존재하는 것도 어찌보면 신기하다. 여름철 전력 대란에 대비하고 비바람에도 전력공급을 위해 애쓴다. 역대급 폭염 속 버텨낸 게 놀랍다. 문제 없이 굴
'한도와 금리', 은행 영업맨이 가진 무기다. 대출 상품에서 한도가 '양'이면 금리는 '가격'이다. 대출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한도(양)를 늘려주거나 금리(가격)를 낮춰 주면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면 대출을 줄일 수 있다. 최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별로 내놓는 방식이 비슷한 이유다. 유주택자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대출모집인 취급 중단 등 은행별로 큰 차이가 없다. 금리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올려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지고 있다. 이쯤에서 생각해볼 것은 상품의 '질', 즉 대출 상품 간의 차별점이다. 다른 상품과의 차별화는 장사꾼의 주요 세일 포인트다. 하지만 현재 대출 시장에서 은행 간, 혹은 대출 상품 간 차별점을 찾을 수 있을까. 모든 상품이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으니 문제의 해결책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 한도와 금리만을 놓고 경쟁하는 관행에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 환경이
10.6%. 국내 중견기업 중 스타트업과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이 있는 곳의 비율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국내 중견기업 32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전 세계 기업들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적극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 중견기업에 혁신의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중견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기업 5567개사의 R&D(연구개발) 투자금액은 9조4200억원으로 총 영업이익 58조원의 16.2%에 달한다.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의 비율도 25.4%로, 여기에 투입되는 금액만 6조4500억원이다. 다만 외부의 아이디어나 기술을 찾는데 소극적이다. 61.9%의 중견기업이 신사업 추진 방법으로 '자체 개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 간 협업은 19.2%, 인수합병은 6.7%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외부와 협업하는 게 자체 개발보다 좋은 성과를 내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각종 특별검사법안과 검사 탄핵소추 등 뜨거운 현안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스타일도 한몫한다. 야권이 검사 탄핵에 드라이브를 걸고 정 위원장이 힘을 보태면서 법사위는 국감 시작일을 불과 닷새 앞두고 '검사 탄핵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국감 준비는 사치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야당의 법안 강행처리는 일상이다. 의사일정부터 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 여야 간사간 협의를 통해 운영되는 상임위의 전통은 실종됐다. 민주당 간사실이 통보하면 끝이다. 형식적인 여야 간사방 간 교류조차 끊겼단 얘기가 나온다.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조사 청문회 일정도 야당 간사 측에서 9월23일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올려 10월2일 개최키로 '통보'했다. 국민의힘은 일정 자체에 동의하지 않지만 일정을 저지할 방법은 없다. 청문회 증인·참고인도 민주당 주장대로 채택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입니다."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다. 사기가 떨어진 군대는 첨단 전력을 무장해도 싸워 이길 수 없다는 취지다. 김 장관이 군인의 급여·수당 인상과 초급 간부들의 의식주 여건 개선 등을 강조하는 이유다. 올해 1호봉 하사의 기본급에 수당을 더하면 약 230만원이다.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200만원 안팎이다. 당직 수당은 평일 2만원, 휴일 4만원으로 일하는 시간에 견줘보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국가가 초급·중견간부의 열악한 처우부터 개선한 뒤 국가를 지켜달라고 해야 한다는 게 김 장관의 호소다. 나폴레옹도 "전쟁에서 사기와 정신력이 4분의 3을 차지하며 수적 요소는 단지 4분의 1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병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시스템 개선 만큼 개별 군인들의 기강해이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요즘 군대는 싸워서 이길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부대 내 사고 방지에 초점을 두는 '행정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투자계약증권 (관련 제도 마련)은 공백 없이 규제하기 위한 것이지 적극적으로 발행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려는 취지가 아니다." (2024년 9월4일, 국회 토큰증권(이하 ST) 토론회에서 금융위원회 담당자 발언) "최근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대부분이 조각투자 관련 건인데 규제회피, 투자자 보호 등을 피하기 위한 건이 많아서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2024년 6월, 금융위 전체회의 회의록) ST에 대한 우리 금융당국의 인식이다. ST 시장 개화를 앞두고 '공백 없는 규제'를 목표로 ST 관련 법제화를 진행했고, ST 사업자를 '규제 회피를 위해 제도를 악용하는 기업'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지난해 2월 ST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수백여개 ST 사업자가 금융샌드박스인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승인을 받은 건은 갤럭시아머
