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육휴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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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내 배 속에 있는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보며 금연을 결심했다. 하찮아 보이는 이 존재한테 담배 냄새가 스며들면 해로울까 봐 염려됐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중에는 술도 안 마시기로 했다. 건강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체력과 정신력의 부침 없이 육아에 전념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다른 이의 강요 없는, 온전히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금연과 금주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길에서 맡는 누군가의 담배 냄새는 여전히 구수하게 느껴지고, 술병만 봐도 입에 침이 고이지만 잘 참고 있다. 사실 술·담배를 참는 것보다 더 힘든 것들이 있다. 아이를 키우며 사라져버린 부모 '개인'에 관한 것들이다. ━낚시·게임·당구의 즐거움은 어디로…━아이를 낳기 전에는 다양한 취미를 즐겼다.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하다가 당구장을 가고, 주말에는 물 때 맞춰 낚싯배를 탔다. 틈틈이 휴대폰으로 장기를 두거나 맞고를 치기도 했다. 가끔 PC를 켜면 스타크래프트 공방도 들어가고,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많은 아동 전문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권고하는 내용 중 하나는 아이가 어릴 때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이유 역시 무시무시하다. 과도한 미디어 노출은 아이의 뇌 발달을 저해시키고 사회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아이의 수면 패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실제 식당이나 커피숍에서는 아이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는 부모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애를 낳기 전에는 "부모가 좀 무책임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로 아이와 함께 외식을 해보니 이제야 그 부모들의 고충이 이해가 갔다. ━최고의 외식 도우미, 뽀로로와 아기상어━아이들은 세상 모든 게 신기할 나이다. 특히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아기들은 더 그럴 것이다. 딸과 함께 식당에 가면 손에 닿는 모든 것은 '처음 본 장난감'이 된다. 식탁에 놓인 병따개부터 휴지, 수저통 등을 손에 쥐고 흔들다 빨아먹고 던진다. 그나마 종이컵이나 물티슈처럼 던져도 소리 나지 않는 물
아이를 낳아야 부부 관계가 더 끈끈해진다는 격언이 있다. 육아 과정에서 협력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일 게다. 함께 고생하며 애를 키우는 과정에서 유대감을 느끼고 가족공동체를 강화하는 건 분명히 육아의 가장 강력한 순기능 중 하나다. 육아의 힘듦을 전투에 비교하는 이들은 부부간에 싹트는 감정을 '전우애'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모든 집이 그렇진 않다. 아기를 낳은 뒤 오히려 배우자가 미워 죽겠다는 집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극단적인 경우 나중에 이혼이나 별거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정의 외형을 깨기 싫어서, 서로에 대한 증오를 간직한 채로 "애 때문에 산다"며 부부관계의 실체적 파산에 이른 경우도 있다. 아이가 가정을 화목하게 하는 집과 아닌 집의 차이는 무엇일까. ━지속 불가능한 '쏠림 육아'━육아휴직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내의 육아 강도 개선이었다. 대부분의 외벌이 가정에서는 한 배우자, 주로 아내에게 육아의 부담이 대폭 쏠릴 수밖에 없다. 아이가 태어날 때 사용하는 2주의 배
육아 난이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아기의 수면 패턴이다. 아기가 쉽게 잠들고 오래 잘수록 부모의 표정도 밝아진다. 자기 전 거창한 통과 의례를 거쳤음에도 자다가 수시로 깨는 아기 부모들은 낮에도 항상 죽을상을 짓고 있다. 입주 도우미를 쓰지 않는 이상 밤중에 내지르는 아기의 오열 소리를 견디는 것, 다시 재우는 데 드는 노력은 온전히 부모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특히 나이 들어 아이를 낳은 부모들은 체력이 비루한 경우도 더 많다. 그래서 빨리 아기의 수면 패턴을 확립해 체력을 보전하고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주변 아기들의 수면 패턴과 환경을 조사해 봤다. 아기의 잠버릇은 타고난 기질 탓도 일부 있지만, 부모가 길들이는 데 따른 영향도 적지 않았다. ━코 고는 소리에도 잘 자는 아기, 비닐만 부스럭거려도 깨는 아기━수면 패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다. 얼마나 쉽고 빠르게 잠드는지와 한번 잠들면 얼마나 깊고 길게 자는지다. 아기가 쉽게 잠들
