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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일 밤 10시30분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서울 여의도 국회로 달려갔다. 밤 10시50분쯤 국회 인근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국회는 조용했다. 국회 출입을 막는 경찰이나 군인의 모습도 아직 보이지 않았다. 국회 정문에는 통상적인 경비 인력 1~2명만 보일 뿐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수십분 사이 국회 주변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국회 출입문마다 통행을 막는 경력이 자리했고, 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국회에 도착한 이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밤 11시쯤까진 국회의원·보좌진 등의 국회 출입은 막지 않았는데 자정이 가까워지자 의원들조차 진입이 원활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밤 11시50분쯤 국회의원들의 통행도 막으라는 무전이 경찰에 전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경찰들은 국회의원들의 월담을 막진 않았다. 12월4일 0시10분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담을 넘으려 시도했다. 처음에는 경찰들이 월담을 제지했다. 의원의 월담을 돕던 보좌진
지난 7일 국회에선 한국 헌정사상 세 번째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탄핵안) 표결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12·3 계엄사태를 사실상 내란이라 보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 본회의에 올렸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05명은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단 이유로 탄핵안 투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이날 표결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투표불성립으로 찬반표 숫자를 확인하지 못한 채 끝났다. 의원총회를 이유로 들긴 했지만 이날 여당 의원들이 대거 투표장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여당이 애초에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던 데다 투표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의원 개개인의 판단이란 주장이 나왔다. 반면 투표를 통해 찬반 의사마저 표시하지 않은 것은 국민들이 뽑아준 대표로서 정당치 못한 행동이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민주당에선 당시 누가 투표장에 자리했고 부재했는지 분명하게 기록에 남겨야 한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
국회가 2025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지난 10일. 회의를 진행하던 우원식 국회의장이 잠시 머뭇거렸다. 우 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위원님, 정책위의장이 나와서 상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안건 처리 중 진행을 잠시 멈추는 것은 이례적인 장면이다. 통상 본회의는 원내 교섭단체 사이 협의를 거친 안건만 올리기 때문에 의원들의 찬반 토론 없이는 안건처리를 멈추는 일은 거의 없다. 우 의장이 이날 안건처리를 멈춘 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 비용 47.5%를 국비로 지원한다'는 조항의 효력을 3년간 연장하는 것이 골자다.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조항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이 사라지는 일몰 규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만 적용되고 사라질 예정이었다. 문제는 다음 안건인 2025년도 예산안이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낸 677조4000억원 규모 예산안에서 4조1000억원을 감액한 수정안을 본회의로 보냈다. 정부·여당은 예산
#1. 세계 최초의 세금은 '관세'였다. 요즘 가장 흔한 세금인 '소득세'는 가장 늦게 생긴 편에 속한다. 물건을 다른 나라에서 들여올 때 내는 게 관세다. 수입업자의 부담이란 얘기다. 그러나 과거엔 물건을 실은 수레나 배에 부과됐다. 일종의 '통행세'였던 셈이다. 통행세를 꼭 돈으로 낼 필요는 없었다.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선 항구에 정박하는 모든 선박에서 책을 징발했다. 선박에 있는 책을 모조리 가져간 뒤 베껴 쓴 다음에 돌려줬다. 기원전 300년쯤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명령으로 시작된 이 정책 덕분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당대 세계 최대 장서 보유량을 자랑할 수 있었다. #2. 만약 세금이 악(惡)이라면 관세는 '최악의 악' 가운데 하나다. 가장 부작용이 큰 세금 중 하나란 점에서다. 대표적 부작용이 세계 경제 대공황이다. 1929년부터 약 10년 간 이어진 대공황은 사실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미국이 불황기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며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
#1.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2021년 11월. 정치권에 '윤핵관'이라는 말이 등장해 유행처럼 번졌다. '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줄임말로, 언론에 '핵심 관계자'라는 표현으로 본인 의중을 담은 멘트를 쏟아내던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측근들을 비꼬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당시 국민의힘 대표)이 만들어 낸 말이다. 물론 당시 그들과 각을 세우던 이 의원의 개인적 의도도 담겼겠지만, 이 의원이 기본적으로 지적하고자 한 것은 '익명성'이었다. 이 의원은 "익명에 기대지 말고 공개적으로 하든지 아니면 가만히 있어라"라고 요구했다. #2. 지난달 각 부처에선 그간 뜸했던 언론 브리핑이 줄줄이 잡혔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지금까지의 정책 성과를 강조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국민들에 설명하겠단 건데, 대통령실에서 적극적인 정책 홍보를 주문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당시 외교부와 통일부는 언론에 황당한 주문을 내놨다. 사실상 브리핑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기
#1.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20% 안팎을 넘나드는 지지율은 마치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앙상한 나뭇가지 같다. 거대 야당의 거센 공세는 이 앙상한 가지를 더욱더 세차게 흔들 것이다. 혹독한 추위는 이제 시작이다. 산적한 개혁 과제들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이른바 4대 개혁은 물론 윤 대통령이 후반기 국정 기조로 내세운 '양극화 타개' 역시 갈 길이 까마득하다. 임기 말 레임덕에 따른 국정동력 약화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짧다. 의대 증원으로 대변되는 의료 개혁도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202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수시 합격자 발표까지 이뤄지고 있지만 반대 세력은 여전히 '2025학년도 정원 축소'를 외친다. 야심차게 출발한 여야의정 협의체마저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출범 20일 만에 활동을 중단했다. '초저출생·초고령화'의 알람 소리가 요란한 대한민국의 시계는 이런 '
