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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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없는 기업은 사회악이다.’ 경영학자들이 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거론할 때 곧잘 쓰는 표현이다. 적정 이윤을 내 세금을 납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주주와 사회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익을 내고 있다는 이유로 사회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도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대표적이다. 통신비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심지어 소비자들, 그 어디에도 사업자 편은 찾아보기 힘들다. 새 정부 들어서는 더욱 심하다. 시쳇말로 적폐 대상으로 치부될 정도다. 정부는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 이행이 어렵게 되자 휴대전화 약정 할인율을 올리고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벼른다. 노년층과 저소득층 136만명의 통신비도 신규 혹은 추가로 월 1만1000원을 깎겠다고 한다. 이들 대책안이 시행되면 연간 최대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업계의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대책 논의 과정에서 사업자들의 동의나 설득 과정은 없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기본료 폐지 공약에서 후퇴했다고
증권가에 '바퀴벌레 이론(cockroach theory)'이라고 있다. 만약 부엌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면 찬장이나 싱크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는 수십 마리의 바퀴벌레가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떼를 이뤄 사는 바퀴벌레의 습성에 비유해 증시에서 어느 기업의 나쁜 정보가 노출될 경우, 더 많은 악재가 숨어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활용된다. 바퀴벌레는 통상 기업의 부진한 실적을 상징하지만 오너, 전문경영인(CEO)의 부도덕성과 무능 역시 바퀴벌레다. 오너리스크가 기업의 앞날에 파멸의 검은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바퀴벌레를 말하는 건 요즘 오너들이 말썽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곳곳에서 주주들이 날벼락을 맞고 있다. 7개월째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해 전인미답의 2400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많은 주주들이 대박을 터뜨렸다.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삼성전기, LG전자, LG이노텍 등은 주가가 지난 1년간 100% 안팎 급등했다. R&D(연구개발)
꼭 햇수로 30년만이다. 시인 장관을 본 것 말이다. 장관 시인들은 모두 교과서에 시가 실려 있었다. 1988년의 정한모 문화공보부 장관과 2017년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들은 모두 새로운 정부의 첫 문화 관련 부처 장관이었고 취임 전해에는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던 공통점이 있다. 1987년 6월 항쟁과 2016년의 촛불 시위가 바로 그것이다. 정 장관의 교과서 시 '어머니' 마지막 연은 이랬다. ‘어머니는/오늘도/어둠 속에서/조용히/눈물로/진주를 만드신다.’ 당시 정부는 정권의 입보다는 국민들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을 원했는지 모른다. 도 장관의 교과서 시는 '담쟁이'라는 제목이었다.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촛불을 치켜들고 벽같은 권력자를 끌어내린 국민들의 심경도 묻어난다. 시인 장관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교육자였다. 정 장관은 서울대 교수였고 도 장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직교사 출신이다. 물론 차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40일 남짓 지났는데 문재인 내각은 아직이다. ‘인사 검증’ ‘인사 청문’에 발목이 잡혔다. 안이한 검증, 과도한 흠집내기 등 이유는 많다. 이른바 ‘인사 5대 원칙’으로 자승자박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인수위원회없는 출발이란 현실적 조건 역시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문 대통령은 강경하다. 인사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문 대통령 본인이 인사 검증 전문가다. 검증 담당인 청와대 민정수석만 두차례 지냈다. 우리가 마주하는 ‘국무위원 인사 청문회’ 도입 과정에도 문 대통령이 있었다. 시계추를 2005년초로 돌려보자. ‘1‧4 개각’ 때다.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임명 1주일도 안 돼 물러나면서 후폭풍이 거셌다. 부실 검증이 도마에 올랐다.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된 △고위 공직자 후보의 재산검증을 위한 사전동의서 △검증과 관련된 설문과 답변서 등은 그때 만들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다. 추가로 주문한 게 '국무위원의 국회 상임위 인사청문'이었다. 야당
