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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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다. 서울의 낮 기온도 연일 34도를 웃돌아 땅은 달궈질 대로 달궈졌다. 지난 토요일 오후 홍대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더위에 지친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가게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가던 길을 멈췄다. 예정된 시간에 겨우 맞춰 도착했기에 다른 곳은 기웃거릴 틈도 없이 행사장을 찾았다. 지하 공간은 다행히 시원했고 30∼40명 정도의 젊은이들이 이미 앉거나 서 있었다. 아는 사람들도 보였다. 청년단체 더넥스트가 진행하는 'NEXT QUESTION 2016' 이라는 강연프로그램 연사들이었다. 필자 역시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와 함께 '정치의 미래'를 논하기로 돼 있었다. 낯설었다. 공간도, 사람도, 분위기도 익숙치 않았다. 청년들과 어울려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다행히 주최 측은 익숙했고, 능숙했다. 수십 가지의 '키워드'들을 미리 뽑아 뒀고 각자 3가지씩 고르도록 유도했다. '평범한 자들의 용기', '타인의 고통', '메갈리아 논쟁', '기본소득',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3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와 국회 검찰개혁특위·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특위 설치, 국회 세월호특별조사위 활동기한 연장, 서별관회의 청문회 개최 등을 사실상 연계하기로 했다. 이날 더민주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만나 합의한 사항이다. 야3당 원내대표는 5·18 특별법 당론 채택, 내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대책 추진, 백남기 농민 청문회·어버이연합 청문회 추진 등도 합의했다.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 3당 체제가 들어선 뒤 제기된 현안을 통틀어 대여(對與) 압박을 위해 손을 잡은 셈이다. 부동산 매매 특혜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논란도 검찰개혁특위에서 다룰 전망이다. 눈에 띄는 것은 추경안 처리 연계 방침에 대한 유연한 태도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원내대표 회동 뒤 브리핑에서 "검찰개혁, 사드, 세월호 이 세가지만큼은 국민적 공감대가 분명하기 때문에 추경과 긴밀하
2009년 1월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새 행정부 백악관에 CPO(성과관리책임자)직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예산 낭비를 감시하는 자리였다. 초대 CPO엔 낸시 킬퍼 전 재무부 차관보를 지명했다. 킬퍼는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1월20일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러나 불과 보름도 안 돼 킬퍼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2월3일 토미 비토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킬퍼가 자신에 대한 임명 철회를 요청했다"며 "우리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킬퍼가 백악관 고위직에서 물러난 건 단 100만원의 세금 체납 때문이었다. 그것도 10년도 더 된 일이었다. 1995년 자신이 고용했던 가정부에게 실업보상세를 주지 않아 자택으로 946달러(105만원)의 차압이 들어갔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미국은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 세금 제도와 자발적 신고에 기반한 납세 시스템 탓에 실수에 따른 세금 미납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낱 실
"뭐가 불안해서 밀실조사를 합니까. 그동안 감추고 감추면서 이렇게 피해가 커진 것 아닙니까." 27일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현장조사를 지켜본 한 피해자 가족 모임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까지 사흘 동안 이어진 국회 특위의 현장조사는 정부와 정치권이 가습기 살균제 첫 사망자가 나온 지 5년째 이 문제를 왜 풀지 못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현장조사는 첫날부터 삐걱댔다. 여당 국회의원들의 지각 출석으로 예정시간을 넘겨 시작한 데 이어 조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공개 여부를 두고 1시간 가까이 갑론을박했다. 새누리당이 "회의가 공개되면 제대로 된 질의가 어려우니 비공개로 하자"고 버티면서 결국 현장조사 대부분이 비공개로 결정됐다. 어렵사리 시작된 조사도 충실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정부 부처에 대한 질의는 응답을 듣는 수준에 그쳤다. 조사 비공개를 주장했던 한 여당 의원이 다른 일정을 이유로 조사 도중 자리를 뜨는 일도 있었다. 정부는 피해 대처가 늦었다는
“이대로라면 새누리당이 현실 정치에서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이 바라본 집권당의 미래는 암울했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새누리당은 ‘보수의 종말’이란 종착역에 다다른 설국열차를 닮았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참패했다. 난공불락이라고 여겼던 ‘텃밭’들을 뺏기고, 원내과반마저 붕괴되면서 제1당 자리까지 내줬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청년층의 표심 이반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상파 3사의 20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비례대표 정당투표율 기준) 새누리당의 20대 지지율은 16.5%, 30대는 14.9% 40대는 20.7%에 그쳤다. 19대 총선 때와 비교하면 20대는 10.9%p, 30대는 8.8%p, 40대는 12.3%p 떨어진 지지율이다. “젊은 세대가 등돌린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냐”는 자조섞인 냉소가 나올 만 하다. 청년층 이탈은 총선이후 더 심각해졌다.한국갤럽에 따르면 총선 직전(4월 2주차) 새누리당의 2040세대 지지율은 23~2
국회 상임위원회별 2015 결산심사 기간이 끝났지만 아직까지 결산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하지 않은 상임위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비롯해 법제사법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네곳이다. 일정이 늦게 잡힌 3개 상임위가 18일 일제히 결산안을 처리한 것을 빼면 남은 상임위는 교문위가 유일하다. 교문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예결소위)는 역사교과서(동북아역사재단 감사 요청건 및 역사교과서 개발 및 홍보비 집행건)와 누리과정 예산(일반회계 교통교부금) 관련 결산 3건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승인시켰다. 때문에 2015년 결산 처리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14일 전체회의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 관련 교육부의 징계심사자료가 교문위원들에게 배포되지 않으면서다. 야당 의원들은 심사자료를 배포하지 않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향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질타했다. 이어 이장우 간사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 시간에 질의를 한 의원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지난 주 금요일 저녁 한 동료가 "교육부 정책기획관이라는 사람이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하고, 99% 민중은 개·돼지다"라고 말했다는 기사가 떴다고 했을 때. 