'우리 아이 천재설'은 적지 않은 부모들이 한 번씩 걸리는 병(?)이다. 아이가 조금만 특별한 모습을 보여도 "내가 영재를 낳은 것 같다"며 호들갑을 떤다. 사실 두뇌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 본인이 천재가 아니라면 아이도 아닐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저 아이들의 보여주는 매일매일의 새로움이, 팔불출 부모와 맞물리며 벌어지는 해프닝 정도로 이해해야겠다. '천재설'보다 더 주의해야 할 것은 '우리 아이 미숙설'이다. 끊임없이 다른 집 아이들의 발육 속도와 비교하고, 소아청소년과에서 알려주는 '백분위' 신체 발달 순위에 집착하는 것. '적정 치아는 월령 빼기 6(10개월이면 4개가 적정)' '6개월이면 기어 다니기 시작해야' 같은 말들에 매몰되는 것이다. '천재설'의 결말이 부모의 실망뿐이라면, '미숙설'은 나중에 애까지 괴롭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아기의 발달, '평균'에 울고 웃는 부모들━아이의 발달 정도가 궁금해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 보면 부모들의 말이 천차만별
아기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궁금한 게 생긴다. 멀쩡히 놀던 아이가 갑자기 칵칵 소리를 내면 기관지 문제가 아닌지 의심되고, 고개를 맹렬하게 도리도리 흔들어대면 뭔가 잘못됐을까봐 두려움에 휩싸인다. 해당 장면을 촬영했다가 소아과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에게 보여주고 조언을 얻는 데 그칠 뿐이다. 다른 집은 후기 이유식을 하루에 몇 그램이나 먹이는지, 보행기는 몇 개월부터 태워야 적절한지 알고 싶은데 정보를 얻을 곳이 부족하다. 이 많은 정보, 그리고 실시간으로 다른 육아 부모들의 의견을 알고 싶을 때 제격인 곳이 있다. 대표적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인 '맘카페'다. 그런데 대부분의 맘카페는 가입 자격을 '여성'으로 제한한다. 애 키우는 아빠로서는 무척 당혹스럽다. ━육아정보·공동구매 기회 가득해도 남자에겐 '그림의 떡'━실제로 네이버나 구글에 육아 궁금증을 검색하면 유사한 게시물과 댓글이 다수 나온다. 이 중 대부분은 맘카페에서 오간 대화 내용인 경우가 많다. 게시물을 클릭하
한 다큐멘터리에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아기 엄마를 본 적이 있다. 그는 아기를 맡긴 뒤 빠른 걸음으로 어린이집을 떠나며 "해방이에요, 해방!"을 외쳤다. 이후 헬스장에서 그룹 줌바댄스를 추며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돌고래 고음을 질러대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육아를 '지옥'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가 온종일 아이의 곁을 지키며 먹고 자고 입고 배변하는 것까지 돌봐야 해서다. 특히 갓난아이의 경우 행여 사고라도 날까 봐 항시 긴장한 상태를 유지하다 보면 누구나 "잠시만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육아에 지친 부모들에게 일종의 해방구로 여겨진다. 껌딱지처럼 종일 붙어서 집안일도 못하게 하는 아기들과 잠시 떨어져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게 과연 부모만을 위해서일까. 첫 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을 결정하기 전 또래 부모들과 많은 고민을 나눠봤다. ━"부모와의 애착" vs "아이의 사회성"━0세 아이
싸늘하다. 숟가락에 아기 손가락이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아빠 손은 아기보다 빠르니까. 아기한테 이유식 한 입, 물도 한 숟갈, 그릇 뺏기지 않게 조심. 아기한테 다시 이유식 한 입, 이제 턱받이에 흘린 거 마지막으로 긁어서… 아기가 5개월쯤 자랐을 때 액상형 이유식을 처음 먹여봤다. 분유 아닌 음식을 생전 처음 접한 아기는 정신없이 이유식을 탐했다. 턱받이와 하이 체어, 아기 온몸이 순식간에 이유식으로 뒤발했지만 그래도 안심했다. 이 정도면 이유식 먹이기 쉬운 편이라고. 아기가 9개월 차가 된 요즘, 당시의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고 성급했는지 뼈저리게 느낀다. 많은 부모가 아기 이유식을 먹이면서 정신 수양을 한다는 말을 되새긴다. 이유식 먹이는 걸 '전쟁'이라고 표현하던데, 딱 그 말이 맞는다. ━정성껏 만든 이유식 엎어버릴 때 '울컥'━첫 이유식은 주재료가 당근이었다. 아기가 정신없이 먹는 모습에 빠져 살짝 맛봤는데, 간이 전혀 되지 않아 몹시 싱거웠다. 밍밍한 이
