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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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은 나이가 의식을 결정하는 사회다. 은퇴한 70대 노교수가 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읽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출산 문제로 헛심을 쓰지 말고 장년 은퇴자, 노년 일거리나 신경 쓰라’는 게 요지였다. 철저히 자기 세대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셈인데 그의 친구를 비롯해 지인의 다수가 70대일 테니 그들에게 2032년부터 시작되는 인구감소와 그 부작용은 남의 일인 게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른다. 비슷한 경험은 또 있다. 1차 베이비붐(1955~1963년) 바로 직후에 태어난 한 선배는 ‘65세 정년연장’에 집착한다. 대학생 아이가 있어 청년실업이 슬며시 걱정되지만 저출산은 관심 밖이다. 화려한 스펙과 경력에도 ‘나이’라는 잣대를 이기지 못하고 명예퇴직 등의 이름으로 쫓겨나는 또래집단의 처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상 최고의 실업률을 겪는 청년세대의 이해관계는 중장년세대와 다르다. 중장년세대의 ‘희망사항’은 청년세대에겐 ‘욕심’으로 다가온다. 국가가 노년층 일자리에 재정을 투입하
천만이 지켜본 시구가 있다. 문구는 조금씩 바뀌었지만 26년째 그 자리에 있었다. 보통 겨울에는 사람이 덜 다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특별했다. 천만 촛불시민이 촛불로 비추고 지나친 종로 1길 광화문 교보생명 사옥의 광화문글판 얘기다. "열려 있는 손이 있고/ 주의 깊은 눈이 있고/ 나누어야 할 삶, 삶이 있다."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의 시 '그리고 미소를'에서 뽑아온 구절이다. 바빠서 돌아보지 못한 주변을 살피고 희망을 나누며 살아가자는 뜻을 담았다는게 선정위원회쪽 설명이었지만 행간의 여백이 특별했다. 무언가를 응시하는 시선과 뜨거움을 쥔 손이 한겨울을 덮었기 때문이다. 시대, 사회 상황과 긴밀히 소통한 광화문 글판에는 경제계와 문화계 거인의 손길이 곳곳에 배어있다. 글판은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는 대산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가 제안해 1991년부터 내걸렸다. 교보빌딩 지하 1층을 적자를 무릅쓰고 통째로 서점으로 꾸민 그는 정문 한켠을 글로 채웠다. "사람
# 여권이 아수라장이다. 구심점 잃은 여권은 분열 중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탈당해 새로운 당을 만들었다. 따라 나갈 사람들의 이름도 나돈다. 일부에선 ‘위장이혼’일 뿐이라고 비꼰다. 대선 때가 되면 다시 합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청와대는 힘을 잃었다. 대통령의 말엔 관심조차 없다. 개헌을 얘기했지만 ‘콧방귀’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는 게 필요하다”는 제언이 힘을 얻을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차기를 노리는 후보들도 고만고만하다. 총리 이름도 후보군에 있다. 명망가에게 ‘러브콜’을 보내지만 좀체 쳐다보지 않는다. ‘연대’, ‘빅텐트론’…. 그들만의 ‘언어’가 국민들에겐 생경하다. 반면 야권은 생기 넘친다.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여럿이다. 정권교체는 떼 논 당상 같다. 예선 승자가 곧 결승 승자가 될 분위기다. # 지금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있냐고? 미안하지만 현재가 아닌 10년전 얘기다. 2007년 1월 정치팀장으로 여의도에 받을 디딘 직후 접한 한국 정치권의 모
민족 최대의 축제인 설 명절이 시작됐다. 벌써 주요 역과 터미널, 공항에는 양손에 선물 보따리를 든 귀향인파들이 몰려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에 거주하는 자식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시골 어르신들의 역귀향도 분주한 모습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말이 사회적 덕목이 된지 오래지만 이번 설에 만나는 가족·친척들은 덕담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했으면 좋겠다. 특히 일자리를 잃은 가장이나, 아직 취업을 못한 청년들이 있는 가정의 경우 그 어느때보다 온정이 함께하는 시간이 됐으면 싶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정부는 나름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다지만 대통령이 탄핵위기에 처한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미·중·일 등 주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제 목소리 내기도 쉽지않다. 영원한 우방(?)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후 연일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 정부가 흔들리면서 국민들의 삶은 당분간 더 피폐해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2017년 대한민국 사회를 이해하는
