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집권 플랜 가동 속 전략적 유연성 표방…일각선 "집토끼 놓칠 수도" 우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3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와 국회 검찰개혁특위·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특위 설치, 국회 세월호특별조사위 활동기한 연장, 서별관회의 청문회 개최 등을 사실상 연계하기로 했다. 이날 더민주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만나 합의한 사항이다.
야3당 원내대표는 5·18 특별법 당론 채택, 내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대책 추진, 백남기 농민 청문회·어버이연합 청문회 추진 등도 합의했다.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 3당 체제가 들어선 뒤 제기된 현안을 통틀어 대여(對與) 압박을 위해 손을 잡은 셈이다. 부동산 매매 특혜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논란도 검찰개혁특위에서 다룰 전망이다.
눈에 띄는 것은 추경안 처리 연계 방침에 대한 유연한 태도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원내대표 회동 뒤 브리핑에서 "검찰개혁, 사드, 세월호 이 세가지만큼은 국민적 공감대가 분명하기 때문에 추경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면서도 "추경과 연계하겠다고 명확하게 말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추경 편성의 원인이 된 조선·해운 구조조정 문제와 이에 대한 부실 대처 논란을 낳은 서별관회의에 대해서는 청문회 개최를 추경 처리의 선결조건으로 공식화했지만 검찰개혁, 사드, 세월호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든 발을 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야권의 이런 유연성은 내년 대선을 앞둔 집권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민생·경제문제에서만큼은 발목잡기 이미지를 피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더민주 관계자는 "따질 것은 따지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총선 승리 이후 내년 말 선거를 앞두고 더민주를 비롯한 야권은 어느 때보다 청와대 가까이, 그야말로 청와대 담장 위에 선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담장 안쪽에 내려서냐 바깥쪽에 내려서냐 하는 상황에서 승산 없는 싸움은 시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 대 반(反)민생' 구도로 비칠 수 있는 추경 문제에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빌미를 만들지 않겠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야3당 원내대표 합의를 전형적인 민생 발목잡기로 규정하며 대야(對野) 대치정국을 예고한 상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전당대회를 위한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민생과 경제는 안중에도 없는 야당의 고질병이 또 도졌다"며 "부당한 요구에 맞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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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야권의 전략적 유연성이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연 확장을 위해 표가 되는 전략에만 집착하다 산토끼를 잡기는커녕 집토끼까지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종인 체제 이후 사드 배치 문제 등에서 비슷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는 더민주를 두고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더민주가 '수권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데 이는 더민주 노선의 모순이자 정신적 모순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야권 안팎에서는 사드 문제 등에서 야권 내 이견이 확대될 경우 대선 정국과 맞물려 야권이 다시 '각자도생'(제각기 살 길을 모색함)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