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끌어온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이 종착역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8일 입법예고안을 발표하면 사실상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노·사·정은 로드맵 논의를 위해 3자 수장들이 참여하는 대표자회의를 10차례에 걸쳐 가졌고 셀수도 없을 만큼의 실무회의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40개 논의 과제 중 상당수는 의견접근을 봤다. 그러나 노사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등의 사안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막바지에 가서야 한국노총과 경영계가 '노조 전임자 임금'과 '복수노조'를 맞교환 하는 형식의 '5년 유예'안을 내놨고,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이를 수용하느냐만을 남겨 놓고 있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간에 이번 로드맵 논의 과정은 너무도 실망스러웠다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좋은 식으로 표현하면 '진통'일 수도 있지만 '수준 이하'라는게 더 맞는 듯 하다.
노동단체들은 협상 탈퇴와 복귀를 밥먹듯 번갈아가며 했다. 최근에만 해도 한국노총이 ILO 부산 아·태 총회 거부와 함께 협상 불참을 선언하더니 4일만에 슬그머니 복귀했다. 그러더니 당초 7일 열릴 예정이었던 대표자회의는 또 거부해버렸다.
지난 6월에야 뒤늦게 협상에 동참한 민주노총도 6일 대표자회의 불참을 선언한뒤 얼마 안 있어 참여로 선회하는 등 '갈지(之)자' 행보를 보였다. 마음에 안들면 '판'을 깨고 설득하면 못 이긴채 들어오는 방식이다.
정부도 협상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본격 적인 협상 전 "노사가 합의하면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혀 스스로 족쇄를 채운 격이 됐다.
때문에 합의가 이뤄진 로드맵 사안 대부분이 '현행 유지'에 그쳤고, 한국노총과 경영계의 '5년 유예'안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공박을 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경영계도 짐짓 점잖은 척 하면서 '물타기'를 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노사정의 '3년 논의'는 물거품이 됐고, 커질 대로 커진 갈등은 폭발 일보직전이다. "사회적 대화를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