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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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가 달아오르면서 금융사와 공공기관 이전 요구 등 공약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역 유권자들에 호소하겠다는 목적이 우선이지만 하반기에 나올 예정인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구상과도 맞물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들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우선 여야 대구광역시장 후보들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IBK기업은행 대구 이전을 공약으로 내놨다. 대구시가 중소기업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신용보증기금 본점이 대구에 위치한 만큼 이전시 적극적 중소기업 자금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논리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도 이전 관련 공약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앞서 부산 이전 공약이 대통령선거와 총선을 거치면서 구체화됐다 번복됐던 적이 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또다시 꺼내들었다. 금융당국도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 가능성과 금융감독원 이전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호르무즈해협 내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 운용 상선에서 폭발에 따른 화재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이란의 공격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해협을 개방하기 위한 군사작전(프로젝트 프리덤)에 동참할 것을 우리 정부에 촉구했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붕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우리 국민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인근 국가나 전문 조사기관과 협력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기뢰나 드론, 미사일 등에 의한 피격인지 내부 결함 등에 따른 단순 화재 사고인지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 해당 해역에서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론 그 우방국 선박을 정당한 공격 대상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만약 이란의 공격으로 드러난다면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와 한국 선박의 안전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사회에 심각성을 알리고 항행 안전을 위한 국제적 대응을 촉구해야 한다.
중국 전기차가 내수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 신규 등록 전기 승용차 7만 78대 중 36. 5%인 2만 5595대가 중국산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보다 14. 8%p 급증한 수치다. 연간 점유율은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급성장 중인 BYD에 이어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가 5월 전시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샤오펑, 체리자동차, 샤오미 등도 한국 직접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안방 공습이 본격화됐다. 직접 진출만이 아니다. 르노코리아는 지리자동차의 지분 투자를 받아 핵심 기술을 적용했고, KG모빌리티도 체리자동차와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다. 소비자 거부감을 낮추는 동시에 국내 자동차 부품 생태계를 중국 기술에 종속시키는 전략이다. 배터리와 모터, 전장 부품까지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 산업 주권은 위태로워진다. 막대한 보조금을 받아온 중국 업체들의 전기차는 이미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낮다. 국내 기업이 정상적인 가격 경쟁을 벌이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상황이 절박한데도 정책적 방어막은 허술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1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2011년 창사이래 전면 파업은 처음이다. SK하이닉스 하청업체 노조는 원청업체인 SK하이닉스와의 성과급 차별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과 더불어 반도체 호황으로 촉발된 성과급 논란이 커지면서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약 14%의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지급,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이 6. 2%의 임금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을 제시하면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결국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특성상 공정이 잠시만 멈춰도 투입된 원료와 제품이 전량 폐기된다. 사측은 파업이 5일간 이어질 경우 손실이 6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 노조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상한없이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오는 21일부터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이 바이오, 반도체뿐 아니라 전 산업에서 맹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두기업의 파업은 위기감을 던진다.
지방은행의 대출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1분기 기준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의 평균 연체율은 1. 3%다. 5대 시중은행 평균의 3배 수준이다. 은행권에서 위험 수위로 간주하는 연체율 1% 선을 5개 지방은행 모두가 넘어선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지방은행의 연체율 급등은 인구 감소, 소비 위축 등 지역 경제 침체로 중소기업·자영업자에 집중된 대출 부실이 심화된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인한 건설사 PF 대출 부실과 담보가치 하락도 겹쳤다.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와 고신용자 위주의 시중은행 영업이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지방은행으로 중·저신용자 쏠림이 심해진 점도 작용했다. 현재 상황은 돈을 더 빌려주거나 만기를 연장해주는 식의 단기 유동성 지원만으로는 타개할 수 없다. 부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포용금융'과 '건전성 관리' 사이의 균형을 정교하게 잡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취약층을 지원하는 상생금융은 필요하지만 속도와 실적에 얽매여 은행의 부실 대출 위험성을 키우거나 역마진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제조업 숙련 노동자가 쌓은 노하우(암묵지)를 AI(인공지능) 학습데이터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노동계가 반발한다. 정부는 제조 명장의 경험과 직관, 판단이 녹아든 암묵지를 활용하는 '제조 암묵지 기반 AI 모델개발 사업'을 통해 AI 전환을 가속화하고 제조업 혁신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기업이 고숙련 노동자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질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인구 고령화와 고숙련 인력 은퇴로 수십 년간 쌓아온 제조 현장 노하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노동계가 무조건 반대할 상황만은 아니다. 제조 현장에 청년 노동자 유입이 끊기고 위험·고난도 공정을 중심으로 구인난이 심각하다. 기업이 문을 닫아 기술이 그대로 사장되는 경우도 많다. 사람과 함께 기술이 사라지는 상황을 막고 미래 세대에게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서는 데이터화가 좋은 대안이다. 