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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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보셨어요? 노동조합에만 특별하게 면죄부를 준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죠. 재산권 문제도 있어 법무부도 반대할 텐데…" 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 노동조합(노조) 파업 사태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 오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두고 한 정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합법적인 노조의 쟁의행위는 이미 민·형사상 면책이 되는데, 불법 파업에까지 면죄부를 주는 건 받아드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불법 파업을 하더라도 그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에는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예컨대 사업장을 불법 점거하거나 공장 문을 닫아 사업에 차질을 주더라도 직접적인 폭력이 없다면 사업주가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를 돕기 위해 노란
"왜 저소득 임대주택 입주자들이 실험 대상이 돼야 합니까" 최근 기자가 취재한 충남 아산시 소재 LH 임대아파트 단지의 '외벽 계단' 기사를 접한 누리꾼들은 이런 반응을 내놨다. 이 아파트 외벽 모양은 매우 독특하다. 복도식 건물 곳곳에 2~3개 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설치돼 있다. 언뜻 보면 비상 대피용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취재 결과 '특화 디자인'이었다. 쉽게 말해 "건물에 멋 좀 냈다"는 것이다. LH는 "입주민들의 원활한 소통을 고려했다"는 부연 설명도 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 입주 예정자를 비롯해 여론은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떨어질 것 같다"는 비판이 확산하자, 처음엔 이 구조물이 안전하다고 했던 LH도 결국 '보강 공사'를 결정했다. 주택 공기업이 독창적 디자인에 치중해 낭패를 본 사례는 또 있다. 최근 기자가 취재한 서울 중랑구 신내4 공공주택지구 사업이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국내 최초
국회가 다음 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정권교체 이후 첫 국감으로 윤석열정부는 물론 문재인정부에서 이뤄진 국정 역시 감사 대상이다. 하지만 국감 시작 전부터 국정보다는 정치 이슈에 골몰하는 '정쟁 국감', '맹탕 국감'이 될 것이란 우려가 번진다. 평행선을 달리는 여야 갈등이 국감장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여야 원내지도부 모두 정책을 외면한 채 국감을 통한 여론전 계산에만 바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김건희 국감'으로 치를 태세다. 지난 23일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및 허위 학력 의혹과 관련해 임홍재 국민대학교 총장, 장윤금 숙명여자대학교 총장 등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건을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선 김 여사를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사상 초유의 주장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를 증인으로 신청하며 맞불을 놨다. 김 여사와 김씨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국정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2차전지 대어가 등장했다. " 2차전지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생산업체 더블유씨피(WCP)의 상장 소식이 전해졌을 때 공모주 투자자들은 잠시 설렜다. 올해 주식시장의 핵심 주도업종인 2차전지 관련주가 공모 시장에 등장해서다. 상장 주관사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분석·제시한 더블유씨피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8만원~10만원이었다. 기준 시가총액은 2조7200억원~3조4000억원에 달했다. 하반기 신규 상장하는 공모기업 중 최대 규모다. 공모주 시장에서 "더블유씨피에서 수익을 못 내면 하반기 공모주 투자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랬던 더블유씨피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참패했다. 공모가를 6만원으로 낮췄고 공모물량마저 줄였다. 그럼에도 일반 투자자 청약경쟁률은 7.25대 1로 부진했다. 대주주와 주관사 측은 시장 주도업종에 속한 2차전지 소재업종이라며 과욕을 부렸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시총이 4조4000억원에 불과한데 SK아이이테크놀로지 매출의 40%에 불과한 더
"지금 산업은 단거리 경주라 할 수 있다. 한번 시작이 늦어지면 결승선 도착까지 역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다른 경주가 펼쳐진다" 지난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제 3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오세천 공주대학교 교수는 이같이 강조했다. '순환경제 구축'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이 생겨나는 시점이므로 이를 둘러싼 관점이나 정책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 교수는 순환경제 구축에 가장 먼저 반응하고 있는 폐플라스틱 산업에 대해서도 이런 관점이 필요하단 조언을 내놨다. 지난 8월 다녀온 미국 뉴욕의 선셋파크 재활용시설(MRF)에서 천지개벽중인 해외 순환경제 산업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북미 현존 최대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이자 860만 뉴욕 시민들이 버린 모든 거주용 재활용 쓰레기가 처리되는 곳이었다. 하루 처리 능력만 1000여톤. 광학선별기, 자석 드럼, 로봇까지 다량 첨단 시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같은 능력은 뉴욕시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이 없었다.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 이야기다. 1943년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에서 미국과 일본은 '타라와 전투'를 벌였다. 제3국의 전쟁에서 한국인 유골이 확인된 건 2019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DNA(유전자 정보) 분석기술을 통해 76년 만에 유골의 신원을 확인했다. 일본은 그전까지 타라와 전투에서 "한국인 강제징용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을 부정할 순 없었다. 강제징용 피해를 입었다고 추정하는 유가족과 타라와 유골 한 구의 DNA는 99.999% 친족관계로 나타났다. 한미일 3국이 재차 실시한 DNA 분석결과도 일치했다. 갈등이 첨예한 과거사 문제가 과학으로 풀린 것이다. 현재 국과수가 DNA를 분석할 수 있는 최소량은 40억분의 1g으로 세계적 수준이다. 과거에는 밝혀지기 어려웠던 진실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열었다. 정상회담 막판까지 한일 양국이 일
