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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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빠르면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민생과 경제·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자가 말한 대로 이번 추경은 시급성을 요한다. 전쟁 장기화 전망으로 국내 경제 피해는 현실화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처음으로 1510원선을 돌파했고 코스피시장에선 올들어 여섯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산업계에선 '4월 에너지 위기설'이 나올 정도다. 박 후보자는 위기 상황을 고려해 추경에 공급망 안정을 위한 품목 확보, 석유 비축 경로 다변화 등의 노력을 담겠다고 밝혔다. 피해산업을 지원하고 물류 운송 부담을 고려하겠다고도 했다. 우려할 점은 추경으로 소비를 끌어올리겠다는 대목이다. 박 후보자는 "재정 지출만으로 경기를 완전히 회복시킬 수는 없어 민간 소비 촉진이나 기업 투자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 추경 사업에 청년실업 해소 방안을 넣어야 한다는 주문에 "추경 목적에는 대량실업 대응도 있는 만큼 당연히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총부채 규모가 사상 최초로 6500조원을 돌파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3분기말 기준 정부부채는 1251조원, 가계부채는 2342조원, 기업부채는 2907조원을 기록했다. 1년 사이 정부부채가 9. 8% 증가했고 가계·기업부채는 각각 3. 0%, 3. 6% 늘었다. 이 가운데,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해 4분기말 48. 6%로 1년 만에 5. 0%포인트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122. 8%), 영국(81. 1%), 일본(199. 3%) 등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상승폭이 가팔라졌다. 지난해 정부의 국고채 발행규모는 전년 대비 43% 급증한 226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도 225조7000억원 규모 국고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한국은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도 89. 4%로 캐나다(100. 4%)에 이어 2위다. 이런 가운데, 은행 연체율이 11년 새 최고 수준으로 오르며 가계대출 및 은행 부실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또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대전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지난 20일 불이 나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쳤다. 불은 오후 1시17분쯤 1층에서 발생해 순식간에 2~3층으로 퍼졌다. 자정이 가까워서야 완전히 꺼졌다. 건물이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인 데다 공장 내부에 폭발 위험이 큰 나트륨이 쌓여 있어 진화가 지연됐다. 참사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여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사망자 대부분은 건물 2층에 있는 헬스장에서 발견됐다. 해당 헬스장은 임의로 조성된 공간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소방 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점검을 피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번 화재는 2024년 발생해 23명이 사망한 경기 화성시 리튬배터리 업체 아리셀 화재와 여러모로 유사하다. 아리셀 화재는 리튬이 폭발하며 열폭주 현상을 일으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이번 화재 공장에서 보관했던 나트륨도 리튬과 마찬가지로 물과 반응할 경우 폭발할 위험이 크다. 물이나 일반 소화기로 대응이 불가능하다. 아울러 두 공장 모두 샌드위치 패널 구조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9일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미국에 대한 지지를 표하면서도 정식 정전 합의 전까지는 자위대 파견이 어렵다며 군함 파견요구를 완곡히 거절했다. 중동전쟁 확전과 함께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의 선택도 복잡해졌다. 미·일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중일 등 5개국을 상대로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이후 처음 이뤄진 정상회담으로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다카이치 총리는 파병은 에둘러 피하는 대신,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을 포함한 73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2차 프로젝트와 트럼프에 대한 '칭찬 세례'로 회담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했다. 수입 원유의 93%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일본은 한국보다 한발 앞서 해협 봉쇄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주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등 7개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동참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성명 발표 하루 뒤에야 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BTS(방탄소년단)의 컴백 공연 '아리랑'이 21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진다. BTS 멤버들의 군 복무에 따른 공백 이후 완전체 컴백을 알리는 무대로 경복궁, 광화문 등 한국의 대표문화 유산을 배경으로 K팝 공연이 이뤄진다는 의미도 있다. 일단 공연에 2만 2000명의 공식 관객 외에도 광화문광장, 숭례문, 명동 등에 세계 각국에서 온 26만여 명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안전이다. 광화문광장은 개방된 야외 공간이지만 인근에 건물들이 밀집한 만큼 대규모 행사와 집회 등을 치렀던 경험을 살려 인파를 적절히 통제하고 주변 공간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해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 상혼, 암표 등도 근절될 필요가 있다. 2013년 데뷔한 BTS는 K팝 최초로 빌보드차트 핫100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K팝의 성공을 공식화한 그룹이다. 유튜브와 SNS 등을 넘나들며 아미(위버스 가입자 기준 3000만명 이상)로 상징되는 글로벌 팬덤을 일궜고 멤버 7명 전원이 처음부터 스스로 작사, 작곡에 참여하는 등 단순한 아이돌그룹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중국이 세계 수출 1위 품목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며 한국과의 격차를 벌렸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세계 수출 1위 품목 수 2087개로 1위를 꿰찼다. 한국은 수출 1위 품목 수 81개로 세계 10위에 턱걸이했다. 지난해 1조1900억달러라는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한 중국은 이미 한국 수출의 가장 강력한 경쟁국이다. 작년 한국경제인협회가 10대 업종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5개 업종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반도체, 조선, 바이오 등 한국이 우위를 가진 5개 업종도 2030년에는 모두 중국에게 따라잡힐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과학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네이처 인덱스'에서 1위 중국과학원(CAS)를 비롯해 중국 대학·기관이 상위 10위권 중 9곳을 싹쓸이하는 중국의 '과학굴기'가 이미 '기업굴기'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이 보조금, 지분투자, 세제 혜택을 총망라한 정책지원 패키지로 초격차를 더 벌리는 점도 우려된다.
