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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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벌백계, 패가망신' 검찰총장 최초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이원석 검찰총장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언급한 키워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주가조작 엄벌에 진심인데 또 국회가 제동을 걸었다. 지난 20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여당 반대로 통과되지 않았다. 개정안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 과징금을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책정할 수 있도록 하고 부당이득을 산정하기 어려울 경우 50억원 이하 과징금을 매기는 게 핵심이다. 현재는 부당이득액 산정기준이 불명확해 검사가 이를 입증해 내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무죄로 판결하거나 범죄 수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고 있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이어 무더기 폭락 사태가 또 일어나자 개정안 입법에 속도가 나는 듯했다. 그런데 여당은 부당이득 입증 책임을 피고인에게 전환한 점은 부당한 측면이 있고, 최대 과징금 50억원 조항도
대한민국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그 존재감을 찾아 볼 수 없는 나라였다. 불과 최근까지 화학의약품 복제약 생산에 주력하던 산업 경쟁력이 빛을 발할 수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 '작지만 강한 나라'로 인식되는 중이다. 이미 다른 산업에서 증명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약부터 플랫폼, 의료AI 등의 바이오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상대로 한 다수의 기술수출과 잦아진 선진시장 신약 허가 도전 등이 이를 뒷받침 한다.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격인 바이오시밀러는 국산 바이오 기술력의 가치를 증명한 대표적 영역으로 꼽힌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은 바이오시밀러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그 개념 자체가 익숙지 않았던 시기 과감하게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각국 규제 가이드라인 구축에 일조하며 '시장을 함께 만들어 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줬다. 그 결과는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을 넘어서는 시장 점유율로 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 방향까지 주문하는 게 맞나?" 지난 15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 나온 얘기다. 갑자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브리핑이 잡힌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 장관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지시사항을 밝히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수능을 150일 앞두고 극도로 예민한 입시에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으로 읽혔다. 대통령 발언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물론 초반엔 혼란이 컸다. 이 부총리의 브리핑 착오도 혼선에 한몫했다. 윤 대통령이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한 대목이다. 이를 정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통령 지시사항에 있던 '변별력 확보' 문구를 빠뜨린 결과 '물수능'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혼란이 지나가자 윤 대통령이 말한 '이권 카르텔'의 실체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현직 교사들이 수능 출제위원들의 경력을 내세워 수
"본래 가고자 했던 사업의 방향이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라면, 투자사들은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당장 돈을 벌 수 있게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서 팔라고 한다." 벤처투자 혹한기를 뚫고 수백억대의 후속 투자를 유치한 한 스타트업의 대표는 투자사들로부터 받고 있는 압박에 대해 이같이 비유했다. 투자사들이 지나치게 엑싯(투자금 회수)에 치중하면서 스타트업이 지향해온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스타트업의 성장에 있어 투자는 불가결한 요소다. 자체적으로 성장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투자금을 통해 인재를 확보하고 사업을 키우면서 고객 증대를 통해 수익을 실현한다. 폭발적인 성장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여러 벤처캐피탈(VC)에서 투자를 받는다. 지분을 나눠 갖게 되면서 VC는 투자한 기업의 경영과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시어머니' 같은 VC를 만났을 때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투자유치 이후
"캐릭터 라이선스를 받고 만들었던 것은 아니에요. 저희가 카피(복제)를 잘하다 보니까 일본 쪽까지 관심을 갖더라고요." 국산 복제품의 역사를 취재하던 중 이른바 '짝퉁'을 둘러싼 '한일 경제협력' 비화를 듣게 됐다. 1980년대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로봇의 조립식모형(프라모델)을 무단 복제해 국내에 판매하면서 사세를 키워 나갔던 국산 모형 업체 관계자가 알려준 과거사다. 모형업계에선 무단 카피를 당했던 일본 '원조' 프라모델 업체는 국산 카피판 프라모델 판매를 막지 않고 일본 내수 시장에 자사 제품으로 포장해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버블경제기였기에 가능한 수습법일 것이다. 일본의 거리마다 프라모델을 가지고 놀 아이들이 넘쳐나고 공장들은 폭발하는 내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시절이다. 요즘 같으면 국산 카피판이 발각되자마자 소셜미디어에 올라가고 곧장 '혐한'의 소재로 직행했을 것이다. 어쩌면 일본 초계기 사건 등 과거 한일 양국 간 빈번한 충돌의 원인이 버블 붕괴였던
최근 비어 있던 국토교통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 수장 자리가 하나둘씩 채워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이학재 전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에는 유병태 전 코람코자산신탁 이사가 임명됐다. 앞서 두 기관은 모두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임기를 다 못 채우고 쫓겨나듯 물러났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인천공항은 김경욱 전 사장이 올해 4월 사임한 뒤 두 달여간 공석이었다. HUG는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대표 자리가 비어있었다. 이들이 선임되자 일각에선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학재 사장은 인천 서구청장과 제18~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며, 유병태 사장도 금융기관 출신이지만 주택 정책에 대한 경험은 없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정무특보로 일했다. 유 사장은 캠프 출신은 아니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로 오랜 인연을 쌓았다. 앞서 올해 2월 임명된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제19~20대 국
