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비 오르면 좋죠, 그런데 사납금(기준운송수입금)까지 오르면 말짱 도루묵이죠."
한 법인택시 기사는 서울시의 택시요금 조정계획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고 기본거리는 2㎞에서 1.6㎞로 줄이되, 심야 할증시간(밤 12시~4시)을 2시간 늘려 밤 10시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택시기사의 심야소득이 약 4만7000원 오를 전망인데, 그만큼 기준금이 오르면 무소용이라는 뜻이다.
실제 2013년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이 25% 인상될 때 기준금도 24% 올랐다. 이에 서울시는 2019년 택시요금을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릴 때는 254개 법인택시회사가 가입한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과 6개월간 기준금을 동결하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6개월 후엔 법인택시 회사와 기사가 알아서 인상률을 정하도록 했다. 시일을 늦췄을 뿐 결과는 같았다.
전문가들이 택시요금 인상분이 기사들의 월급으로 직결될 방안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기사의 처우개선 없이는 택시대란 해결이 어려워서다. 일각에선 요금만 비쌀 뿐 택시 서비스의 질은 나아지지 않고, 소비자 부담만 커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택시요금 인상이 만병통치약은 아닌 셈이다.
수요·공급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탄력요금제' 논의가 실종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탄력요금제는 수요가 몰릴 땐 택시기사 수입이 늘고, 적을 땐 소비자 부담을 덜 수 있어 '윈윈'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또 모빌리티 업계에선 택시기사 수입이 변동하는 시스템 아래에선 법인택시 회사도 기준금을 고정적으로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탄력요금제 △택시호출비를 탄력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동시에 검토하다가 최근 후자를 택했다. 탄력요금제는 기존 기계식 미터기를 앱 미터기로 변경하는 등 과제가 많지만, 택시호출비는 연내 빠르게 적용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이 꺼리는 심야운행 유인책으로 최대 3000원의 호출비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해외에선 유연한 택시요금체계가 활성화된 만큼 탄력요금제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