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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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만으로 힘든 사람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또 다른 고통을 주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9월말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증인으로 나온 보험사 직원을 질타하며 한 말이다. 암으로 고통받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 암의 직접치료냐, 간접치료냐를 따져가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가슴으로 들으면 이 의원의 비판은 백번이고 만번이고 옳다. 하지만 차가운 머리로 들으면 이 의원의 논리엔 빠진 대목이 있다. 암에 걸리지 않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다른 수많은 암보험 가입자들에 대한 고려다. 보험사는 사람들이 암에 걸릴 확률과 암 치료시 드는 비용을 과거 통계로 추산해 보험료를 책정한다. 약관은 소비자가 낸 보험료로 보상이 되는 비용을 설명해놓은 것이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보험금을 지급할지, 말지 심사하는 것도 보험료에 반영된 질병 치료나 손실 복구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보험료에 반영되지 않은 치료나 복구 비용이라고 판단하면 보험사는
어른들은 소년에게 글러브를 끼라고 말한다.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란다. 혹시나 얻어맞을지도 모르니 마우스피스도 필수다. 하지만 소년은 트렁크를 입고 사각의 링에 오르기보다는 튀튀(발레 스커트)나 토슈즈에 더 끌린다. 영화나 뮤지컬로 널리 알려진 ‘빌리 엘리어트’의 내용이다. ‘빌리 엘리어트’의 배경은 1980년대 중반 광부 대파업 시기의 영국 북부 지역이다. 소년 빌리가 복싱 수업 중 우연히 발레를 접하고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작품인데 동명의 영화도 인기를 끌었고 뮤지컬로도 세계적으로 약 1100만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성장의 세례를 맛보며 이제는 뒤안길에 머무는 어른들은 실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청년들이 나약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눈높이를 낮추면 일자리가 널렸는데 그렇지 못 하다고도 한다. 기름때 묻은 굵은 팔뚝과 공장 굴뚝, 모니터를 응시하는 안경 속 시선 등을 연상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쏟아내는 생산라인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8월 하루평균 1134.6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1973년 이래 45년 만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지난 9월 러시아가 증산을 해 다시 2위로 내려앉았을 것으로 추정되긴 하지만 이는 하나의 사건 그 이상이다. 미국 달러에 의존하던 세계가 이젠 미국 석유에 보다 더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더 강력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존은 곧 종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것은 셰일오일 덕분이다. 미국은 최소 200년 이상 쓸 수 있는 셰일오일을 갖고 있다. 시추기술이 발전해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도 20달러 중반 아래로 내려갔다. 내년엔 생산과 수출이 더 늘어 미국의 원유 순수입이 제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의 미국산 석유 수입도 늘었다. 올 상반기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1410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많았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앞서 8월부터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지 않아 11월 한국
#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 괴르버 재단 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을 밝힌다. 이른바 ‘신 베를린 선언’이다. 2000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베를린 자유대학 연설에서 행한 ‘베를린 선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청와대는 ‘신 베를린 선언’이란 표현을 부담스러워했다. ‘신 베를린 구상’정도로 표현해주길 바랐다. 북핵과 미사일 위협이 한창이던 상황, 남북 대화 창구가 얼어붙어 있던 현실을 고려한 자세였다. 그로부터 16개월 지난 지금, 구상은 현실이 됐다. ‘신 베를린 선언’속 △평화 추구 △북한 체제 보장·한반도 비핵화 추구 △남북 합의 법제화·종전 선언·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남북 철도연결 등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비정치적 교류협력 등 5대 정책 기조를 우리는 직접 목격하고 있다. #‘문재인 프로세스’의 결과다. 북미 관계는 ‘교착’, 남북 관계는 ‘과속’ 등의 우려가 겹치지만 정작 문 대통령은 걱정하지 않는다. 참모들이 우려를 표하면 걱정
“아직도 강남에 사지 않으셨어요. 정부 정책에 맞춰 2~3번만 이사하면 가능한데.” 올해 초 만난 유명 부동산전문가는 정부 정책에 맞선 부동산투자는 금물이라며 정책방향에 맞춰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발표된 정부 정책의 장단점도 분석해줬다. 그는 “역대 가장 강력한 규제정책으로 평가된 8·2대책도 투자자 입장에선 효용가치가 높다”며 “재건축투자는 어차피 10년 정도 필요하니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세제혜택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까진 고가주택도 전용면적 85㎡ 이하면 임대주택 등록이 가능하다”면서 “3월 말까지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의무임대기간을 3년 단축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정부의 임대사업자 등록 정책을 투자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갭투자(매매와 전세가격 차이를 이용한 투자방식)는 민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정부가 시각을 바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한달간 3만5000여명
결국 참다 못한 직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사태 추이를 관망하던 노동조합이 지난 25일 이사장 퇴진운동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하자 직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찬성표를 던졌다. 결과는 찬성 91.4%, 반대 8.6%. 투표에 참여한 직원 10명 중 9명이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부당한 관사이전 지시와 보복인사 의혹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 김흥빈 이사장의 이야기다. 예상은 했지만 김 이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과 불신이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공단이 어떻게 운영·유지된 건지 의아할 따름이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8월 중순 소진공 간부들의 갑질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하자 직간접으로 “꼭 밝혀달라”는 요청과 함께 직원들의 각종 제보가 이어졌다. 김 이사장의 관사이전 문제부터 보복인사 의혹, 성추행 피의자 승진,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직원의 극단적 선택 등등. 이 모든 것이 공공기관 한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