"치킨을 안 좋아하세요?" 술자리에서 기자가 안주로 나온 치킨을 먹지 않을 때마다 들은 말이다. '국민간식'이라고 불리는 치킨을 거의 안 먹는 게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나 보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치킨을 좋아하지 않아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들었다는 청소년의 고민 상담글을 본 적도 있다. 이쯤 되면 치킨은 기호식품이 아닌 생필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일까. '치킨 2만원 시대'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은 거셌고,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가 현장 조사에 나서자마자 가격 인상을 주도했던 BBQ는 백기 투항했고, 교촌치킨은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이름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는 선도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착한 기업'이 되기도 했다. 닭고기를 공급하는 양계업계까지 '치킨값 2만원이 비싸다'고 불매 운동에 나선 것을 보면 최근 치킨값 거품은 너무 심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치킨값 거품 문제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커
‘상대의 이슈를 선점하는 것’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모사였던 딕 모리스가 저서 ‘파워게임의 법칙’에서 제시한 첫 번째 정치전략이다. 그는 조지 W 부시가 이끄는 공화당이 민주당의 주특기인 빈곤·교육문제를 어젠다로 삼은 것, 민주당의 클린턴이 복지혜택과 재정적자 축소 등 공화당 전용 정책을 앞세운 것 등을 이 사례로 들었다. 정치판의 영악한 승부사들이 이미 본능적으로 터득하고 있던 이 계책의 탓인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진보와 보수의 노선이 ‘수렴’되는 게 어느덧 전지구적 현상이 됐다. 사회당 소속인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이 2008년 집권한 뒤 부유세 도입 등을 시도하다 에마뉘엘 마크롱을 경제장관으로 발탁해 우파적 노동개혁으로 돌아선 것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격차해소, 육아휴직 급여인상, 기초연금 확대, 청년임대주택 공급 등 44가지가 지난 대선 때 5개 정당의 ‘공약수’다. 정치적 스펙트럼의 차이만큼 공약의 차이
훌륭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 달, 총평은 모아진다. ‘예고편’을 뛰어넘는 ‘본편’에 감동과 만족은 배가됐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층만의 환호가 아니다. 의심의 눈초리로 실눈을 떴던 반대자도 기립 박수다. “무서울 정도로 잘 한다”는 야권 인사의 말이 나올 정도다. 인사, 메시지, 퍼포먼스 등 모두 완성도가 높다. 주연 배우인 문재인 대통령의 능력이다. 사실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온 인사일수록 반신반의했다. ‘잘 해야 할텐데…’라는 기대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교차했다. 한 측근은 이렇게 말한다.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우리가 문재인을) 잘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닐까”. 기존 정치의 잣대로 문 대통령을 규정짓고 재단하려 했다는 반성이었다. 다른 인사는 “정치인 문재인보다 대통령 문재인이 맞는 옷”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정치는 낯선 것이었다. 반대로 청와대 업무는 생소하지 않다. 익숙하다. 참모들은 그의 업무 장악력에 놀란다. 진정성을 갖고 호흡하는
한국자영업자총연대가 지난달 23일 카드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여신금융협회 앞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가맹점이 내는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다. 규탄대회는 이 공약을 빨리 시행하라는 이벤트로 해석됐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가맹점 수수료를 깎으면 누군가는 깎은 금액만큼 손해를 봐야 한다. 정치인들은 손해를 보는 것이 카드사라고 생각한다. 기업에 부담을 지워도 기업 사장과 주요주주 몇 사람의 표만 잃는다. 반면 수수료를 인하해 이익을 보는 국내 자영업자는 560여만명으로 추정된다. 기껏해야 수백표를 잃고 수백만표를 얻는다면 정치인에겐 남는 장사다. 그러니 선거 때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단골 공약이다. 문제는 기업이 손해를 보고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은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월급도 줘야 한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이유가 없다. 카드사도 수수료
