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총 197 건
"꼭 잡고 싶다." 크리스마스 황금 연휴의 분위기가 절정을 향하던 지난해 12월24일 저녁 8시쯤. 남성 A씨가 서울 동작경찰서 사당지구대로 뛰어들어왔다. A씨는 겁에 질린 얼굴로 "아는 형님이 나를 죽이겠다며 협박한다"고 소리쳤다. 짧은 정적이 흐르던 그때 A씨 핸드폰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아는 형님 B씨의 영상통화였다. 화면 속 B씨는 성인 팔뚝보다 긴 흉기를 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A씨에게 "만나자",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위협의 실체를 확인한 사당지구대 소속 경찰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김상윤 순경시보(31·이하 김순경)와 동료들은 A씨를 진정시킨 후 B씨와 약속을 잡도록 했다. 사당역 인근의 한 삼거리 골목. 약속 장소이자 작전 장소다. 김 순경 등은 안전을 위해 A씨를 돌려보낸 뒤 이곳에서 B씨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삼거리인 만큼 도주로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했다. 동시에 제복을 입는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B씨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2인1조, 총
"택시 기사인데요. 승객이 보이스피싱범 같아요." 지난해 12월28일 오후 5시59분쯤 대구 동부경찰서 동대구지구대에 112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택시 기사로, 그는 보이스피싱범으로 의심되는 승객을 태워 동대구역에 가고 있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경찰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지구대로 오라고 했다. 택시 기사는 승객과 함께 동대구지구대를 찾았고 그곳에서 정명석 경위를 만났다. 정 경위는 우선 자초지종 설명을 들었다. 택시 기사는 승객을 경주에서 태워 대구까지 이동했다고 했다. 택시 기사는 "뒷좌석에서 승객이 통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어딘가 이상했다"며 "누군가에게 지시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의 의심은 점점 확신이 됐다고 한다. 승객은 대구 달성군의 한 장소에 내려달라고 하더니 돈뭉치가 담긴 종이 가방을 들고 다시 택시에 탔다. 택시 기사가 승객에게 "혹시 그거 보이스피싱 아니냐"고 넌지시 묻자 승객은 당황한 기색으로 "저도 지금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택
지난해 12월28일 새벽 2시20분쯤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신고 하나가 접수됐다. 경기 광명시의 한 편의점에서 비상벨을 통해 들어온 신고였다. 편의점에 흉기를 든 강도가 들어와 점원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당 편의점은 전화기의 수화기를 내려놓은 채 일정 시간이 지나면 112에 자동으로 연결되도록 신고 체계가 갖춰져 강도 몰래 112에 연락할 수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 이전백 경사(36)는 편의점에 강도가 들었다는 사실을 접하자마자 신고 대응 단계를 '코드 제로(0)'로 격상했다. '코드 제로'는 112 신고 대응 단계 중 최고 수준으로 최단 시간 출동이 필요한 가장 긴급한 상황을 뜻한다. 지역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편의점 강도는 달아난 뒤였다. 점원은 10~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들어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른 다음 가위로 위협하더니 현금 46만원을 들고 나갔다고 말했다. 편의점 내부 CCTV(폐쇄회로TV)를 확인했지만 강도가
"어~ 나야. 너희 회사 수원역 앞이지? 거기로 갈게." 지난달 21일 저녁 7시8분 경기남부청 112치안종합상황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전화를 받은 이준영 경사(37)는 엉뚱한 내용에 대뜸 반말로 걸려온 신고에 112상황실로 종종 걸려오는 항의성 전화인 줄 알았다. 일반적인 112신고는 신고자의 요청사항 설명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신고자인 택시기사 A씨가 마약을 뜻하는 '드럭'(Drug), '손님 태우고 있다' 등의 얘기를 하면서 이 경사는 심상찮은 상황임을 감지했다. 이 경사가 "위급한 상황이냐, '응' '아니'로 답해달라"고 하자 A씨는 "응 뭐 그렇지"라고 답했다. 마약 신고라는 것을 눈치챈 이 경사는 곧장 112신고 중 최고 단계인 '코드 제로(0)'를 발령했다. 이 경사는 범인 검거에 필요한 질문을 일상적인 대화에 숨겨 건넸다. 가령 택시 색깔이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황색인지 파악하기 위해 "주황색이면 '오렌지 하나 사 갈게'라고 해달라"고 말했다
