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이야기
중국과 대만의 반도체·가전 산업 동향, 글로벌 IT 시장에서의 영향력, 현지 경제 이슈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뉴스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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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확실히 투자 비용이 저렴합니다. 인력 구하기도 쉽고,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좋은 투자처인 것은 맞습니다." 20일 인천에서 만난 대만 반도체 기업 관계자가 중국향(向) 투자에 대해 한 말이다. 이 기업은 중국 상하이와 션젼에 판매 거점·팹(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비용이 비싼 일본이나 상대적으로 파운드리(위탁 생산) 역량이 떨어지는 미국 대신 인건비가 저렴하고 정부 보조금을 주는 중국을 택했다. 이 관계자는 "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난과 규제가 빡빡한 한국에 쉽게 투자하기 어렵다"고 했다. 미국이 최근 중국 반도체를 제지하기 위해 레거시(구형) 칩까지 제재 범위를 확대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대만 기업이 중국 투자를 늘리는 것은 제재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7나노급 칩 개발로 미국을 놀라게 한 화웨이에 대만의 '물밑 도움'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대만 정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 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 미국과의 갈등이 불가피
"중국에선 왜 나이키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면 안 됩니까? 아시아 디이밍(넘버원)은 중국 기업 아닙니까?" 항저우 야윈회(아시안게임) 후원사인 한 중국 스포츠용품 기업 관계자는 회사의 목표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이 기업은 올해 마케팅 비용의 상당 부분을 항저우 야윈회 후원에 투입했다. 야윈회를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포부를 달성하기 위해 임직원이 총동원됐다. 이 관계자는 "아시아 최대 스포츠 행사의 영향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게임이 자국 기업의 거대한 광고판이 됐다. '중국 기업은 내수용'이라는 오명을 벗고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자국의 소프트파워 위상을 선전하고 싶은 중국 공산당의 계산과도 맞아떨어졌다. 중국 재계는 아시안게임뿐만 아니라 월드컵, 올림픽 등 세계적 행사를 발판으로 세계 시장을 주무르겠다는 포부다. ━항저우에 역대급 금액 쏟아부은 中…브랜
"아이폰15요? 웃돈 주면 구해 드립니다. 나이키 운동화요? 미국 직구(직접 구매)가 밀려 있어서, 연말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요." 상하이 도심에 위치한 한 대리구매업체는 미국 제품을 주로 취급한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이나 나이키의 신상 운동화, 미국에서 판매하는 게이밍 모니터 등 현지 쇼핑몰 타오바오·징동닷컴에서 구하기 힘든 제품이 인기다. 코로나19 시기 나이키 운동화가 불태워지고, 맥도날드 불매운동이 펼쳐질 때에도 매출은 끄떡없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적어도 중국 소비자들에게는 반미감정은 먼 나라 이야기"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미국 사랑'은 각별하다. 미중갈등이 격화되면서 공개 설문조사의 반미감정은 최고 수준이지만, 지갑은 미국을 향해 열려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기술 분야 역시 미국의 제재 강화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이나 퀄컴, ARM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을 향한 구애의 손길이 잇따른다. 침체된 내수와 반도체 기업의 적자, 통제 불능의 선호도가 복합적으로 작
"일본 정부의 반도체 강화 조치를 환영한다. 우리는 일본 반도체와 계속 협력해 나가겠다." 류더인 타이지디엔(TSMC) 회장은 최근 일본향(向) 투자 확대를 묻는 질문에 위와 같이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안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 발언은 TSMC가 일본에 7개의 반도체 팹(생산시설)을 지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더한다. TSMC는 구마모토현 1공장에만 10조원을 쏟아부은 데 이어 수십조원을 더 투입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을 전망이다. 대만·일본 반도체의 밀월관계가 한층 굳건해질 것이라는 평가다. 대만 산업계가 사랑하는 국가는 일본이다. 투자나 협력 1순위는 일본 기업이고, 가전이나 차량, 전자 제품은 '메이드 인 재팬'이 최고로 대접받는다. 연초 일본 원자재업체들의 가격 인상 파동으로 일본산 '가격 쇼크'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여전히 대만에서의 입지는 견고하다. 한국에 호감을 가진 1020세대를 중심으로 삼성·LG가 반격에 나섰지만, 공고한 성벽을 무너뜨리기는
