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예산?' 문화컨테이너, 출생부터 사망까지

'눈먼 예산?' 문화컨테이너, 출생부터 사망까지

배성민 기자
2017.09.02 06:42

[팔진도]도서·오지 찾는다는 문화컨테이너, 예산내 설치비 고민에 사실상 소멸

[편집자주] IMF 외환위기 전후 나왔던 ‘20대 80’의 사회에 대한 우려가 ‘1대 99’의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자조로 이어진다. 양극화와 빈부격차, 정보왜곡 확대 등을 상징하는 말들이다. 팔할(80%)이 외면하거나 놓치고 있는 진실(眞實)을 함께 찾고자 한다. 감히 삼국지의 진법(팔진도(八陣圖))을 빌어 팔진도(八眞道)라 이름붙여 본다. 팔할이 공유하는 진실을 통해 이르고자 하는 길(道), 그 길에 닿을 수 있을까. 

# 국가예산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낸 사람은 따로 있지만 생색을 내거나 쓰는 사람은 다르다. 물론 국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다음은 한 예산 관련 사업의 출생과 사망 보고서다.

지난해 봄 정부의 문화 관련 위원회에서 한 참석자가 제안을 했다 ‘도서.산간 등 문화 소외지역 계층을 위해 다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시설을 두면 어떻겠냐고’. 섬이 많은 외국에서도 의료, 지역주민센터, 공장 등으로 두루 쓰인다는 그 시설은 컨테이너 박스였다. 비바람을 피하는 것은 물론 두툼한 벽만큼 단열에도 걱정이 없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운반·설치가 쉽다는 것도 장점으로 거론됐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보였고 ‘문화융성’이 화두인 정부였던 만큼 사업에는 힘이 붙었다. 아이디어가 알려진지 반년도 채 안돼 정부 주도로 45억원의 예산이 최초 배정될 거라는 안이 짜여졌다.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간뒤 최순실 관련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며 주요 무대로 문화체육관광부 등 몇몇 부처가 거론됐다.

문체부 예산 중 소위 ‘문제사업’ 예산으로 거론된 항목 중 53%(1637억원)가 싹둑 잘려나갔다. 컨테이너 박스 예산도 4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그 한도에서 돈을 써야 했다. 사업진행비와 컨테이너 구입 비용을 생각하면 1 ~ 2개도 제대로 만들 수 없는 돈이었다.

해법은 찾아야했고 공모를 진행했더니 당초 수혜지역으로 거론되던 도서.산간 지역이 아닌 수도권의 한 도시 등 두곳 정도가 선정됐다. 컨테이너를 사들이는 것보다 건축비가 더 싸고 폐교 등을 활용하면 그 돈도 아낄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해당 사업에는 내년 예산이 별도로 배정되지 않아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문화체험은 별도의 예산을 쓴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 지난달 29일 2018년도 정부 예산안이 나왔다. 정부의 내년 예상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보다 7.1% 증가한 429조원으로 잡혔다. 보건·복지·노동과 교육 등에 대한 지출이 지난해보다 12.9% 늘어난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지출은 20% 축소됐다.

정부의 예산안 변화에는 딱딱한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있다. 줄어들 때는 ‘싹둑싹둑’, 또는 잘못 쓰이면 ‘펑펑’ 수식어도 많다. 교육 관련 예산이 어떻게 안배되느냐에 따라 어떤 학생들은 몇천원짜리 밥을 굶기도 하고 몇만원짜리 책걸상이 아쉬워 삐그덕삐그덕 소리를 들어야 한다.

문화 관련 예산에 따라 시나 소설, 희곡, 영화 등 창작을 꿈꾸는 이들이 편의점이나 공사장 등에서 알바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섬이나 산골 아이들은 TV나 스마트폰 말고 경기장이나 공연장을 찾을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른다.

예산안 편성이나 집행, 감시에 온 신경을 곧두세워야 할 이유다. 조선왕조실록과 대동기문(1926년 발간 문헌)에는 영정조 시절 명재상 정홍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정홍순은 동강 난 엽전 한푼을 두푼을 주고 고치면서 말했다. “나는 한 푼을 잃었어도 나라에는 한 푼의 이익이 되니 어찌 이익이 아니겠는가.”

한푼 짜리 사업에 두푼을 쓰고도 아까운줄 모르고 외려 제 자랑을 늘어놓는다. ㅇㅇㅇ (유력 정치인.관료) 예산, 묻지마 예산, 쪽지 예산이 돌아다닌다. 예산 배정이 부처에 대한 징벌이나 정치적 갈등과 야합의 산물이어서도 곤란하다. 급식과 유치원비를 두고 몇 년째 이어졌던 논쟁이 그 본보기다. 두푼을 한푼으로 줄일 수 있는 해법을 찾고, 한푼이라도 제대로 쓰여졌는지 현미경을 들이대는 공무원, 국회의원들이 절실한 이유다. 문화 컨테이너 사업의 출생과 사망이 반면 교사다.

배성민 문화부장
배성민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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