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신이내린 직업인가]공무원이 바라본 공무원
"국장이 퇴근하면서 '내일 아침까지 책상에 기획안 올려놔'하고 나가면 밤을 새워서라도 일을 끝내더라. 민간기업 같으면 무리한 요구라고 반발할 만도 한데, 상명하복이라고 해야 할지…."
10년 이상 민간에서 활동하다 개방형 임용제도를 통해 공무원의 길을 택한 A씨는 처음에 생각과 다른 현실에 당황했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업무부담이 크다. 부처마다 다르겠지만 많을 경우 1주일에 2∼3일은 야근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낮에 한가한 것 같지도 않고, 밖에서 볼 때와 좀 다른 것 같다. 왜 그렇게 야근하나 봤더니 할 일이 많다. 사무관들이 각자 처리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는데 낮에는 전화 문의나 민원인 상담에 시달리다보니 해 떨어지고 조용해지면 기획 같은 일을 그제서야 하게 되더라."
이처럼 개방형 임용제도로 외부에서 수혈된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생각보다 일이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익대 교수(국제경제학)에서 재정경제부 관세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장근호 국장은 "관세국의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큰일이 많기도 했지만 사무관들은 밤 10시까지, 어떤 때는 밤 12시까지 일한다. 정책 하나가 잘못되면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정신적 압박도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책수행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도 크다고 입을 모았다. 장 국장은 "한·미 FTA협상 당시 섬유분야에 참여해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끝까지 저지했다. 국내 섬유산업 보호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 맛에 공무원하나 싶더라."
최근 건국대 교수로 돌아간 허만형 전 국무조정실 특정평가심의관도 "공무원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집단이다. 공무원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전문성을 높여 좋은 정책을 편다면 국가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회고했다.
다만 공직사회가 전반적으로 창조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공무원 사회를 지배하는 상명하복이 생산적 토론이나 창조적 제안을 저해한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결정 과정이 지나치게 길고, 효율성이 무시되는 측면도 우리 공직의 문제다." 재임용에 성공해 2년 더 공직에서 일하게 된 A씨의 말이다.
결론적으로 민간과 공무원, 모두 경험한 이들은 월급이나 노동강도를 생각하면 공무원이 그리 '남는 장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신이 내린 직장'은 일부에 국한된 얘기일 뿐 대다수 공무원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