"반도체 여신이 부당한 탄압에 시달리는 중국 반도체를 승리로 이끌어 줄 겁니다." 세계 반도체를 쥐락펴락하는 AMD의 대만계 최고경영자(CEO) 수 지펑(리사 수)이 아니다. 최근 중국을 뜨겁게 달군 '반도체 여신'이라는 별명의 주인공은 화웨이의 여성 연구원 황첸첸(34)이다. 젊은 나이에도 화웨이의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진두지휘하며 칩 적층 기술 부문에서 우수한 실적을 냈다. 300만 위안(한화 약 5억원)의 인센티브와 런정페이 화웨이 CEO의 극찬은 덤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황첸첸 외에도 '반도체 영웅'이 잇따라 나온다. 중신궈지(SMIC)·칭화유니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 종사하면서 첨단 기술을 개발하거나, 해외 기업의 제의를 뿌리치고 중국 반도체 발전을 위해 힘쓰는 애국자들이다. 다른 인재들도 영웅을 보고 중국의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명령에 가까운 권고도 따라붙는다. 중국 반도체가 영웅이 필요한 난세에 놓였다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반도체 영웅에
"이거 한국 기업이 만든 거 맞아요? 우리 것보다 안 좋은데, 르쁜(일본) 기술 안 들어간 건가?" 3일(현지 시간) 유럽 최대의 가전 전시회 IFA 2023이 열리는 독일 베를린의 전시관 '메세 베를린'에 마련된 LG전자 전시관. 한 무리의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들더니 'LG' 로고가 박힌 올레드(OLED) TV로 향했다. 휴대전화를 꺼내 영상을 찍거나, TV 뒤를 열어보는 등 연구원을 연상시킬 정도로 꼼꼼히 살폈다. 직원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전시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잇따랐다. 직접 본 중국 전자업계의 벤치마킹은 남달랐다. 첩보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꼼꼼하고 치밀했다. 삼성이나 LG전자 등 한국 기업은 물론 도시바, 샤프 등 일본 기업의 제품까지 뜯어보는 모습이었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외교 방식을 뜻하는 '전랑'(늑대) 외교가 산업 부문까지 미친 듯했다. TV나 냉장고, 세탁기 기술력이 '내수용'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한·일 제품을 적극적으로 베낄 준비가 되어
"LCD 디엔시(TV)는 1000위안대 저가 모델도 있는데, OLED 디엔시는 7000위안이 넘습니다. 찾는 고객이 훨씬 적죠." 25일 베이징의 한 전자제품 판매점 관계자는 최근 TV 판매량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객이 가격이 비싼 OLED TV나 프로젝터 대신 저렴한 LCD TV를 찾는다고 했다. 특히 75형 이상의 대형 제품은 거의 구매하는 사람이 없어 가게 전광판 역할을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올해 LCD·소형 TV 외에는 판매가 적다"라며 "2~3년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체감된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휘청이면서 TV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 TV는 물론 최근 중국 산업이 힘을 주고 있는 프로젝터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구매력 저하에 1인 가구 증가, 고질병인 OLED 패널 수율 저하까지 겹치면서 중국 홀로 글로벌 TV 산업을 역행하는 모양새다. 하이신(하이센스)이나 샤오미
"코로나19 시기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는 상당히 좁혀졌습니다. 가성비나 특정 기술은 더 나은 부분도 있습니다."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먹스웨이브' 관계자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과의 기술 격차에 대해 한 말이다. 중국의 반복되는 대규모 투자와 인적 수준 향상으로 LCD·OLED에서 유의미한 기술 진보를 이뤄냈다는 의미다. 이 업체가 주력으로 삼는 투명 OLED의 투명도는 80% 수준으로, 일부 성능은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보다 낫다고 자평한다. 이 관계자는 "투자를 확대하는 중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은 계속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한국 턱밑 까지 쫓아왔다. 불황에도 대규모 투자는 물론 인수합병(M&A), 해외 인재 영입까지 열을 올린다. 저가 공세로 LCD 패널 주도권을 빼앗아 온 데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도 시장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현지 업계는 중국의 기술력 수준이 코로나 이전보다 대폭 개선됐다고 평가한다. 침체된