더군다나 기자들 앞에서 그런 얘기를 반복했다고 하니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막말이 판치는 세상이라지만 설마 그랬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사를 직접 확인한 후 뭔가로 머리를 제대로 맞은 느낌이 들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고, "내 이놈들이 그럴 줄 알았다"며 누군지 알 수 없는 '그들'을 싸잡아 욕하기 시작했다. 분노의 대상이 비단 나향욱 개인은 아니었다. 내가 분노했던 건 누구였으며, 무엇이었을까? 나향욱 기획관의 개, 돼지 발언은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동북아 국제정세를 뒤흔든 사드 배치 결정 발표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다. "사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다른 데로 되돌리려 나향욱이 온몸 바친 것"이라며 말도 안되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마저 있을 정도다. 관련 기사에는 이미 수 만개
"최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당이 과연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김 대표와 가까운 더불어민주당의 한 인사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여야 3당 중 가장 구설수가 적고 당내 계파갈등이 약한 당의 수장이 하고 있는 고민으로는 일견 부적합해 보인다. 이념논쟁이나 계파갈등에 얽매이는 모습을 줄이고 민생의제를 선점하는 듯한 모습에 "더민주가 진짜 변했다"는 평가가 당내외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가오고 있는 8·27 전당대회는 더민주의 변곡점이 될 확률이 높다. 전당대회에서 뽑힌 당지도부는 현재의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대체한다. 그리고 새 지도부는 내년 대선정국의 판을 짜는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한달여남은 더민주의 전당대회는 전혀 흥행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과의 분당에 따른 계파갈등의 약화는 분명 더민주에게 정책정당으로 거듭날 기회를 줬지만, 힘의 쏠림 현상도 불러왔다. 현역의원의 대다수가 소위 친노·주류로 간주될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개헌(改憲) 논의가 활발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與野를 가리지 않고 여러 정치인들이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전에도 개헌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번번이 논의 수준에 그쳤다. 임기 초에는 현직 대통령이 개헌에 무관심했고, 후반에는 유력 대선주자가 개헌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여야가 모두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강력한 미래권력이 없기 때문에 올해는 개헌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하다. 발맞춰 개헌에 대한 여론조사들도 여럿 보도되었다.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80% 이상이 개헌에 찬성했다고 한다. 국민 여론조사는 조사에 따라 결과들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두 조사만 비교해 보자. 개헌에 대한 관심도와 찬반(공감) 질문은 성격이 다르므로 결과도 다를 수 있다고 치더라도 권력구조 선호도 질문은 두 조사결과의 편차가 얼핏 이해되지 않는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중임 대통령제가 선호가 40%를 넘었고 갤럽 조사에서는 분권
스마트워크 시대가 도래했다. 시공의 제약 없이 업무가 가능해졌다. 기업들은 앞 다퉈 인트라넷과 그룹웨어, 메신저를 도입하고 개인 스마트폰은 어느새 필수불가결한 업무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부장님의 "저녁 먹고 합시다"로 대표되는 비효율적 노동문화는 사라지지 않았고 '단톡방'의 형태로 살아남았다. 시공을 무시하고 떨어지는 스마트폰 업무지시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선 '카톡감옥', '카톡지옥'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최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의 70.3%가 퇴근 후에도 스마트기기로 업무 지시를 받거나 일한다. 이전보다 하루 평균 1.44시간, 주당 11.3시간 더 일한다고 한다. 한 취업포탈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2명은 업무시간 외에도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관련 연락을 받는다고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근로자의 항상적 '온라인(online) 상태'는 좋은 일일 수 있겠으나, 근로자들은 초과근로가 만연해져 근로여건만 더욱 악화됐다. 장시간의 근로가 노
작은 틈이 커져 댐을 붕괴시키는 모습을 과거 수도 없이 봐 왔던 터라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대 국회는 '이례적(?)'이게도 균열을 땜질하는 운용의 묘를 발휘했다. '여소야대' 덕분인지, 아니면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사안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출발은 말 그대로 '깔끔' 했다. 국회에서 6일 진행된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가습기 특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가 심의·의결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특위는 이날 △조사 범위 △조사 방법 △조사 대상(기업 및 국가 기관) △증인 및 참고인 선정 △조사 기간 등이 단김 계획서를 의결에 앞서 상정했었다. 대부분 여야가 이견 없이 합의를 했지만 단 하나의 사안이 합의되지 못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한 국가 기관 조사 대상 선정이 그것. 국무조정실, 환경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정거래위원회, 국립환경과학원, 질병관리
# 1997년 봄, 이석형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수백명의 서울대 학생들이 이씨의 석방을 요구하며 관악캠퍼스 정문에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진압에 나섰고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신입생 한명이 경찰의 발에 차여 코뼈가 부러진 채 의식을 잃었다. 신입생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다는 소식은 무선호출기(삐삐)를 타고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평소 학생운동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조차 분노에 휩싸여 시위 현장으로 뛰쳐나갔다. 시위대의 규모는 순식간에 2배로 불어났고 시위는 더욱 격화됐다. '분노'는 대중을 정치의 현장으로 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인간의 감정 가운데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공포'조차도 집단적 분노 앞에선 힘을 잃는다. 이성 따윈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전세계 금융시장을 기습 강타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그런 사례다. 잔류파들은 영국이 EU(유럽연합)을 떠날 경우 닥칠 경기침체를 경고하며 '공포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