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어진 패딩, 위기의 K패션[기자수첩]

부풀어진 패딩, 위기의 K패션[기자수첩]

조한송 기자
2025.01.13 05:50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유통가의 화두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식재료값과 생활 소비재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도 부담없는 제품을 찾기 시작했고, 한 벌을 사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는 고가의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유통가는 가성비와 함께 프리미엄도 놓칠 수 없는 선택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여기에 다른 브랜드보다 더 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발굴하는게 중저가 브랜드 뿐만 아니라 이를 판매하는 유통업계의 생존 전략이 돼버렸다.

그런데 최근 중저가 패딩을 중심으로 번진 충전재 혼용 비율 허위 논란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겼다. 제품 안에 표기된 상품 정보가 실제와 다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격만 보고 제품을 구매해서는 안된다는 불신감이 퍼진 것이다. 정말 해당 충전재가 구스다운(거위 솜털)인지, 소재가 캐시미어인지 직접 눈으로 봐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으로 악화되는 모양새다. 결국 패딩을 산 소비자가 직접 국가 인증 기관에 문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정보가 잘못 기입된 제품을 판 브랜드들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생산 업체만을 믿고 제품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설명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제품 품질에 대한 책임 물론 브랜드 신뢰까지 생산 업체에 맡겼다는 변명인데 어불성설일 뿐이다. 일각에서는 오랜기간 패션업계에서 이어져 온 병폐가 터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소비자가 패딩 속 충전재 혼용률까지 알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원가 절감 차원에서 이같은 눈속임을 감행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류업계는 대부분 자체 공장을 두지 않고 생산 기반을 갖춘 업체에 제조를 위탁하고 있다. 중저가 인디 브랜드에서 촉발한 문제가 대기업 제조 브랜드까지 불똥이 튀면서 K패션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논란이 된 유통업체와 브랜드를 주축으로 사후 대응책 마련에 나선 점은 아쉽다. 갈수록 커지는 소비자의 불신이 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전세계 다운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공급이 줄면서 올해 패딩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얄팍해진 지갑에 '부풀어진 패딩'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더욱 냉랭해질 수밖에 없다. 의류업체와 유통 플랫폼 모두 위기를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해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된다. 달라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진심어린 사과와 특단의 조치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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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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