"왜 격리 해제를 안 해주냐." 2022년 9월5일 오후 11시쯤. 베이징시 대흥구의 한 임대아파트 현관. 한국 경찰이 대흥구 방역 책임자에게 유창한 중국어로 강력하게 항의했다. 외교관과 방역 책임자의 대화는 늦은 밤 아파트 주민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격했다. 이 아파트는 베이징시 당국이 지정한 코로나19(COVID-19) 격리시설이었다. 약 1시간 전쯤 베이징 한국대사관에는 '오후 2시쯤 격리가 끝났어야 할 한국인 33명이 아직 갇혀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대사관 경찰 주재관(사건·사고 담당 영사)이었던 강태원 경감(56)은 민원 접수 즉시 30㎞를 운전해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모든 해외 입국자들을 지정시설에서 10일간 의무 격리시켰다. 격리 기간 식비는 자가 부담해야 하는데 결제 방식 등 시스템 문제로 격리해제가 늦어졌다는 게 방역책임자의 설명이었다. 당시 한국인 격리자들은 저녁식사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다. 강 경감은 격리시설 주변의 편의점을 돌며 삼
"장물업자가 잡혀 들어가야 (재범) 유혹에 빠지지 않을 테니 제가 알고 있는 정보 다 드릴게요." 지난 1월 지하철 '부축빼기범'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축빼기란 술 취한 사람을 부축해주는 척 접근해 주머니에 든 물건을 훔쳐가는 범행 수법이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지하철경찰대) 수사계장 김기창 경정(48)의 끈질긴 설득 끝에 A씨는 부축빼기범과 장물업자, 해외 밀반출 점조직으로 이어지는 범행 구조에 대해 털어놨다. 김 경정이 지하철경찰대에 부임한 2021년 지하철 경찰대는 부축빼기범을 현장에서 검거하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부축빼기범을 수없이 검거해도 비슷한 사건이 계속 일어났다. 이에 김 경장과 동료들은 부축빼기범이 훔친 물건을 사들이는 장물업자까지 소탕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지하철 승객들이 도난당한 휴대폰의 최종 기지국 위치와 절도범들의 이동 동선 등을 분석한 결과 장물 거래가 서울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 인근에서 주로 이뤄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가 제공한 첩보와
"장현기 수사관님을 비롯한 영등포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감사합니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장현기 수사관을 비롯한 사이버 수사팀을 칭찬한다는 글이 쇄도했다. 작성자들은 "난생 처음 당해보는 사기인데 수사관님 덕에 피의자가 체포됐다" "친절한 건 둘째치고 사건에 대한 전문성이 남달랐다"고 글을 남겼다. 장 경위와 수사2과 사이버수사팀은 지난달 29일 신랑 신부들의 예약금을 훔치고 달아난 헤어 변형 업체 대표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결혼식과 웨딩 촬영 당일날 헤어스타일을 꾸며주기로 하고 예약금 28만~80만원을 선불로 받은 뒤 잠적했다. 서울경찰청에 보고된 피해자는 약 42명. 피해금액은 1670만원에 달한다. 전국으로 보면 피해자 수는 25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28일쯤 영등포경찰서에 A씨에 대한 고소가 여러 건 접수됐다. 장 경위는 접수된 사건들을 보다가 이상함을 느꼈다. 결혼을 앞둔 20~30대 피해자 9명이 이틀에 걸쳐 고소를 했는
경북경찰청 수사부 광역과학수사대 2팀 소속 배진우 경장(33)은 지난 10월말 동료들과 경북 포항의 한 공장을 찾았다. 이 공장에서 연이어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공장주는 몇 번의 절도 피해 이후 CCTV(폐쇄회로TV)를 설치했지만 며칠 전에도 또 도둑이 들었다고 했다. 배 경장과 동료들은 가장 먼저 공장 출입구에 쳐진 접이식 바리케이드에서 범인의 지문을 찾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녹슨 바리케이트에서는 어떤 지문도 채취할 수 없었다. 배 경장은 "그 당시 '피의자의 증거는 어딘가 있을 것이니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후 배 경장은 공장 CCTV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범인의 행적을 하나하나 재구성해 분석한 결과 범인의 생체 증거가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을 특정했다. 생체 증거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DNA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증거를 뜻한다. 배 경장은 어렵게 생체 증거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넘겼다