이란전쟁발 고유가에 대응하기도 벅찬데 미국 사모대출 부실에 따른 유동성 위기 가능성까지 대두됐다. 사모대출은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에 직접 제공하는 비공개 대출이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하면서 생긴 대출 공백을 채우며 급성장했다. 최근 미국에서 AI(인공지능)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등 업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회사를 위주로 사모대출펀드 환매 중단 사례가 잇따르자 월가를 중심으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금융권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2개 주요 증권사를 통해 해외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17조원에 이른다. 1년새 23% 증가했다. 실제 투자된 자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한다.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를 포함해 상당수 기관과 보험사들이 국내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해외 펀드에 직접 투자했는데, 구체적인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회색코뿔소는 눈앞에 보이지만 경고를 무시하고 방치한 위험을 뜻한다.
지난달 청년(15~29세) 취업자가 14만6000 명 감소했다. 청년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수)은 2024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22개월 연속 하락했다. 청년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데, 청년 일자리는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률이 30대 이후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청년실업률은 7. 7%로 2021년 2월 이후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신입공채보다 경력직 위주 수시 채용을 선호하고 있고 건설·제조업 업황이 부진해 청년 취업난이 심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말은 이제 입이 아플 정도다. 청년층 일자리 늘리기는 역대 정권의 해묵은 숙제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게 아니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다. 노조가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이 사람을 뽑는 데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주52시간제와 노란봉투법 등으로 대표되는 고용 규제는 채용을 주저하게 만든다. 내부자들의 권익을 증진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이들에겐 높고 두꺼운 장벽이 된다.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9. 16% 상승했다. 상승폭이 더 컸던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18. 67% 올랐다. 보유세 부담은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가 60%까지 상승한다. 공시가격 인상률은 한국부동산원이 2월에 내놓은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13. 5%)을 뛰어넘은 것이고 국토교통부도 보유세 강화방침을 고수하면서 과도한 세부담 우려가 커진다. 서울 강남권뿐 아니라 마포·성동 등 한강벨트 아파트도 세금이 30%정도 늘어난다.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도 지난해 31만여가구에서 48만여가구로 늘어난다. 공시가격은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소득층이 아닌 급여생활자나 연금생활자 등 은퇴연령층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많아야 수천만 원인 세금부담보다 집값 상승폭이 수억~수십억 원으로 크지 않냐는 반론도 있다. 이 때문에 보유세를 부담할 능력이 안 되면 집을 팔거나 거주지를 옮기라는 압박으로도 읽힌다. 정부도 이들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집값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전쟁 추경을 신속하게 편성해 주실 것을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취약계층에 대해 소득지원을 하되 지방에 '획기적으로' 지원하라고 당부했다. 기획예산처는 이르면 다음주 중 추경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번 추경 규모는 현재까지는 최대 20조원이 예상되지만 12월 결산법인 법인세 신고 내역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추경 재원을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법인세 증가분 등 초과 세수로 조달할 계획이다. 위기 전개 상황에 따라 국채 발행도 아예 배제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출은 석유류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기업 손실 보전과 물류 ·운송업계 유류비 경감, 서민·소상공인 에너지 바우처 지원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대통령이 소득지원을 언급함에 따라 대국민 직접 지원 비중이 커질 수 있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성장률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경 편성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다만 지방선거를 80일도 채 남겨두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않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의 관객이 이달 15일까지 134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보유한 '서울의 봄'(1312만여명)을 제친 것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K팝을 다룬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2관왕을 차지했다. 2월4일 개봉한 '왕사남'은 지난 주말에도 약 100만명의 관객을 추가로 모았다. 평일에도 하루 10만~20만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아 1400만명 돌파도 눈앞에 와 있다. 미국 등 북미지역에서도 개봉해 이전 최대 흥행작인 '극한직업' 등을 넘어 역대 최대매출을 기록 중이다. 조선 단종의 비극적 죽음이라는 누구나 아는 역사에 통치자의 민초들에 대한 사랑, 정쟁보다 등장인물 간의 연대와 희망 등을 끄집어내 일궈낸 성과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시선을 돌렸던 관객들이 촬영지인 강원 영월 등을 찾을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주연급 배우들도 고액 출연료를 고집하기보다 흥행성적에 따른 러닝개런티를 받는 방식을 취해 제작비 부담을 덜어줬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원자력발전소 이용률을 현행 60% 후반대에서 8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석탄 발전에서 설비 용량 80%까지만 가동하는 상한제도 해제한다. 이란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한국전력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가계나 산업계에 연쇄적으로 부담이 가중된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기 위해 담당 부처까지 '기후에너지환경부'라는 이름으로 통폐합했던 정부·여당이 오죽했으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석탄발전까지 들고 나왔을까 할 정도다. 그런데 그간 진행된 에너지믹스 정책이 최근과 같은 지정학적 사태에 따른 위기를 키운 면이 없지 않다. 2024년 기준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원전이 31. 7%,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가 각각 28. 1%다. 10년 전인 2015년과 비교하면 석탄이 11. 2%포인트 하락했고, LNG는 9%포인트 상승했다. 원자력은 0. 5%포인트 상승해 거의 그대로다. 석탄발전 감소분을 LNG와 신재생에너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