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예상됐던 결과라도 막상 눈 앞에 닥치면 견디기 고통스러운 법이다.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르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오름세) 얘기다. 원자재부터 완제품, 물류와 인건비까지 인상되지 않는 것은 없다. 시멘트도 예외는 아니다. 주요 건축소재인 시멘트의 가격은 레미콘과 건축비, 나아가 부동산까지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
시멘트 가격을 둘러싼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핵심 원자재인 유연탄(고효율석탄) 가격이 폭등하면서 10% 안팎이던 시멘트 제조사 영업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한자리 수로 뒷걸음질 쳤다. 시멘트 수요처인 레미콘 제조공장이 곧장 타격을 받는다. 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건설사는 속도조절에 나선다. 결국 건축비 인상과 주택공급 축소라는 결과를 야기한다.
시멘트 가격을 좌우하는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멘트업체들이 가격을 계속 올리자 전국 1000여개 레미콘 제조사는 시멘트 가격인상 철회를 촉구하며 다음달 셧다운(일시적 운영중단)을 예고했다. 레미콘 업계는 1년에 두 차례나 단가 인상에 나선 시멘트 제조사에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멘트 제조사도 벼랑 끝에 몰린 처지라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토로한다.
시멘트업체들의 입장도 딱하기는 하다. 국내 시멘트 가격 인상폭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높지 않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급단가 인상액은 1t톤(t)당 2만5000원으로 4만~5만원을 올린 미국·일본·유럽의 가격상승분에 절반에 그친다.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싸다. 주요 시멘트 제조사 7곳 중 5곳이 이달부터 1톤당 단가를 10~15%가량 인상해 10만5000원 정도에 공급 중이다. 일본은 12만8000원, 미국은 23만6000원 수준이다.
그러니 레미콘과 건설사도 이런 사정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서로가 처한 입장을 이해하려는 시도도 해야 한다. 시멘트 업계도 다시 한번 더 가격 인상폭과 속도에 대해 고민을 해 봐야 한다.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전국 건설현장이 멈추면 결국 다 같이 손해를 보게 된다. 어려운 시기를 모두가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은 조금씩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다. 건설현장이 파국을 맞으면 시멘트와 레미콘 뿐만 아니라 국민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