아기와 장거리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근교 나들이는 몇 번 나가봤지만, 2시간 이상 차를 타는 건 처음이다. 육아휴직의 로망이라는 '한달살기'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강원 속초·고성에 2박3일간 머물면서 인근 숙소들 탐방을 다니기로 했다. 아이가 없을 때는 사실 지갑과 간단한 옷가지만 챙겨도 됐다. 아기와의 여행은 준비부터 남달랐다. 옷가지부터 젖병, 분유, 온수기, 유모차, 기저귀, 약품, 아기 전용 수건, 아기띠, 간단한 장난감 몇 가지 등을 챙기니 차 트렁크가 이내 가득 찼다. 준비물은 챙기면 그만인데, 더 큰 난관이 있었다. ━온돌방이라더니 침대는 왜…━사흘 동안 머물 숙소를 정하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 최우선 고려 사항은 아기가 자는 환경이었다. 자는 동안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침대에 가드가 설치된 곳을 찾아봤지만 거의 없었다. 그나마 있는 가드들은 낙상의 아픔을 아는 유아들을 위한 수준이라, 거침 없이 침대 밖으로 몸을 던지는 영아들을 보호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차
회사에서 매달 월급이 나오듯 육아휴직을 하면 휴직급여도 자동으로 나오는 줄 알았다. 그래서 5주차 육아휴직기 제목은 원래 '첫 휴직급여 받아보니'였다. 2월 중순에 휴직을 시작했고, 월급처럼 3월 25일 통장에 휴직급여가 들어올 걸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장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휴직 직후 세상 친절한 인사팀 차장님이 "육아휴직 확인서를 등록했다"고 알려줬는데, 어찌 된 일일까. 고용노동부 콜센터 1350과의 통화, 고용24(www.work24.go.kr, 옛 워크넷) 홈페이지와 유튜브 탐방을 거친 끝에 그 이유를 알아냈다. ━고용보험 위에 잠자는 자, 급여 받지 못한다━'텅장'이 된 이유를 알기 위해 1350을 먼저 찾았다.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인 1350은 전화 연결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상담원은 다른 센터에 비해 몇 배 많은 편이지만, 민원인은 몇십배 많기 때문일 게다. 주로 실업급여 상담이나 직업훈련 등을 원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전화를 많이 한다. 첫 ARS
아기를 키우면서 당황했던 적이 많지만, 그리 위험한 순간은 없었다. 대부분 상황 자체를 처음 맞닥뜨리는 데서 온 당혹감에 그칠 뿐이었다. 그런데 아기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아파하고, 정신을 못 차리는 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경험이었다. 자칫 입에 담기도 힘든 일이 생길까 봐 겁이 나고 부모의 몸까지 덜덜 떨린다. 일요일 자정, 잠들려던 아기가 갑자기 온몸에 강한 경련을 일으켰다. 깨워서 말을 걸어도 반응이 시원찮다. 초점이 풀린 눈동자는 부모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숨소리도 평상시와 다르게 가늘었다. 울음을 터뜨리면 호흡이 돌아온다던데, 아무리 등을 두드려도 울지 않는다. "제발 울어보라"며 아기 등을 연신 두드리던 장모님이 먼저 울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병원 응급실 운영이 어렵다는 뉴스가 생각났다. 구급차를 탄 채 응급실을 뺑뺑이 돌다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는 소식도 떠올랐다. 주말 밤, 갈 수 있는 병원을 찾아볼 여유도 없었다. 남은 선택지는 119 신고뿐이었다. ━다급
양가 부모님 중 한 집이라도 같은 지역에 있다는 건 육아에 있어 '천운'에 해당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를 도와주는 양가 부모님은 '신'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집이더라도, 부모님 손을 빌릴 수 있다면 시터를 고용하는 대신 도움을 요청한다. 생판 남보다는 가족이 훨씬 낫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수도권에 있는 손자·손녀를 돌보기 위해 지역에서 할머니만 올라오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그런데 가끔 조부모 육아 과정에서의 갈등 사례들도 들려온다. 양육 방식의 차이에 따른 것도 있지만, 용돈을 너무 적게 드리니 섭섭해하셨다는 얘기가 꽤 많이 들린다. 팍팍한 육아에 구원의 손길을 내려주시기만 해도 그저 감사할 것 같은데, 집집마다 저마다의 상황은 다른 모양이다. ━"월 최소 300만원" vs "감사하는 마음만으로 충분"━우리집은 주중에는 부부가 돌아가며 아기를 보고, 힘들면 주말에 처가로 가 장모님께 아기를 맡긴다. 이때 얼마나 용돈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래서 '주변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