지난 5월 중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클럽. 10대 청소년 2명이 클럽에 출입하려다 직원에게 붙잡혔다. 가짜 신분증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용한 가짜 신분증은 미국에서 발급하는 운전면허증이었다. 서울 강남경찰서 경제팀에서 근무하는 이상윤 경감(38)은 관할 파출소로부터 해당 사건을 넘겨받았다. 학생을 인계받아 이야기를 들어보니 국제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사이 위조 신분증 구매가 손쉽게 이뤄졌다. 위조 수법 또한 굉장히 전문적이었다. 이 경감은 이 사건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발각된 2명의 학생을 시작으로 위조된 미국 운전면허증을 산 적이 있거나 해당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 학생들을 조사해 위조범의 정체를 추적했다. 한 달 동안 수사를 거듭한 끝에 위조범을 찾아냈다. 위조범 역시 국제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 자신의 집에서 위조 신분증을 제작했다. 포토샵으로 미국 운전면허증을 제작해 카드 출력기로 찍어낸 뒤 허위 홀로그램까지 입혔다. 미국은 주마다 운전면허증의 디자인과 요구하는
경찰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업무상 횡령·배임 의혹과 관련해 세 번째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1일 오전 업무상 배임과 횡령 등 혐의로 서울 중구 태광산업 재무실과 그룹 관계자 2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자는 태광산업 재무실장 A씨와 인사실장 B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전 회장이 태광그룹 계열사를 통해 수십억원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고 골프장 태광CC를 통해 계열사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이 전 회장 의혹과 관련해 이뤄진 세 번째 압수수색이다. 경찰은 지난 10월24일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의 태광그룹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0일에는 태광 골프연습장과 티시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태광그룹은 관련 의혹에 대해 "이 전 회장의 공백 기간 동안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라고 반박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차기 위원장에 현 위원장인 양경수 후보가 선출됐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11기 임원 선거에서 현 위원장인 기호 1번 양경수 후보가 차기 위원장에 선출됐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투표에는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 100만2989명 가운데 64만1651명(63.97%)이 참여했다. 양 후보는 이 중 과반인 36만3246표(득표율 56.61%)를 얻어 당선됐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은 1995년 민주노총 창립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수석부위원장에는 이태환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장, 사무총장에는 고미경 전 민주노총 기획실장이 당선됐다. 민주노총 임원 선거는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 후보가 3인 1조를 이루는 '러닝메이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내년 1월부터 3년간 민주노총을 이끈다. 양 당선인과 차기 위원장을 두고 맞대결을 펼친 기호 2번 박희은 후보는 20만1218표(득표율 31.36
직장인 하모씨(29)는 얼마 전 서울 송파구의 한 실내 클라이밍(인공암벽)장에서 클라이밍을 하던 중 2m 높이에서 떨어져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다. 하씨는 초보자였지만 클라이밍장은 별다른 안전 교육 없이 '부상 시 본인 책임'이라는 서약서에 그의 서명만 받았다. 실내 클라이밍을 하던 중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클라이밍으로 부상을 입은 이들은 이용자의 부주의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안전시설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크게 세 종목으로 나뉜다. 정해진 루트를 최대한 빨리 올라가는 '스피드'와 정해진 시간 내 최대한 높이 올라가는 '리드', 약 4~5m의 낮은 인공암벽에서 특정 홀드(암벽에 부착된 구조물)만 타고 올라 톱 홀드를 잡는 '볼더링'이다. 대다수 실내 클라이밍 센터는 초보자와 경험자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볼더링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클라이밍 경험이 있는 이들은 특히 초보자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다고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