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세계 각지에서 전해지는 다양한 현장 소식과 심층적인 국제 이슈 분석을 통해 독자들에게 글로벌 시각을 넓혀주는 코너입니다. 최신 국제 뉴스, 현지 취재 리포트,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루며, 독자들이 세계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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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 미국은 중국을 향해 고율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분쟁을 시작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미국의 압승을 예견했다. 중국이 'G2(주요 2개국)'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고 해도 세계의 경찰이자 세계 무역의 중심, 그리고 달러 패권을 쥔 미국의 압박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건 무리였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하다 끝이 날 것이라고 봤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순진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가장 최근 사태로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같은 크고 작은 일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국제 질서를 다시 쓰게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만 봐도 그렇다. 러시아를 혼내주겠다던 미국과 유럽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그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한 배를 타고 상호보완적 경제 공동체로 변신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같은 큰 의미의 권위주의
터치런(Touch Run)의 시대다. 은행 앞에 굳이 줄을 서지 않아도 내가 맡긴 예금은 모바일에서 손가락 까딱 하나로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뱅크런이 아니라 터치런이다. 씨티그룹 제인 프레이저(CEO)도 기겁할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모바일 앱과 버튼 클릭 몇 번으로 수백만불을 움직이는 고객들 능력이 금융계의 게임체인저"라고 했다. 미국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적잖이 당황한 거 같다. 알다시피 자산 미스매치가 있었고 18억 달러 손실이 찍히자 정보를 알아챈 예금자들이 돈을 옮겨버렸다. 3월 8일에 손실 뉴스가 나왔는데 이튿날인 9일 하루에 420억불(54조원)이 빠졌다. 그런데 석연찮은 문제가 있다. 멍청한 SVB 경영진도 문제이지만 그를 가이드한 이들이다. 자산 미스매치를 중개한 대형투자은행들이 있는데 이들이 위기 사태에서도 SVB 부자고객들에겐 이 은행 가망 없으니 돈 옮기라고 부채질 했다는 거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CDO(부채담보부증권)를 팔고, CDS(관련
2020년 5월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일, 리커창 중국 총리의 말 한 마디가 파장을 불러왔다. 기자회견에서 "중국 (소득 하위) 6억명의 월 소득이 고작 1000위안(약 18만8000원)밖에 안 된다"고 했는데 시진핑 국가주석의 '샤오캉 사회(모든 인민이 편안하고 풍족하게 사는 사회) 완성'을 비꼬았다는 풀이 때문이었다. 그럴 만했다. 샤오캉 사회는 원래 덩샤오핑이 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2021년까지 완성하겠다고 선언한 구호였다. 그 바통을 장쩌민, 후진타오에 이어 시진핑 주석이 물려받았는데 자신의 치세에 이르러 이 과업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터였다. 샤오캉 사회 기준은 2020년 국내총생산(GDP)을 2010년의 두 배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자신의 시대에 중국이 주요 2개국(G2)에 올라서고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넘어섰다는 점을 들어 샤오캉 사회 완성의 축포를 쏘아 올렸다. 이런 와중에 리 총리 발언은 "전 인구의 절반가량이 여전히 가난뱅이인
정찰 풍선 사건 초기, 고작 풍선 하나가 세계를 뒤흔들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중국이 풍선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그저 민간 기상 관측용이라고 해명하면서 적당히 봉합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다수였다. 그러나 미국이 며칠간 풍선을 따라다닌 끝에 격추하면서 사건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격추 결정까지 사흘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많은 경우의 수를 따졌을 것이다. 기껏 풍선 하나 때문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중 계획을 망칠지, 세계 제일 강대국으로서 위엄을 세우며 바람에 풍선 흐름을 맡길지. 그의 선택은 '강한 지도자'로서 면모였다. 이어 미국 언론들로부터 쏟아지는 갖가지 후문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정 장악력에 대한 의문, 중국 지도부 내 소통 문제 같은 것들이었다. 중국 흔들기다. 익명의 외교 전문가 말이다. "중국 정부 내 사람들은 미국발 기사들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흔하디흔한 풍선 하나로 얼마나 많은 얘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자기들도