"거절했는데도 세 번이나 더 찾아왔다던데요. 금액도 계속 올려 부르고요." 최근 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협력사 관계자는 중국향(向) 기술유출에 대해 이야기하다 쓴웃음을 지었다. 이 관계자와 함께 일하는 한 연구원은 지난해 거액을 줄 테니 중국에 생산 기술을 넘길 것을 종용받았다고 했다. 연구원의 거절에도 중국 기업 직원이 여러 차례 찾아와 돈가방을 내밀었다. 해당 연구원 외에도 다른 기업 관계자들이 수차례 비슷한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반도체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중국 기업의 기술 유출 시도는 끈질기고, 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인에 대해 갖는 선입견인 '오만하고, 콧대가 높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찾아와 한국 임직원들을 구슬린다. 거액의 보상금은 물론 자녀, 배우자의 학비와 생활비 지원까지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중국이 저자세로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수십년·수천억원을 들여 개발하는 반
"저도 '응급실 뺑뺑이' 경험했어요. 이제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두려워요." 중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사망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주변을 보면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에 갔는데 수용 거부되고 다른 곳을 찾아 떠돌았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 응급실 뺑뺑이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가 됐다. 응급실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의 절반가량은 전문의 부재 등으로 처치할 수 없어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환자가 응급실에 갔다가 전원 조치된 사례가 12만7355건이나 됐다. 그 중 48.8%인 6만2203건의 전원 사유가 '처치 불가'였다. 74.3%가 아예 관련 질환의 전문의가 없는 사례였고 나머지는 갑작스런 인력 부재, 다른 수술 등으로 처치가 불가능한 경우였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뿐 아니라 급성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중증외상 등을 볼 수 있는 심장내과, 신경과, 외과 등의 전문의가 응급실과 연계해 상시 대기하는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이던 지난달 유독 많은 외교·안보 리스크가 부상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평가한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와 북한이 정찰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를 기습 발사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 논란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과학계 최대 경사인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기쁨도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동조합은 성공 여운이 가시기도 전 누리호·다누리 주역이 포함된 조합원들이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주항공청 설립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그러자 누리호 일부 개발자들은 노조 집행부가 노조원 의견 수렴 없이 성명서를 냈다며 '현시점이 우주청 설립 적기'라는 반박문을 내놨다. 이를 두고 "누리호 진짜 주역이 누구냐"는 소모전부터 처우 개선 등 논란이 꼬리를 물었다. 여러 논란을 보면서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과학기술수석이 모든 과학 관련 외교·안보 리스크나 연구기관 갈등 이슈를 쾌도
"반지하 매입에 대해서는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열린 '풍수해대책 추진상황 설명회'에서 반지하 매입추진현황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반지하 매입은 작년 8월 폭우로 신림동 참사 등 반지하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서울시가 펼친 '반지하 대책'이다. 집주인이 반지하에 신규 임차인을 받지 못하도록 시가 직접 매입해 비주거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게 대책의 골자였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반지하 매입실적은 처참했다. 서울시 내 침수우려가 있는 반지하는 모두 2만7000가구 규모인데, 이중 매입이 완료된 물량은 0.3%인 98가구(5일 기준)에 불과했다. 이는 시가 직접 내건 목표치에도 한참 못미친다. 작년 1000가구, 올해 3450가구 등 2년에 걸쳐 반지하를 포함한 주택 총 4450가구를 매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반년을 남겨두고 목표치의 단 2.2%만이 달성된 것이다. 재해약자 거주 주택의 경우 성적은 더욱 초라했다. 중증장애인이 거주하는 반지하 370가구 중 매입된 물량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유별난(?) 국회의원 모임이 하나 생겼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출신인 김병욱·유동수·송기헌 의원이 모여 만든 '한국 글로벌 기업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두고 하는 얘기다. 지금 안규백·정성호·고용진·박정·이병훈·최인호·김병주·박성준·신현영·정일영 의원까지 총 13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의 특색은 '민주당스러움을 벗어났다'는 데 있다. 엄중한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기업 규제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출발한 모임이다. 그동안 민주당이 보여온 기조를 벗어난 움직임이다. 불변의 원칙으로 여겨온 재벌 개혁도 재평가 대상에 올렸다. 민주당 강령에 명시돼 있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에 대해서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모임이 지난 13일 '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반도체 글로벌 경쟁과 삼성 오너 경영의 역할'을 주제로 열었던 첫 토론회는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낯섦과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당
"세제 지원 같은 제도가 없다면 국내에서 그 어떤 기업도 탄소포집에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탄소포집 사업의 성패에 있어서 기업의 적극적인 기술개발 못지 않게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던 과정에서 나온 한 마디였다. 세제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탄소포집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설비 설치부터 운영까지 돈이 들어간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탄소포집을 활용할 경우 기존 대비 제품 단가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전기료는 1.7배, 철강은 1.25배, 시멘트는 2.1배 오를 수 있다. 기업들이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위해 탄소포집 기술을 활용한다 해도, 소비자들은 더 비싼 제품을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사들이 두 배 더 비싼 탄소포집 시멘트를 사주길 바라는 것은 '선의'에 대한 맹신에 지나지 않는다. 탄소포집 비용을 소비자에게만 전가할 경우 '그린플레이션'의 가속화라는 부작용도 생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