어떤 일이나 사물이 같은 시점, 같은 지점에서 존재하면서 부재할 수는 없다. 달러에 대해 원화가 강세면서 동시에 약세일 수 없다. 한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내릴 수 없다. 한 나라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나빠질 수 없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9%로 낮췄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그린북에서 ‘경기회복’이란 표현은 10월에야 사라졌다. 경기가 회복된다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생긴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2.9%에서 2.7%로 떨궜다. 8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한국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한다고 한 한은이다. 대신 ‘잠재성장률 수준’이란 표현을 넣었는데 한은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8~2.9%였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비록 예측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나 통계청의 경기선행지수가 내리막 한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고용 역시 마찬가지다. 좋으
#1963년 6월 26일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서베를린을 찾는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 대통령이 베를린을 방문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다. 베를린 시민은 케네디를 향해 환호를 보낸다. 그만큼 분단(동베를린·서베를린)의 불안감, 냉전의 두려움 등이 컸다는 방증이다. 역사에 남는 명연설이 이어진다. “2000년 전 사람들이 긍지를 갖고 하던 말은 ‘나는 로마 시민이다’였다. 그러나 오늘날 자유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말은 ‘Ich bin ein Berliner(나는 베를린 시민이다)’. … 모두가 자유로울 수 있을 때에야 우리는 이 도시가 하나로 결합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며 이 나라와 유럽 대륙의 평화와 희망을 구현할 수 있다. … 모든 자유인들은 어디에 살고 있든 베를린 시민이다. 따라서 한 사람의 자유인으로서 나는 ‘Ich bin ein Berliner’라는 말에서 마음 속 깊이 긍지를 느끼낀다.” 짧은 ‘7분의 연설’에 서베를린 시청광장은 열광했다. 냉전 구도
택시는 한 국가의 얼굴이다. 공항에서 탄 택시가 그 국가에 대한 첫인상을 좌우하기도 한다. 최근 가족들과 대만을 다녀오면서 이를 여실히 느꼈다. 여행 내내 만난 대만의 택시 기사들은 한결같이 친철했다. 아무리 짧은 거리를 가더라도 싫은 내색이 없었다. 짐이 많아 숙소에서 근처 지하철역까지 5분 거리를 타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렵사리 목적지 얘기를 꺼냈는데 택시 기사 분은 되레 공항 가는 길인지를 묻더니 가장 편리한 지점에 우리를 내려줬다. 상인들,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밝은 얼굴로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대만 여행은 그렇게 '친절'로 각인됐다. 친절에 취했던 행복감은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직후 여지없이 깨졌다. 공항에 대기중인 택시를 타고 거주지인 '왕징'을 도착지로 말하자 기사분의 얼굴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왕징까지는 택시로 약 30분 거리. 베이징 외곽에 있는 공항까지 왔는데 목적지가 너무 가깝다는 불만의 표시였다. 택시 안은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적막감이
‘교육 사업을 하면 돈 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말이다. 성공에 대한 강박과 낙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사교육이 낳은 왜곡된 결과다. 최근 비리의 온상으로 비쳐 지고 있는 사립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빙산의 일각이지만, 아이들은 그저 돈 벌이 대상이었을 뿐이다. 이윤 추구 활동에 따른 사립 유치원의 횡포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부모들은 아이가 해코지 당할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도 눈을 질끈 감았다. 2018년 4월 현재 전체 유치원 수는 9021개. 이 중 국립·단설·병설을 포함한 국·공립 유치원이 4801개, 사립 유치원은 4220개다. 전체 유치원의 47% 가량 차지한다. 유치원 수에 비해 학급 수와 원아 수는 사립 유치원이 더 많다. 약 75% 가량인 52만 명을 돌보고 있다.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 아이들은 공교육 대상이지만, 실제 교육은 사립 시설에서 이뤄지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걸까. 1980년 권력을 잡은 신군부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 중인 우리은행의 회장-행장 분리 문제와 관련,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시 회장, 행장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은행 지분) 18%를 가진 정부로서 당연히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도 우리의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이 발언은 우리은행장 선임을 앞둔 지난해 11월 9일 입장과 달라진 것이다. 당시 그는 행장 후보를 결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우리은행 지분을 가진 예금보험공사(예보) 인사가 참여하는데 대해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고 전적으로 (이사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15일에는 이사회 판단을 존중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도 우리 생각을 갖고 있다”며 “아주 심각하게 고려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우리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지난 13일 막을 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동갑내기 감독 두명이 유독 눈에 띄었다. 나란히 1945년생인 한국의 이장호 감독과 홍콩의 원화평(위안허핑) 감독이 그들. 영화제 서막인 지난 5일에는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 행사의 주인공으로 이장호 감독이 등장했다. 영화제 폐막작품으로 선정된 ‘엽문 외전’의 위안 감독은 영화제 막바지를 장식했다. 한국의 대표감독은 과거의 업적으로 회고전이나 박물관에 모셔진 반면 현장에 발딛고 있는 홍콩의 무술장인(위안 감독은 영화 연출만큼 무술감독으로 유명하다)이자 감독은 현재 진행형의 작품들로 관객을 만난 것이다. 부산의 두 거장 이장호 감독과 위안 감독이 청년 시절이었던 1970년대로 시계를 돌려보자. 청년 이장호는 1974년 첫 연출작품인 영화 ‘별들의 고향’으로 당시까지 충무로와 감수성의 혁명을 이뤄냈다. ‘오랜만에 같이 누워보는군’으로 대표되는 주인공의 대사는 아직까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7월 충무로뮤지컬영화제에서 대표작 '별들의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