아무리 예상됐던 결과라도 막상 눈 앞에 닥치면 견디기 고통스러운 법이다.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르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오름세) 얘기다. 원자재부터 완제품, 물류와 인건비까지 인상되지 않는 것은 없다. 시멘트도 예외는 아니다. 주요 건축소재인 시멘트의 가격은 레미콘과 건축비, 나아가 부동산까지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 시멘트 가격을 둘러싼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핵심 원자재인 유연탄(고효율석탄) 가격이 폭등하면서 10% 안팎이던 시멘트 제조사 영업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한자리 수로 뒷걸음질 쳤다. 시멘트 수요처인 레미콘 제조공장이 곧장 타격을 받는다. 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건설사는 속도조절에 나선다. 결국 건축비 인상과 주택공급 축소라는 결과를 야기한다. 시멘트 가격을 좌우하는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멘트업체들이 가격을 계속 올리자 전국 1000여개 레미콘 제조사는 시멘트 가격인상 철회를 촉구하며 다음달 셧다운(일시적 운영중단)을 예고했다. 레미콘
음식점에서 메뉴를 주문한 뒤 맛이 기대에 못미치거나 양이 적으면 불만을 얘기할 수는 있다. 가게 주인은 이에 대해 해명하거나 사과하고, 손님은 개선을 기대하거나 다시는 그 가게를 찾지 않으면 된다. 음식점 후기 사이트에 악평을 남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안 좋은 소문을 낼 수도 있다. 여기까지가 흔히 용인되는 소비자의 권리 수준이다. 그런데 서비스가 불만이라고, 같은 메뉴를 파는 옆 가게보다 양이 적다면서 성을 내고 법적 대응을 언급하며 겁박하고, 음식값을 낼 수 없다며 이미 결제한 금액을 돌려달라고 한다면 어떨까. 돈값도 못하는 음식이라며 가게 앞에서 환불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인다. 이런 경우를 통상 '진상' 내지는 '갑질'이라고 일컫는다. 최근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유저들이 벌이는 일련의 시위와 집단행동은 후자에 가깝게 보인다. 게임 내 중요한 공지를 지연하는 등 한국 우마무스메 운영이 일본에 비해 미숙하다는 등의 이유로 판교에서 마차시위를 벌이고 각종 앱마켓에 별점테러를 이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지난주 국내 주요 그룹 대관(對官) 부서 직원들은 진땀을 흘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신청한 기업인 명단이 외부에 유출되면서다. 증인 목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이름이 명시됐다. 이들을 호출한 이유로는 '칩4(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및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우리 기업의 영향과 피해'라고 적혔다. 칩4와 IRA가 현재 우리 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국감에서 관련 대책을 논의할 수 있다. 그런데 전례에 비춰봤을 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윤석열정부 첫 국감인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 안팎에서는 대통령실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기업들을 압박했는지 따져물을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택시비 오르면 좋죠, 그런데 사납금(기준운송수입금)까지 오르면 말짱 도루묵이죠." 한 법인택시 기사는 서울시의 택시요금 조정계획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고 기본거리는 2㎞에서 1.6㎞로 줄이되, 심야 할증시간(밤 12시~4시)을 2시간 늘려 밤 10시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택시기사의 심야소득이 약 4만7000원 오를 전망인데, 그만큼 기준금이 오르면 무소용이라는 뜻이다. 실제 2013년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이 25% 인상될 때 기준금도 24% 올랐다. 이에 서울시는 2019년 택시요금을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릴 때는 254개 법인택시회사가 가입한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과 6개월간 기준금을 동결하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6개월 후엔 법인택시 회사와 기사가 알아서 인상률을 정하도록 했다. 시일을 늦췄을 뿐 결과는 같았다. 전문가들이 택시요금 인상분이 기사들의 월급으로 직결될 방안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빚을 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재정준칙은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법으로 정해 놓는 일종의 기준선이다. 정부에 따르면 세계 총 105개 국가가 재정준칙을 운영 중이다. 38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 튀르키예 등 2곳뿐이다. 우리 정부·국회도 여러 차례 재정준칙 도입을 시도했다. 정부 차원의 첫 시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0월이었다. 당시 정부는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재정건전화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해 12월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이름의 법안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5월에는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이 동일한 이름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듬해 문재인 정부는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내놨다. 보수·진보 정권, 여·야를 막론하고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입법화 작업은 다른 정치 현안에 밀리
"지금 15억원을 풀면 결국 부자들만 하락기에 대출 받아서 '줍줍'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추석 연휴를 앞두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뉴스에 출연해 한 발언이다.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를 풀지 않겠다는 뜻을 강경하게 밝힌 것이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대출이 필요 없는 사람이 진짜 부자 아니냐" "대출을 막아서 되려 부자들만 줍줍하고 있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15억원은 부동산 시장에서 '초고가 주택' 기준으로 여겨진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평균 아파트값이 15억원을 넘는 곳은 강남3구와 용산구 정도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장관의 '부자' 발언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한때 '고가주택' 기준으로 여겨졌던 9억원은 어떤가. 서울 아파트 평균가는 작년 2월 9억원을 넘었고 지난 7월 기준 11억4611만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중도금대출 규제는 여전히 9억원에 묶여 있다. 정부는 2016년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