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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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그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지난 2일 3년 임기를 마친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의 말이다. 역대 금투협회장 중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받는 그지만 몇 가지 숙제를 남겨두고 떠나기 때문인지 흔쾌한 모습은 아니었다. 특히 최대 업적으로 평가받는 초대형IB(투자은행)의 지지부진한 상황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가 초대형IB 핵심업무인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를 안 내주고 있는데 인가를 안 내줄 때는 최소한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무엇을 고치면 언제까지 해줄 수 있는지 설명해줄 의무가 있다. 증권사들은 초대형IB가 되려고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오랜 시간 준비했는데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인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황 전 회장 발언은 증권업계 불만을 대변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이 두려워 대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새 정부 들어 높아진 규제 문턱에 대한 불만이 턱밑까지 차올
'보호', '육성' 그리고 '예외'. '중소업체' 뒤에 늘 따라 붙는 단어들이다. 때로는 국가 정책이라는 거창한 이유로, 현실적으로는 영세하다는 이유로 '중소'는 보호 대상이 됐다. '안전' 역시 '중소' 앞에서는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중소업체들에게 이런 가혹한 법을 적용할 수 있냐'는 말이 나오면 정치권과 정부는 '예외'라는 조항을 만들어줬다. 이처럼 과도한 '보호'와 관대한 '예외'가 결국 참혹한 사고를 불러 일으켰다. 바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 안전 장치는 전무했다. 수시로 불법 증개축을 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들을 수용하고도 '중소병원'이라는 이유로 모든 점검 규정을 피해갔다. '셀프 점검'만 해도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고,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정부는 뒤늦게 '중소병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화재안전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소병원이 보호 대상'이라는
유승민은 자신의 연설문을 직접 쓴다. 이런 정치인은 몇 안 된다. 자신만의 철학, 자신만의 언어가 있어야 가능하다. 학자 출신인 그도 쉽지 않았다. 2002년 2월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정치에 발을 내딛기 전까지 연설문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는 자서전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에 이렇게 썼다. “연설문이라는 것도 처음 써보게 됐다. 그것도 나의 연설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읽는 연설문이었으니 처음엔 이런 걸 어떻게 써야 할지 도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 연설문중 가장 어려웠던 일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문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이회창 총재와 박근혜 대표를 위해 대표 연설문을 쓰기도 했는데 여러 날 밤을 지새야 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 훗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돼 2015년 4월 8일 내 연설을 내 손으로 직접 쓸 때는 마음이 훨씬 편했다” 그가 마음 편히 쓴 글은 명연설로 남았다. 박근혜가 유승민에게 ‘배신’을 붙이게 된 시작점도 이 연설이었다. 3개월 뒤 그는 ‘원내대표
당연한 얘기지만 부동산과 교육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예컨대 강남 아파트와 강남 학군은 별개가 아니다. 정책도 부동산 따로, 교육 따로 일 수 없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다. 지난해 12월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84㎡(33평)의 매매가격이 20억원을 넘기면서 유명해진 것은 2015년 준공된 신축 아파트의 희소가치와 최고학군이 맞물린 효과다. 이 아파트는 대치동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학교인 대치초와 대청중, 숙명여중, 단대부중 등에 배정받을 수 있다. 물론 강남의 인기 일반고에도 갈 수 있다. 외고(국제고)·자사고와 일반고가 동시선발을 할 때 혜택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강남 수요 분산과 8학군의 대체재 역할을 하던 학교의 소멸은 8학군의 부활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들 학교에 지원했다 떨어질 경우 원치 않는 일반고에 가거나 재수를 해야 하는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는 부모들에겐 ‘강남 일반고’가 ‘합리적 선택’이 된다. 아는 이는 많지만 말하기를 주저하는 것은 이 아파트 소
지난 20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먹자골목. 주말 저녁시간임에도 미세먼지가 가득한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다. 반지하에 들어선 46㎡(14평) 남짓의 고깃집에도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이 가게를 찾은 건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기사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오픈한 이 가게는 아르바이트(알바)생에게 시급 1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기사는 “장사가 안 돼 시급을 1만원에서 8000원으로 내렸다”는 가게주인 A씨의 고충을 전했다. 마음으로 응원하던 가게가 어렵다는 소식에 안타까우면서도 한 가지 대목이 걸렸다. ‘왜 시급 8000원인가. 사정이 어려우면 법정기준까지 내려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텐데….’ 가게 중앙 테이블에 자리잡고 삼겹살세트를 주문하려 했지만 종업원이 보이지 않았다. A씨 혼자 주문부터 음식, 서빙, 청소까지 모든 일을 처리했다. “요새 사정이 많이 어려워져 1주일에 이틀, 하루 5시간만
지난해 중국에는 세계 경제 12위권인 러시아 만한 나라가 하나가 생겼다. 경제규모 얘기다. 지난 18일 발표된 중국의 2017년 국내총생산(GDP)은 82조7122억 위안(12조9036억 달러, 이하 1달러=6.41위안 적용)으로 전년대비 8조2995억 위안이 늘어났다. 달러기준으로는 1조2948억 달러로 지난 2016년 러시아의 GDP(1조2807억 달러)와 맞먹는다. 세계1위 미국 GDP(18조5619억 달러)의 3분의 2에 달하는 거대 경제가 고속 성장을 이어간 결과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9%. 목표치 6.5%는 물론 직전년도 성장률 6.7%도 넘어섰다. 2011년 부터 6년간 이어졌던 성장률 하락 추세도 돌려놨다. 7%에 육박하는 성장률은 10% 안팎에 달했던 고도 성장기에는 못미치지만 여전히 놀랄만한 수치다. 2% 초반인 미국의 3배이고, 3.0% 내외인 우리 경제성장률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다. 중국 경제의 고속 질주를 떠받치는 동력은 산업 육성과 기업 성장이