"'대통령이 골프 좀 칠 수도 있지'라는 식으로 입장이 나가니 참 안타깝습니다. 사정을 좀 더 솔직하게 얘기했다면 국민들도 '그럴만 했다'고 이해해주지 않았을까요." 한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골프 논란'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논란은 미국 대선 후 윤 대통령이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서 비롯됐다. 이후 미국 대선 전부터 골프를 쳤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왜 거짓말을 하느냐'는 야권의 공격이 시작됐다. 대통령실은 "군 통수권자가 군 체력단련장에서 운동하는 것은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언제부터냐'가 논란의 핵심인데 '어디서'에 초점을 맞춰 해명한 셈이다. 사실 윤 대통령은 지난 여름부터 틈틈이 골프를 쳤다고 한다. '골프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에 대비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4년간 300회 넘게 골프를 쳤다. 사실상 주말마다 쳤다는 얘기다. 누군가에게 사치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 2016년 11월17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 타워.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만났다. 미국 대선이 끝나고 불과 9일 만으로,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선 외국 정상과의 첫 만남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골프광인 트럼프 당선인에게 7000달러 상당의 최고급 금장 일본 골프채를 건넸다.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와 지난 5일 사석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다. 예측불허 트럼프 당선인과 '개인적 신뢰관계' 구축에 사활을 걸었던 일본의 전략이었다. 아베 전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은 3년8개월 동안 14차례 대면 정상회담과 37차례 공식 전화통화를 했다. 이후 일본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반도체 동맹의 주축이 됐다. 반면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선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며 방위비를 2019년 대비 5배 수준인 '50억 달러'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가 2020년 13% 인상안(1억 2000만 달러)을 제안하자 백악관은 "모욕적"이라며 거부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강행하는 게 맞겠습니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넉 달 넘게 이어진 내부 논란 끝에 결국 정부·여당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이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의 주식시장이 어렵고,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투자자들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결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상황 변화에 맞춘 실용주의적 태도가 돋보였다는 평가가 여의도에서 나왔다. 그러나 철학 없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란 비판도 함께였다. "눈앞의 표만 바라본 상인의 현실감각"(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책임정치의 모습이 아니다"(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라는 비판이 야권에서 쏟아졌다. 금투세는 민주당이 여당이던 2020년 입법을 주도한 정책이다. 2022년 한 차례 유예 결정을 거쳐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었다. 진영의 원칙과 가치에서 벗어나 보더라도 이번 금투세 폐지 결정은 4년간 이어져
10월15일 유명 아이돌 걸그룹 뉴진스의 하니(팜하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및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 국정감사에 출석한 것은 이번 환노위 국감의 최대 화제였다. 하니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스컴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생중계 수준으로 다뤄졌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하니의 사진을 찍기 위해 로비에 모일 정도로 국회가 술렁였다. 국회는 인파가 몰려 사고가 날 것에 대비해 방호처 직원들을 통해 근접 경호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출석은 안호영 환노위원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안 위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다루기 위해 하이브에서 따돌림 논란이 불거진 하니를 참고인으로 요청했다. 높았던 관심만큼 적잖은 비판이 뒤따랐다. 고소득 아이돌 멤버가 노동 현안의 중심에 선다는 것이 국민들이 보기에 납득이 가겠느냔 비판이 뒤따랐다. 안 위원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까지 이런 문제의식을 드러낼 정도였다. 그렇다고 하니의 국회 방문
국정감사 질의는 취재 기사를 만드는 과정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 평소 의원실의 관심사 또는 제보 받은 내용 가운데 주제를 정한다. 피감기관에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국감장에서 당사자인 기관 증인에게 질문한다. 그리고 대중에 알리고 공론화한다. 막강한 자료제출 요구 권한이 국회의원에게 있다는 점을 빼면 정부와 공공기관을 견제하려는 목적 등에서 취재와 일치한다. 소속 기관의 오점을 숨기고 싶은 기관 증인과 그를 파고 들어야 하는 국회의원의 밀고 당기기도 취재 현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취재와 마찬가지로 국감의 핵심도 '질문'이다. 당사자에게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이전까지 수집한 사실관계를 재확인하고 문제점을 시인 혹은 반박하도록 해야한다. 문제제기와 해명, 반론이 수차례 반복되는 과정에서 결과물이 나온다. 국감이든 취재기사든 '질 높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선 '질문'을 잘 해야한다. 질문을 잘 한다는 것은 단순히 '적극성'이나 '빈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알고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내가 알아야 할 것을 파악하고 간결하되 명확하게 물어야 한다고 한다.
지난 21일 수출입은행 등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는 단연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이었다. 국정감사 첫 질의에서 상임위원장을 제외한 25명의 의원 중 1~2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의원들이 체코 원전 사업을 언급했다. 체코 원전 수출은 수주액만 24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대규모 수출 프로젝트가 때론 속 빈 강정이었던 일이 없지 않았던 만큼 국회의원들이 해당 사업의 채산성과 금융지원 여부 등에 대해 꼼꼼히 따져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집중도가 과했다는 점이다. 수은은 수출입과 해외투자, 해외자원개발 등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에서 체코 원전 이외에 지적할 문제가 없었을 리 없다. 체코 원전 문제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90% 넘는 질의가 해당 이슈에 집중되는 게 정상적이라 보긴 어렵다. 게다가 이날 국감은 한국조폐공사, 한국투자공사, 한국재정정보원, 한국원산지정보원, 한국통계정보원 등도 대상이었으나 이들은 거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