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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11.12. dahora83@newsis.com /사진=배훈식](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4/12/2024120215131897389_1.jpg)
#1.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2021년 11월. 정치권에 '윤핵관'이라는 말이 등장해 유행처럼 번졌다. '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줄임말로, 언론에 '핵심 관계자'라는 표현으로 본인 의중을 담은 멘트를 쏟아내던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측근들을 비꼬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당시 국민의힘 대표)이 만들어 낸 말이다. 물론 당시 그들과 각을 세우던 이 의원의 개인적 의도도 담겼겠지만, 이 의원이 기본적으로 지적하고자 한 것은 '익명성'이었다. 이 의원은 "익명에 기대지 말고 공개적으로 하든지 아니면 가만히 있어라"라고 요구했다.
#2. 지난달 각 부처에선 그간 뜸했던 언론 브리핑이 줄줄이 잡혔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지금까지의 정책 성과를 강조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국민들에 설명하겠단 건데, 대통령실에서 적극적인 정책 홍보를 주문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당시 외교부와 통일부는 언론에 황당한 주문을 내놨다. 사실상 브리핑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과 관련, 답변자의 이름과 직함 대신 '고위 관계자'라고만 표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기자가 이유를 묻자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미뤄두고, 보다 편안하고 솔직하게 답변을 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라고 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익명에 기대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은 아닌가 싶어 뒷맛이 씁쓸했다. 대개 언론에선 차관급 이상에 고위 관계자란 표현을 쓴다. 이들은 실무자가 아니라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의 사람들이다. 이들이 직접 담당하는 정책에 대해 답하는 자리에서 익명을 요구한 것을 언론은 받아들여야 할까.
#3. 앞으로도 어떤 계기로든 부처 내 고위 관계자의 브리핑 자리는 또 만들어질 것이다. 다음에도 또 차관급 이상이 자신의 이름을 빼고 써달라고 하면 기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임기 초부터 '스타 장관'을 강조하며 부처가 직접 담당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윤석열 대통령도 이같은 '익명 브리핑'을 기대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국민에게 떳떳하게 설명하지 못할 정책이라면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고위 관계자'의 자리는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