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품 독성물질 사용금지 '백지화'

유아용품 독성물질 사용금지 '백지화'

여한구 기자
2007.09.02 13:59

자발적 협약으로 수위 낮춰..환경부 준비 부족도 주요 배경

생식 독성물질과 발암물질로 알려진 프탈레이트를 아동·유아용품에 사용할 수 없게 하려던 정부 방침이 백지화됐다. 사용금지 대신 강제성 없는 산업계와의 자발적 협약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에 따라 프탈레이트가 들어간 PVC 등을 생산하는 국내 메이저 화학업체는 숨을 돌리게 됐지만 어린이 대상 환경정책이 산업논리에 밀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환경부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는 비판도 거세다.

기업 자율로 '급후퇴'=환경부는 3일LG화학(313,000원 ▼1,000 -0.32%)등 프탈레이트 가소제 제조업체 및 수백액 사용업체 등 7개 업체와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용도제한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을 갖는다고 2일 밝혔다. 참여기업은 LG화학을 비롯해 한화, 애경유화, 동양제철화학, CJ, 중외제약, 대한약품 등이다.

참여 업체는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어린이완구, 육아용품, 인조점토, 의료용 수백액 용도로 국내에 공급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대신 '취급제한 및 금지물질'에 프탈레이트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와 연결돼 프탈레이트 사용이 적발됐을 때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의 중형에 처하도록 돼 있는 부분도 빠졌다.

환경부는 지난 2월에는 '취급제한·금지물질 지정' 고시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13세 미만 아동·유아용품에 대해서는 프탈레이트 가소제 사용을 법으로 금지한다고 했었다.

이때 이규용 환경부 차관은 "과학적으로 다소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국민건강 보호를 우선 고려한다는 사전주의 원칙에 따라 규제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자찬했다.

환경부 유해물질과 이정용 사무관은 "만약 산업계에서 자발적 협약을 지키지 않으면 강제금지 정책을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선회 배경은=환경부는 PVC 등의 수출에 악영향이 크다는 산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자율 준수'로 수위를 낮췄다고 밝혔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국내 생산량의 60% 가량이 아시아 지역 위주로 수출되고 있으며 연간 3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환경부가 프탈레이트 사용금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업체와 산업자원부의 반대가 심했다.

특히 환경부의 준비 부족도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사용금지의 근거가 되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물질별 규제가 원칙이다. 일정 화학물질을 사용금지 시키면 모든 제품에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환경부는 아동·유아용품에만 한정해 사용금지를 추진하기에 앞서 법 조항을 손질한뒤 고시개정을 추진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했고, 산업계에는 좋은 빌미가 됐다.

산업계는 모순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조항과 제품별 규제를 택하고 있는 산자부 소관의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과의 '이중규제' 논란을 명분으로 내세워 환경부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환경부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면피용 자발적 협약식으로 정책추진 실패를 가리려 한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3일 오전 기자회견도 열어 정부의 프탈레이트 관련 환경정책을 비판하고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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