중국에는 두 얼굴이 있다.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지 헷갈릴 정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제재 차원에서 사상 최고 수위의 ‘한한령’(한류금지령)이 시행되며 중국 TV는 물론 동영상 사이트에서조차 새로운 한류 드라마가 자취를 감췄다. 특히 정치 중심지인 베이징의 위성방송 BTV는 ‘높은 분’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중국 내 어떤 위성방송보다 한한령에 민감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정반대 얼굴도 있다. 최근 종영한 한국 드라마 ‘도깨비’는 지난해 12월 초 첫 방영 이후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는가 싶더니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도깨비는 한·중간에 정식 판권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중국에서 이를 보려면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이 과정은 불법이지만 중국 젊은층은 너나 할 것 없이 '도깨비'에 열광했다. 인기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중국 최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웨이보에서 가장
"그 기사가 보도되면 중국이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요?" 최근 데스크 회의에서 '국산 분유 중국 수출액이 지난해 사상 첫 1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기사와 관련해 논의할 때 나온 말이다. 실제 이같은 성과를 낸 유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성과를 자랑하기는 커녕 앞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유업계에도 본격화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새해 산업2부장으로 발령난 후 기업 관계자들을 만날때 마다 듣는 얘기가 '사드와 중국의 보복 조치'다. 산업2부의 출입처가 유통, 식·음료, 패션, 뷰티. 제약업종 등이어서 업체들의 걱정은 다른 곳보다 더 크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명운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된 지 6개월여가 지났지만 사드 문제로 악화된 한중 관계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중국의 통상 압력은 새해 들어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중국의 무차별적 보
“보험사가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소멸시효가 지나버린 만큼 소멸시효에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을 다 지급해야 한다. 특히 빅3 생명보험사는 미지급 자살보험금 규모가 1000억~1600억원 수준으로 큰 만큼 최소한 일부 영업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고 있는 빅3 생보사에 대한 금융감독원 고위 당국자의 입장이다. 이같은 금감원의 중징계 논리는 5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생보사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미룬데 금감원 책임도 작지 않다. 금감원이 만든 생명보험 표준약관에 자살시 일반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보험금 중 무엇을 지급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해사망시 일반사망보다 보험금을 2~3배 더 많이 지급하는 재해사망 특약 종신보험은 2001년에 처음 나왔다. 당시 종신보험 등 생명보험 표준약관은 보험 가입 2년이 지났으면 자살해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생보사들이 재해
# 꼭 팔려야 했다. 문화가 잘 팔리는 상품으로만 보이는 때가 있었다.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다. ‘초판을 넘어서거나, 몇만부만 팔려도’ 히트작이라는 지금은 외계어처럼 돼 있는 베스트셀러. 그런 책이 나올땐 팔린 책을 쌓아올리면 63빌딩 높이의 몇배다, 또는 책 쓰느라 들어간 원고지매수가 어느 산 높이다 등등. 감동의 심연은 모두 숫자로 치환됐다. 대박영화가 탄생할 때마다 그 작품이 갖는 경제적 가치나 파급효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자동차(현대차 쏘나타) 몇십만대 수출이 꼭 따라다녔다. 지난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흥행수입 9억1000만달러)이 개봉됐을 때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영화 1편의 흥행수입이 자동차 15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다. 