뜬금 없이 고등어 타령을 했다. 호흡기 질환에 좋다며 많이 먹으라고 할 때는 언제고…고등어는 억울했다. 하루 아침에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렸으니. 미세먼지 발생 원인은 다양한데 갑자기 늘어난 미세먼지 탓을 고등어구이에 돌렸으니 여론의 질타를 맞은 게 당연했다. 심각성에 대한 경고가 나온 것은 수년 됐지만 그 현황과 원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은 없었다. 변변한 대책 하나 내놓지 못했던 정부가 연출한 졸속 '코미디'에 “이젠 고등어 삼겹살 대신 회만 먹으라는 얘기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정부의 직무유기에 따른 허탈함은 대선과 맞물리며 ‘뭐라도 좋으니 어떤 대책이라도 내놓으라’는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곧바로 30년 이상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 8곳을 대상으로 한 달 간 일시 가동중단을 지시했지만, 말 그대로 응급대책이었다. 8개월 여가 흐른 요즘 또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갑론을박이다. 서울시가 중심에 섰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를 발령하며 대
금융위원회가 지난 15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것은 뒤늦었지만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방안의 세부 내용에 대한 가치판단을 떠나 지배구조에 대해 제도 개선 측면으로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반갑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말 이후 한달반여 동안 번갈아 가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공개 비판했다. 문제 인식의 핵심은 금융지주사 현직 회장이 대주주도 아니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스스로 연임할 수밖에 없는, 혹은 연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금융지주사에) 대주주가 없다 보니 현직이 자기가 계속할 수 있게 여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고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이틀 뒤 언론사 경제·금융부장 간담회에서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에 잡음이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최 원장의 말대로 “통상 감독기관이 해야 할 의무
시중에 유동성이 흘러넘쳐 새해 벽두부터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강남 집값, 가상화폐, 코스닥이 그렇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8.2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 강남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강남구 대치동 85.9㎡ 아파트 가격이 3개월 만에 3억원 넘게 올랐고, 서초·송파 등도 2개월 만에 2억원 이상 오른 곳이 많다. 올해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는 만큼 그 전에 집을 팔아야 할 것이라는 국토부 엄포는 먹혀들지 않았다. 다급한 정부가 보유세 강화 등 새로운 규제안을 만지작 거리고 있지만 이 역시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채만 보유해야 한다면 누구나 원하는 '똘똘한'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 한 채만 갖겠다는 심리가 강남불패론과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 집값 상승 원인을 다주택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잡겠다던 정부 정책이 거꾸로 먹혀들었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한 때 '부동산 망국론'이 있었지만 가상화폐 광풍과 비교하면 비교불가다. 대표적 가상화폐 비트코인
정부가 소유권을 가진 은행이나 기업에서 일어나는 구조조정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시장논리’는 당위론이고 얼마나 더 또는 덜 정치적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박근혜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처리가 그랬다. 2016년 3월 강봉균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총선 전 ‘한국판 양적완화론’을 꺼낸 것부터가 정치적이었다. 주요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거덜 날 지경이어서 급전이 필요했고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자본을 늘려주면 그 돈으로 망하기 직전인 대우조선을 일단 살려두자는 의도였다. 성장률과 일자리 등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뿐 아니라 19대 대선까지도 다분히 염두에 둔 조치였다. ‘노동집약적’인 조선업의 특성은 정치인들 관점에서 보면 ‘표 집약적’이란 의미이므로 좁게는 대우조선과 거제, 넓게는 경남과 부산의 ‘표’를 헤아려야 했다. 국회 의결을 거쳐 재정(세금)을 집어넣어야 할 일을 정치공세를 피하고자 한은의 발권력을 쓰려고 하니 정부의 뻔한 속셈을 모를 리 없는
'3만달러 소득시대를 여는 원년'.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신년사에 공통으로 등장한 말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기준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역사적·경제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006년 2만 달러 돌파 후 12년 만에 국민소득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신년사에서 "국민 여러분의 자랑스러운 성취"라고 했다. 그런데 지표 경기와 체감 경기의 차이가 커서인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응을 보이는 국민들이 적잖다. 일부 네티즌은 '허수'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 국민 소득과 근로자 소득간 차이 때문일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2016년 기준 64%로,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10% 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근로자보수)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도 2011년 5
2017년을 돌이킨다. 탄핵, 장미 대선, 문재인…. 키워드는 모아진다. 세월이 지나도 역사는 2017년을 이렇게 기억할 거다. 개인적으로 덧붙이고 싶은 키워드 하나가 더 있다. 바로 ‘팬덤(fandom)’이다. 2016년 대상(大賞)이 ‘촛불’이었다면 2017년 대상은 ‘팬덤’이라고 감히 말한다. 특정 인물(연예인 등)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팬클럽은 새로운 게 아니다. 과거에도 팬덤은 존재했다. 하지만 2017년 팬덤은 차별화된다. 방탄소년단(BTS)의 팬클럽 ‘아미(ARMY)’가 대표적이다.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팬클럽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내 스타는 내가 키운다’는 의식을 공유한다. 전적으로 능동적이다. 직접 ‘짤’을 만들고 홍보한다. 그리고 소통한다. 대형기획사가 할 일을 팬덤이 ‘직접’ 해낸다. 이들은 수요자이자 공급자다. ‘프로듀스 101’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워너원’도 팬덤의 산물이다. 진부할 수 있는 서바이벌 방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팬덤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