"28나노 공정은 여전히 전장(전자장치), 스마트폰, TV에 사용됩니다. 중국 반도체의 28나노 경쟁력은 미국의 부당한 제재에 맞설 힘입니다." 중국 반도체기업 관계자가 최근 28나노 공정 투자 확대에 대해 한 말이다. 28나노는 14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비해 기술 수준이 낮아 구형(레거시) 공정으로 불린다. 그러나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 중신궈지(SMIC) 등 중국 업계는 올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28나노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미세공정 대신 28나노에 집중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라며 "품질을 개선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업계가 구형 공정에 열을 올린다. 첨단 공정을 포기하고 28나노에 집중하면서 전용 노광장비를 개발하고, 수입량을 줄여 국산화에 나섰다. 상용화 12년이 넘은 과거의 기술이지만, 여전히 주요 IT(정보기술) 제품용 칩에 사용될뿐더러 미국의 제재도 비껴가 중국 반도체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다만 낮은 신뢰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중국 기업만 '탄파이'(탄소 배출)를 감축하라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우리도 충분히 스스로 환경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장시성의 한 제조기업 관계자는 탄소 감축 노력을 묻는 질문에 위와 같이 말했다. 이 기업은 최근 '탄소 배출량을 감축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달성하라'는 해외 고객사의 요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체 기준에 부합하고, 탄소배출권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답변했지만 갈등은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생태환경국과 긴밀히 협조해 탄소 감축 투자를 확대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으나 해외 고객사는 막무가내"라고 한숨을 쉬었다.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지구를 덮치면서 주요국 기업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특히 '세계의 공장' 중국 기업을 향한 요구가 거세다. 기업 한 곳이 국가 전체의 배출량과 맞먹을 정도의 탄소를 배출해 지구 열대화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감축 요구가 불합리하다고 되받는다. 자체 기
"중국 현지에 파견된 직원에게 웨이신(위챗)으로 메시지를 보내다가 구속될 수도 있어 각별히 주의하고 있습니다." 21일 대만 반도체 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달부터 중국에서 시행된 반간첩법(방첩법 개정안)이 업계에 중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빌미로 대만 기업인들을 탄압하거나, 핵심 기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우려다. 이 관계자는 "미국 기업도 조사를 받는 판에 대만 기업은 말할 나위도 없다"라며 "현지에 지사나 파견 직원을 두고 있는 우리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중국 반간첩법의 칼날이 바다 너머를 향한다. 시진핑 총서기(국가주석)의 지휘 아래 '찌엔디에'(간첩)를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포괄적이고 엄격한 규정을 제정하고 주요 기업을 감시하고 있다. 이른바 '못된 동생'인 대만이 주 피해자다. 이미 상당수의 대만 기업인이 출국 제한 명령을 받았거나, 계좌 동결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불황
"저희 회사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고객사의 모든 문의에도 적극적으로 답변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2월 15일) "죄송하지만, 해외 매체의 문의에는 답변드리기 어렵습니다."(7월 14일) 상하이에 본사를 둔 한 반도체 회사의 답변이다. 5달 만에 답변 내용이 180도 반전됐다. 그간 이 회사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역량을 홍보하기 위해 국내외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왔으나, 외신은 물론 해외 고객사와의 대응마저 꺼리게 됐다. 지난 1일 시행된 '방첩법'(반간첩법 개정안)의 영향이다. 핵심정보는 물론 공개된 정보라도 외국의 기관, 조직, 개인에게 제공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국가핵심기술이 대거 포함된 반도체는 특히 요주의 대상이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중국 반도체가 또 한 번 발목을 붙잡혔다. 국가 안보를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개정된 방첩법이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머무르는 외국 기업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