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소매업체의 추락 [특파원칼럼]

미국 대표 소매업체의 추락 [특파원칼럼]

뉴욕=임동욱 특파원
2022.09.07 04:01

지난 2일 뉴욕 맨해튼 트라이베카 인근의 고층 건물에서 52세 남성이 추락해 숨졌다. 뉴욕 경찰청은 사망자의 신원을 이곳에 거주하는 구스타보 아르날이라고 확인했고, 뉴욕시 검시관실은 자살로 결론 내렸다.

4일 미국 가정용품 소매업체 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BB&B)는 성명을 통해 아르날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미국의 유명 대기업들에서 20년 이상 고위직으로 근무한 재무통으로, 2020년 5월 BB&B의 CFO로 영입됐다.

그는 사망 이틀 전인 8월31일, 투자자들에게 150개의 점포를 폐쇄하고 직원의 20%를 해고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전달했다. 이미 CEO를 비롯해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매장책임자(CSO)등을 포함한 최고경영진 다수가 회사를 떠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인의 어깨는 더 무거웠을 것이다.

BB&B는 최근 심각한 경영난 및 주가조작 소송에 휘말린 상황이다. 게임스톱의 라이언 코헨 회장의 대규모 투자 소식에 지난 8월 중에만 무려 300% 이상 폭등했던 BB&B 주가는 이후 코헨 회장, 아르날 CFO 등이 지분을 매각했다는 소식에 곤두박질쳤다.

미국인들은 '세월무상'을 느낀다. 2000년대까지 미국에서 양질의 침구와 욕실용품을 구입하려면 BB&B에 가야 했다. BB&B는 관대한 할인쿠폰 마케팅으로도 유명했다.

1971년 미국 뉴저지에서 출발한 BB&B는 고객만족 경영을 앞세워 미국의 대표적인 가정용품 소매업체로 성장했다. 할인매장 업체에서 일했던 BB&B 창업자들은 앞으로 시장이 전문매장 중심으로 재편될 것임을 직감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BB&B는 1992년 나스닥에 상장했고, 1999년 연 매출이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돌파했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은 거셌다. 아마존 같은 새롭고 민첩한 온라인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월마트, 타겟 등 기존 초대형 유통업체를 비롯, 이케아, 크레이트 앤 베럴, 윌리엄스 소노마, 홈굿즈 등 오프라인 경쟁자들에게도 시장을 내줬다.

경영이 악화하자 2019년 3월 행동주의 헤지펀드 3곳이 BB&B 경영진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고, 결국 CEO와 5명의 이사가 교체됐다. 이후 할인쿠폰 등을 우편으로 보냈던 전통적인 판촉 활동을 줄이고 수익성 강화를 위해 자체 브랜드(PB)도 도입키로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너무 늦었고, 이미 세상은 변했다.

BB&B는 미 최대 비디오 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과 함께 뉴욕증시의 대표적 투기종목, '밈(meme)' 주식이 됐다.

지난주 뉴저지주 한 대형쇼핑몰 내 게임스톱 매장. 약 100제곱미터(30평) 규모의 매장에 게임 패키지와 피큐어 등이 가득했다. 하지만 물건을 사러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중고 게임 패키지가 눈에 띄었다. 검색을 해 보니 온라인 플랫폼에선 새 제품을 이곳의 중고 제품보다 10% 이상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주문 다음 날까지 무료로 배송해 준다.

더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경쟁 상대조차 될 수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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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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