이미 일본에서 베테랑 노동자의 위험 판단 노하우를 데이터화해 산업재해를 예측하는 AI 시스템이 등장하는 등 암묵지 AI 모델 개발은 해외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7일(현지시간) 한국의 망 사용료 부과 움직임을 미국 수출업체가 직면한 '10대 터무니없는 무역 장벽'으로 지목했다. USTR은 "한국만 예외적으로 망 사용료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를 호도한 것이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고, 미국 기업에 망 사용료가 부과된 적도 없다. 청와대는 공식입장을 내고 "USTR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통과된 법안도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이 팩트시트를 통해 합의한 '디지털 비차별 원칙'은 변함없이 이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국가의 기업을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겠다는 것을 재확인하며 불필요한 통상 마찰의 소지를 차단한 것이다. 미국의 압박 이면에는 자국 빅테크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국내 트래픽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구글 등 미국 빅테크 3사는 망 중립성을 핑계로 비용을 회피하고 있다. 반면 트래픽 비중이 8%대에 불과한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은 매년 수백억 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어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대만 법원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에서 첨단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기밀을 빼돌린 전 TSMC 직원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기술 유출에 대해 대만 개정 국가안전법 경제간첩죄를 적용한 첫 판결이다. TSMC 출신 엔지니어가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으로 이직한 후, 납품을 노리고 TSMC 엔지니어로부터 2나노 공정 도면을 빼낸 혐의다. 2022년 대만은 국가안전법 개정안에 '국가핵심관건기술 경제간첩죄'를 신설하며 첨단산업 보호를 강화했다.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국가핵심관건기술을 유출할 경우 5~12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최대 1억대만달러(약 47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다. 대만이 기술 유출에 철퇴로 엄벌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솜방망이다. 지난 주 서울고법은 18나노 D램 공정 정보를 중국 D램업체인 창신메모리(CXMT)에 무단으로 넘긴 삼성전자 전 부장 김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6년 4개월과 벌금 2억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사안의 중대성은 한국의 기술 유출이 대만보다 훨씬 크다.
혼다코리아가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주 자동차 판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2003년 한국에 진출해 한 때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던 브랜드지만 작년 고작 1951대를 판매해 16위에 머물렀다. 글로벌 혼다도 전기차 전환 전략 실패로 최근 대규모 손실을 내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혼다는 '기술의 혼다'라는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며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위상을 떨쳤다. 2017년 단일 브랜드로 글로벌 판매 순위 5위권에 들었고 2018년에는 역대 최대 판매를 달성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부진이 심화하면서 최근 수년 동안 판매량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기차 라인업 경쟁력을 앞세워 북미와 인도 시장 등지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는 현대차와 대조되는 흐름이다. 혼다는 내연기관 명성에 매몰돼 AI(인공지능)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흡수하지 못했다. 테슬라, 현대차 등에 비춰 전동화 속도가 늦었다. 중국 업체들에게는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뒤졌다. 혼다가 2000년 내놓은 세계 최초의 이족 보행 로봇 아시모는 하드웨어에만 치중한 나머지 AI 학습으로 무장한 로봇들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사상 초유의 메모리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은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노트북은 물론 디스플레이 산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 수요 위축으로 연결돼서다. 1분기에만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분기 대비 각각 50%, 90% 급등하면서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최대 10% 이상 역성장할 전망이다. 부품원가에서 20%를 차지하던 메모리 비중이 40%까지 상승해 가격인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수요 위축은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출하 감소로 이어져 삼성디스플레이까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 세계 노트북·PC 시장도 메모리발 가격 인상으로 작년보다 5% 쪼그라들 전망이다. 스마트폰·가전·TV 등 완제품 사업을 맡은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DX부문은 비용 30% 감축 추진과 더불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종전을 위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들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공급망 위기가 지속되면서 에너지 외에도 농축산물 수급과 식량 수송 등 국내 식량 안보에도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농작물 생산에 필수적인 질소 비료는 천연가스(LNG)를 원료로 생산되는데, 3월 한 달간 LNG 운반선의 통행은 거의 중단됐다. 3월 천연가스 가격은 전월보다 60% 이상 올랐고 비료의 또다른 원료인 요소 가격도 한달 사이 38% 이상 뛰어올랐다. 옥수수, 대두 등 사료용 곡물을 생산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중국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주요 교역 품목인 밀, 대두, 옥수수 가격도 각각 4. 3%, 8. 3%, 3. 4% 상승했다.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2. 4% 오른데다 2분기에는 6. 4% 상승 전망까지 나온다. 우리는 곡물 자급률이 21. 6%에 불과한데다 배합사료의 핵심인 옥수수와 대두는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곡물과 축산물 가격 상승 여파로 밥상물가, 외식물가는 이미 치솟아 국민의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 주 서울고법이 '삼성그룹 급식 과징금' 사건에서 삼성 계열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2349억여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법원은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부당지원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되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도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취소 판결이 내려진 과징금은 국내 대기업집단 부당지원 사건 중 사상 최대 규모였다. 부과 때부터 '삼성'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과하게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그룹에는 총수일가 사익 편취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형사재판을 받는 이들의 고충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 판결 말고도 공정위가 무리한 법적용을 했다는 지적을 받은 사례는 많다. 작년 법원은 △네이버 쇼핑 검색 알고리즘 조작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카카오 멜론 구독취소 방해 건 등에서 공정위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기업이 법원에서 승소했다고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