지난해 12월7일 중국이 일상적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폐지하면서 3년을 이어오던 '제로 코로나'를 폐기했다. 그리고 딱 3일 뒤 기자와 가족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감염 사실은 항원 진단키트를 통해 알게 됐다.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다. 자가 진단 직전 PCR 검사 결과에서는 가족 모두 음성이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들을 동료 특파원들로부터 전해 들었던 터라 증상이 나타나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가 진단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베이징을 뒤덮고 있었다. PCR 검사 폐지를 발표할 당시 베이징 시민 30%가 감염됐었다는 추정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90% 넘는 사람들이 감염됐다고 한다. 베이징 거주 지인들 중 지금까지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걸로 봐선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 통계는 '카더라'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증상이나 자가 진단 결과 양성이 확실한 사람조차 음성으로 표시하는 PCR 검사 신뢰성이 무너
1999년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 사람이 대뜸 "콘니치와"라며 말을 걸었다. 나는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설명했더니, "남한·북한 중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보통 미국인들에게 동양은 곧 일본이었다. 이제 길을 다니다보면 "니하오"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옆에 중국사람이 있는지 고개를 돌려 살펴보면 동양인은 나뿐이다. 내가 한국인임을 밝히면 그제서야 '김치, 삼성, BTS'라는 단어가 들려온다. 미국 내 중국인 또는 중국계 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이제 웬만한 동양인은 중국인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다. 이미 중국어는 스페인어와 함께 미국 공립학교에서 제공하는 대표적인 제2외국어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계속되는 미·중 갈등으로 양국 간 감정의 골은 아직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메리칸 라이프'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지대하다. 미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
장쩌민의 상하이방과 후진타오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세력 중 어느 한쪽이 2007년 차기 최고 권력 자리를 양보했다면, 무명의 시진핑이 신데렐라로 등장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중국은 어떤 모습일까. 베이징 거주민으로서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봉쇄 수위를 바라보며 이런 가정을 요즘 자주 한다. 두 세력의 충돌 끝에 어느 당파에도 속하지 않았던 시진핑 상하이시 당서기는 그해 상무위원으로 발탁되고 5년 뒤인 2012년 최고 권력자로 우뚝 섰다. 그는 권력을 움켜쥐자마자 반부패 운동으로 상하이방 핵심들을 줄줄이 숙청하고 이번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리커창, 왕양, 후춘화 등 공청단 출신 거물들을 중앙 정치 무대에서 몰아내면서 명실상부한 1인 시대를 열었다. 시자쥔(시진핑 측근들)이 득세하는 중국은 더 이상 집단지도체제를 자랑거리로 삼아온 공산당 국가가 아니다. 불과 한 달 전 당대회 기사를 쓸 때 일련의 사태들은 해석의 영역일 뿐이었다. 그러나 현재 베이징에서 벌어지는 일들
경제가 정권을 심판하는 시대다. '제2의 대처'를 꿈꿨던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재임 44일만에 사임을 발표했다. 자신의 정치적 이념에 몰입해 현 상황에 맞지 않는 경제정책을 내놓은 것이 치명적인 독이 됐다. 대책 없는 감세, 재정정책 발표에 금융시장은 요동쳤고 파운드화는 폭락했다. 영국발 경제위기론이 급속히 퍼졌다. 영국 중앙은행은 긴급 진화에 나서야 했다. 영국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트러스 총리는 자신이 임명한 재무장관을 해임하며 끝까지 버텼지만, 역사상 '최단기 총리'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트러스 총리의 사임으로 이번 사태가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사임 발표 다음날인 지난 금요일 영국 파운드화는 장중 전날보다 1% 이상 하락한 1.11달러선까지 미끄러졌다. CNBC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2명의 외환전략가들은 연말까지 파운드화가 1.07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노무라 전략팀은 파운드화가 4분기까지 0.98달러까지 하락하는 '역전'이
올 2월 일이다. 옆집에서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집 전체를 뜯어고쳤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드릴 소리가 끊이지 않고 온갖 쓰레기와 자재들이 들어오고 나갔다. 하루 종일 먼지가 자욱했다. 인부들은 현관 문을 활짝 열고 일을 했다. 우리 집 현관 문틈으로 걷잡을 수 없이 먼지가 들어오더니 거실에 먼지가 쌓였다. 하루에 몇 번을 쓸고 닦아도 소용 없었다. 인부들에게 문을 닫고 일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화도 내봤지만 헛수고였다. 하루는 중국인 지인이 집에 놀러 왔다가 집안 꼴을 보더니 옆집을 찾아가 한바탕 뒤집어놨다. 그 뒤로 먼지 날리는 일이 없었다. 지인은 말했다. "시골에서 올라와서 험한 일 하는 사람들인데 저 사람들하고는 도대체 말이 안 통한다. 세게 나가야 한다." 인부들은 농민공들이었다. 시골에서 배운 것 없이 도시로 올라와 저임금에 온갖 궂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이들이다. 그들이 없으면 도시는 굴러가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도시민들은 그들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업신여긴다.