영상(당시로는 드물었던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전형이라는 강제규 감독의 ‘쉬리’(전국관객 600여만명, 흥행수입 360억원)가 개봉된
저출산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일을 하거나 세금을 낼 인구가 준다는 것, 그것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기업, 가계(또는 개인) 등을 위험하게 만든다. 생산가능인구(만15~64세 인구)는 지난해 3763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올해부터 65세 인상 노인이(708만명)도 14세 이하 유소년(675만명)보다 많아진다.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한 1996년을 전후로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 성장이 정체되고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세계 1위인 빚더미 나라가 됐다. 일본 내수산업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를 살펴보면 처참하다. 일본의 신차 판매대수는 1990년 558만대에서 지난해 421만대로 24.5% 줄었다. 주유소 숫자는 거의 반토막 났다.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휴대폰 가입자 수는 증가해왔지만 이마저도 2015년 1억6000만대에서 지난해 1억640만대로 사실상 답보 상태였고 총인구 수가
‘밴드의 시대’가 저문 건 꽤 오래 전이지만 1980년대 '킬링조크'(Killing Joke)란 범상치 않은 이름의 4인조 영국밴드가 있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펑크록'(Punk Rock) 계열의 밴드인데 난 지금도 이들의 음악이 그 바닥에서는 최고였다고 믿고 있다. 동시대 밴드였던 '섹스피스톨스'(Sex Pistols)나 '더 클래시'(the Clash)도 이들을 따라가지 못했다. 노래, 연주, 무대매너 등 밴드가 갖춰야 할 모든 덕목에서 여타 유사한 밴드들을 압도했다고 생각한다. 킬링조크는 리더 재즈 콜먼(Jaz Coleman)의 영향으로 알레이스터 크롤리(Alister Crowley)류의 악마주의적, 신비주의적 음악에 심취하기도 했는데 그 안에는 현실과 다른 차원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당시엔 히피의 또다른 계통을 좇는 이런 숭배성 문화가 음악계의 흔한 비주류였다. 일례로 ‘오지 오즈본'(Ozzy Osbourne)이 부르고 ‘랜디 로즈'(Randy Rose)가 연주한 그 유명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 회관 뒤편에 '시편재'라는 한정식집이 있다. 지난해 9.28 이후 공무원이나 '공무원 등', '공수사'(공무수행사인)같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대상자들이 방앗간처럼 들르는 곳이다. 손님이 늘다 보니 종업원도 얼마전 다시 충원했다. 미모를 갖춘 젊은 쥔장의 경쟁력도 있겠지만, 생존을 위해 내건 파격적 메뉴가 먹혔다. 가격이 만만찮은 고급 한정식집이었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 1인당 3만원짜리 상차림을 만들었다. 과식하기 마련이었던 이전 상차림에 비해 위 부담은 줄었지만 여전히 푸짐하고 깔끔한 음식이 입맛을 돋운다. 술은 소주 맥주 상관없이 무한정 냉장고에서 꺼내 마시면 된다. 단, 2시간이 넘어 가면(첫 술 뒤부터인지, 착석 이후부터인지는 불분명하다) 1인당 1만원이 추가된다. 술에 취하든 말에 취하든 2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이렇게 되면 계산할 때 ‘준법파’와 ‘탈법파’의 밀당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김영란 법 시행 초기엔 "3만원 넘어가는 돈은 각자 계산
병신년(丙申年) 한해가 버겁게 흘러갔다. 돌이켜보면 한반도 지각변동의 해다. 땅 속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올해 9월 경주 일대를 뒤흔든 규모 5.8의 지진. 1978년 계기 관측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최강 지진이다.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등지에서도 탐지될 정도로 강력했다.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가옥, 차량 파손 등 재산피해도 상당했다. 이후에도 500회가 넘는 여진이 계속되며 주민들은 밤잠을 설쳤다. ‘지진 안전지대’로 불리던 한반도에 느닷없이 강진이 덮친 이유는 뭘까. 땅 속 지각 변동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은 뜨거운 맨틀(액체처럼 움직임) 위에 둥둥 떠 있는 판(板)이다. 모두 유라시아판, 오스트레일리아판, 태평양판 등 10여개의 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지각판은 가만히 있지 않고 조금씩 움직인다. 그러다 지각판끼리 맞부딪히거나 맨틀의 움직임과 이격이 발생할 때 지층이 응력(應力·스트레스)을 받게 된다. 이 힘이 해소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