"전문의약품 자료는 의약전문지에만 배포가 가능하다고 법무팀에서 가이드라인을 줬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근래 제약업계의 관심사는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언제 국내에 출시되는가였다. 국내 비만인들도 위고비 출시를 고대했다. 이에 맞춰 기자들도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에 수차례 출시가 결정되면 알려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은 대중이 독자인 일간지 등에 위고비 출시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의사와 약사 등 전문가를 독자로 둔 의약전문지에만 다음달 위고비를 출시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일반 독자들은 위고비 출시 소식을 뒤늦게 접할 수밖에 없었다. 노보노디스크가 일간지에 위고비 소식을 알리지 않은 이유로 든 것은 약사법 규정이다. 약사법 제68조 6항은 △전문의약품 △전문의약품과 제형, 투여경로와 단위제형당 주성분의 함량이 같은 일반의약품 △원료의약품을 광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감염병 예방용 의약품과 의학·약학 전
"원금 3000만원으로 시작해 2억원 이상 수익을 봤지만 투자 원금만 출금해주더라고요. 수익금은 출금이 막혔습니다. 문제가 생겼다면서 제 계정을 사용정지하더라고요" 최근 한 제보자가 수상한 A가상자산거래소에 돈을 넣었다가 낭패를 봤다고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취재해 보니 A거래소는 국내 영업이 신고되지 않은 미신고 VASP(가상자산사업자)였다. 국내 VASP가 취급할 수 없는 선물(futures) 관련 메뉴를 한국어 홈페이지에 띄운 것을 보면 실체가 의심스러웠다. A거래소는 설립된지 10여년 된 거래소라며 무사고 운영을 강조하는 홍보를 온라인상에서 하고 있다. 그런데 제보자에겐 보안 사고가 발생해 수익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무사고란 선전은 어불성설이다. 이 제보자는 그나마 원금이라도 출금 가능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앞서 취재했던 불법업체 B거래소는 원금까지 출금을 막으면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현재는 해당 사건과 관련된 피고인이 형사 재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
"5년 전부터 '삼성의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터질 게 터진 겁니다." 이달 초 반도체 패키징(후공정) 전시회에서 만난 반도체학과 교수 5명은 삼성 반도체의 부진 요인으로 경직된 조직문화를 첫손에 꼽았다. 소통 부족과 상명하복 형태의 수직적 문화가 투자 시기를 늦추고 근로 의욕을 꺾어 근본적인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이대로라면 국내는 물론 인텔, TSMC 등 해외 경쟁사에게까지 인재를 뺏길 것이라는 쓴소리도 던졌다. 삼성 반도체는 '1등 직장'의 대명사였다. 높은 보상과 직책에 상관없는 자유로운 소통, 적극적인 협업 등 선진적 조직문화를 앞세워 최고 수준의 인재를 끌어모아 시장을 호령했다. 하지만 조직이 비대해지고 불필요한 부서가 난립하면서 관료화와 폐쇄적인 소통 체계 등의 문제로 직장을 떠나는 사람이 늘었다. 2022년 기준 삼성전자의 이직률은 12.9%로, 파운드리 최대 경쟁자인 TSMC(6.7%)의 2배에 가깝다. 전영현 부회장이 DS(반도체
"의료대란 우려를 낳는 의정갈등 해결이 절대적으로 우선입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1일 국회 본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꺼낸 말은 다소 뜻밖이었다. 그는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던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의 본회의 상정을 일주일간 보류하겠다고 했다. 여야 갈등 소지가 있는 다른 것들은 잠시 내려놓고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온 힘을 쏟아보자는 제안이었다. 정부·여당과 의료계를 향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여당과도 이야기가 된 건가." "민주당의 반발이 거셀텐데 어떻게 설득하실 건가." 우 의장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도 이야기했다"며 "의장으로서 국민의 가장 큰 걱정을 먼저 해소해나가도록 노력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당초 야당 요구대로 김 여사 특검법 등을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6일 정부·여당에서 202
"바이오벤처가 약(藥)이 아니라 병(病)으로 크는 게 문제죠." 올 여름 만난 바이오기업 전문 벤처캐피탈(VC) 관계자의 탄식이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국내 바이오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 듯해 좀 처럼 잊혀지질 않는다. 그가 탄식하는 도중에도 코로나 재유행 조짐에 관련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 중인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모두 팬데믹 기간 존재감과 주가를 급격히 키운 뒤, 성과 없이 급락을 이어오던 기업들이다. 정작 국산 첫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이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비슷한 뉴스에 테마주의 주가는 급등락한다. 벤처기업협회는 벤처기업을 '개인 또는 소수 창업인이 위험성은 크지만 성공할 경우 높은 기대수익이 예상되는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독자적인 기반 위에서 사업화하려는 신생 중소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 벤처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위험부담 만큼 큰 기대수익의 바이오 업종은 시장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