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돈' 없이는 탄소포집도 없다

[기자수첩] '돈' 없이는 탄소포집도 없다

최경민 기자
2023.06.14 05:45
/그래픽=탄녹위
/그래픽=탄녹위

"세제 지원 같은 제도가 없다면 국내에서 그 어떤 기업도 탄소포집에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탄소포집 사업의 성패에 있어서 기업의 적극적인 기술개발 못지 않게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던 과정에서 나온 한 마디였다.

세제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탄소포집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설비 설치부터 운영까지 돈이 들어간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탄소포집을 활용할 경우 기존 대비 제품 단가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전기료는 1.7배, 철강은 1.25배, 시멘트는 2.1배 오를 수 있다.

기업들이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위해 탄소포집 기술을 활용한다 해도, 소비자들은 더 비싼 제품을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사들이 두 배 더 비싼 탄소포집 시멘트를 사주길 바라는 것은 '선의'에 대한 맹신에 지나지 않는다. 탄소포집 비용을 소비자에게만 전가할 경우 '그린플레이션'의 가속화라는 부작용도 생길 수도 있다.

비용이 우려스럽다면 탄소포집을 안 하면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탄소포집 목표를 세운 나라 중 한 곳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서 탄소포집이 기여하는 비중을 8.0~12.3%까지 키우는 게 청사진이다. 미국과 영국은 2032년까지 9%, 중국은 2060년까지 8.8%, 프랑스는 2050년까지 2.5%다.

목표는 높지만 지원책은 아직 전무하다. 탄녹위는 탄소포집으로 인해 상승한 비용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2030년까지 포집비용을 현재 대비 3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혁신기술 개발'을 들었다. 기술개발은 당연히 해야 하는 과제이지만, 막연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통합법의 신속한 제정 역시 거론하긴 했지만 여전히 실체가 없다.

이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미국은 탄소포집 1톤당 8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탄소 운반을 위한 인프라 구축 지원에 49억 달러를 쓰는 것 역시 추진하고 있다. 연 50만톤 이상 대규모 탄소포집 사업 19개 중 9개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인풋 없이는 아웃풋도 없다. 공격적인 탄소포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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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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