지난 2일 뉴욕 맨해튼 트라이베카 인근의 고층 건물에서 52세 남성이 추락해 숨졌다. 뉴욕 경찰청은 사망자의 신원을 이곳에 거주하는 구스타보 아르날이라고 확인했고, 뉴욕시 검시관실은 자살로 결론 내렸다. 4일 미국 가정용품 소매업체 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BB&B)는 성명을 통해 아르날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미국의 유명 대기업들에서 20년 이상 고위직으로 근무한 재무통으로, 2020년 5월 BB&B의 CFO로 영입됐다. 그는 사망 이틀 전인 8월31일, 투자자들에게 150개의 점포를 폐쇄하고 직원의 20%를 해고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전달했다. 이미 CEO를 비롯해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매장책임자(CSO)등을 포함한 최고경영진 다수가 회사를 떠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인의 어깨는 더 무거웠을 것이다. BB&B는 최근 심각한 경영난 및 주가조작 소송에 휘말린 상황이다. 게임스톱의 라이언 코헨 회장의 대규모 투자 소식에 지난 8월 중에만
두 장의 사진이 있다. 위는 2007년 전국인민대표회의(이하 전인대), 아래는 2022년 전인대 개막식이다. 중앙에 자리 잡은 이는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시진핑 현 국가주석이다. 차이가 느껴지는가? 국가주석과 상무위원들 사이 간격이 후진타오는 같고 시진핑은 크다. 공간의 넓고 좁고는 그 사람의 힘과 비례한다. 상무 방보다 좁은 사장 방이 없듯이. 사진에서 금방 알 수 있듯 시진핑 주석 시대에 이르러 그의 힘은 과거 지도자들보다 강력하다. 사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중국 최고권력 집단으로, 권력 서열이 있을지언정 상하관계는 아니었다. 모순된 말 같지만 적어도 지향점은 그랬다. 집단지도체제인데 이것은 집단지성을 표방한다. 가능한 최선의 결론을 도출하고 오류를 피하기 위한 장치다. 특정인의 독주를 막는 장치이기도 했다. 시 주석은 넓은 공간만큼이나 의사 결정권도 크다. 중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키우겠다는 중국몽에서부터 코로나19로부터 완벽한 안전지대로 만들겠다는 제로 코로나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주택 임대료가 가장 높은 도시는 어딜까. 렌트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1위는 '저지시티'다. 이곳의 평균 월 임대료는 5500달러로, 보스턴(4878달러), 실리콘 밸리의 팔로알토(4672달러) 등을 제치고 미국에서 집을 빌리는 데 가장 비싼 도시가 됐다. 임대료는 1년새 66%나 뛰었다. 저지시티는 맨해튼·브루클린·브롱스·퀸즈·스태튼 아일랜드에 이어 뉴욕시의 소위 6번째 자치구로 불린다. 뉴욕주가 아닌 뉴저지주에 있지만 허드슨 강 건너 맨해튼을 마주보고 있어, 넓고 쾌적한 새 아파트를 원하는 뉴요커들이 눈독을 들여왔다. 뉴욕시는 정확한 계산을 위한 제반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임대료 순위 조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업체 더글라스 엘리먼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의 평균 월세는 지난 6월 기준 5000달러 이상으로 사실상 '넘버 원'이다. 실제로 맨해튼의 임대료는 살인적인 수준이다. 위치와 집 크기에 따라 월 1만 달러(약 1300만원)를 내도 반지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