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한 국가의 얼굴이다. 공항에서 탄 택시가 그 국가에 대한 첫인상을 좌우하기도 한다.
최근 가족들과 대만을 다녀오면서 이를 여실히 느꼈다. 여행 내내 만난 대만의 택시 기사들은 한결같이 친철했다. 아무리 짧은 거리를 가더라도 싫은 내색이 없었다. 짐이 많아 숙소에서 근처 지하철역까지 5분 거리를 타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렵사리 목적지 얘기를 꺼냈는데 택시 기사 분은 되레 공항 가는 길인지를 묻더니 가장 편리한 지점에 우리를 내려줬다. 상인들,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밝은 얼굴로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대만 여행은 그렇게 '친절'로 각인됐다.
친절에 취했던 행복감은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직후 여지없이 깨졌다. 공항에 대기중인 택시를 타고 거주지인 '왕징'을 도착지로 말하자 기사분의 얼굴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왕징까지는 택시로 약 30분 거리. 베이징 외곽에 있는 공항까지 왔는데 목적지가 너무 가깝다는 불만의 표시였다. 택시 안은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적막감이 흘렀다. 베이징에서 택시를 타면 흔히 겪는 일이지만 가족과 함께 있는 경우는 특히 신경이 곤두선다. 베이징에서 살면서 받는 인상도 '공항 택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무표정한 얼굴의 공안들은 고압적이기 일쑤이고, 식당이나 상점을 가도 친절을 경험하기 쉽지 않다.
지금도 한 국가라고 주장하는 중국과 대만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주변에 알 만한 분들께 물었더니 여러가지 답이 돌아왔다. 가장 많은 답변은 대만이 청일 전쟁 이후 일본의 지배를 받으면서 친절한 일본 국민성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체제 차이를 든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가 국민성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견해다. 공산당 1당이 주도하는 중국은 경제 면에서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개혁 개방을 추진했지만, 사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사회주의 색채가 강하다. 당이 국가 보다 우위에 있고 당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체제 비판이 금기시되고, 사회 통제도 강하다. 언론 검열은 물론이고 대중들이 인터넷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는 글들도 대부분 통제를 받는다. 이런 억압적인 분위기에서는 아무래도 친절한 시민 문화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친절도 하나로 체제의 우열이나 국민의 삶의 질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 부터해서 그 체제가 추구하는 핵심적인 가치가 같을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개혁 개방 40주년을 맞는 등 체제 보완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서구사회와는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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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이가 불친절과 같은 국민성으로 나타난다면 그냥 '차이'로 끝날 수도 있다. 중국이 불친절해서 싫다면 그만큼 덜 가면 된다.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심각성은 중국 스스로가 판단할 일이다.
문제는 차이가 다른 국가의 이익을 침해할 때다. 대표적인 것이 무역과 경제다. 국가 주도의 중국식 경제가 보조금 지급, 기술 탈취, 외국기업 차별 등으로 불공정한 환경을 만들어 자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면 그냥 두고 보기 어렵다. 피해국이 이를 제어할 힘이 있고 그 상대가 잠재적인 패권 경쟁국이라면 더욱 그렇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시작한 배경이다.
공은 중국에 있다. 이상적인 것은 시스템의 '차이'를 지키면서 미국이 납득할 만한 카드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당과 정부가 경제에 대한 장악력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런 카드를 찾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그렇다면 차이를 줄여야 하는데 이도 쉽지 않다. 체제가 흔들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의 선택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