앎과 삶은 일치해야 한다. 겉과 속은 같아야 한다. 나와 남을 대하는 잣대는 달라선 안 된다. 두 가지가 따로 놀 때 사람들은 ‘위선’이라 부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한 지식인의 ‘이면’을 다시 보게 된 까닭이다. 그가 내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괜찮은 카드’라고 여겼다. ‘재벌 개혁’뿐 아니라 진영논리를 넘어 비판과 함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는 인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정적일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재계에서도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인물’로 봤다. 그의 청문회를 앞두고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 등 이른바 ‘5대 비리’에 속하는 의혹이 쏟아졌다. 정작 본 게임이 시작되자 ‘낙마시키겠노라’는 결기를 보인 야당의원들은 ‘재벌 저격수’를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야당 입장에서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운계약서 작성은 사실이었고 논문에 일부 표절이 있었고 공동저작물을 단독저작물로 중복게재한 것도 확인됐다. 김
화기애애한 자리는 아니었단다. 오히려 처음엔 서먹서먹했다고 한다. 솔직히 공식 식사 자리가 편하긴 힘들다. 상하관계의 밥자리면 더 그렇다. 몇 달 일을 해온 사이라도 어려운데 새 CEO(최고경영자)와 계열사 사장간 만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시쳇말로 뻘쭘한 자리다. 그래도 참석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첫 만남이기에 색다른 감정도 있었을 거다.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국무위원간 오찬 간담회 얘기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3주째다. 파격적 행보, 참신한 인사, 거침없는 업무지시 등 변화를 느낀다는 평이 많다. 기대도 높다. 다만 아직 내각의 면면은 새 정부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는 인준 전이다. 청문회를 앞둔 국무위원은 고작 경제부총리와 외교부 장관 정도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지명됐지만 국무위원은 아니다.) 이날 오찬엔 공석인 법무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뺀 16명의 국무위원이 참석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국무회의에
지난달, 10년간 유지했던 개인연금펀드(연금저축펀드)를 정리했다. 2007년부터 매달 25만원씩 꼬박꼬박 납입했던 펀드다. 정리 후 계좌에 찍힌 금액은 3100만원. 10년간 달랑 이자 100만원이 붙었다. 수익률은 약 3%, 연평균 0.3% 상승한 셈이다. 연말정산 혜택을 봤다고 하지만 운용사, 판매사가 매년 떼어간 수수료를 생각하면 사실상 손실을 본 것이다. 수익률도 기가 막혔지만 이 펀드에 투자한 10년이란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우리 회사 연금펀드에 들지 그랬어요. 10년 수익률이 200%가 넘는데…" 점심 자리에서 한탄을 들은 한 자산운용사 사장의 발언에 속이 더 쓰릴 수 밖에 없었다. 연금수령이 가능한 만 55세까지 펀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이 펀드는 그때까지도 바닥을 헤매고 있을 게 뻔해 보이기 때문이다. 엉망으로 펀드를 관리한 운용사, 판매사에 '호구'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어 환매하고 다른 펀드로 갈아탔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2300선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은 격차의 확대재생산 기간이었다. 성장의 열매는 가계보다 기업이 더 많이 가져갔다. 개인 간에도 자산과 소득의 간격은 점점 벌어졌다. 이는 몇 가지 수치로 쉽게 확인된다. GDP(국내총생산)는 1997년 5576억달러에서 2016년 1조4110억달러로 2.53배 커졌다. 국민소득에서 가계, 기업, 정부의 비율은 1997년 각각 69.3%, 16.7%, 14.0%였지만 2016년 62.1%, 24.1%, 13.8%로 변했다. 상위 10%의 소득비중은 1997년 35% 아래였지만 2015년 48.5%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득 상위 20%의 실질소득은 25.9% 늘었다. 소득이 많을수록 증가폭이 컸던 반면 하위 20%의 실질소득은 1997년보다 3.9% 감소했다. 정부가 거둔 부가가치세는 1997년 19조5000억원에서 2016년 61조8000억원으로 3배 넘게 많았는데 소득에 상관 없이 소비자가 부담해야 까닭에 저소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