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짜리 명품드레스, 어디서?

1만원짜리 명품드레스, 어디서?

이경숙 기자
2008.04.14 15:46

[쿨머니,이로운 소비]<2-1>아름다운가게와 '에코파티 메아리' 이야기

[편집자주] 세상엔 두 가지 소비가 있습니다. 환경 혹은 사람에게 해로운 소비, 환경 혹은 사람에게 이로운 소비. 우리 주변을 조금 돌아보면 환경과 사람을 살리는 상품과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내게 이로워 남에게도, 세상에도 이로운 소비를 제안합니다.
↑왼쪽부터 아름다운가게 메아리 매장을 찾은 제인 구달 박사, 가수 이은미씨, 손숙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아름다운가게, 홍봉진 기자
↑왼쪽부터 아름다운가게 메아리 매장을 찾은 제인 구달 박사, 가수 이은미씨, 손숙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아름다운가게, 홍봉진 기자

지난 2월 26일 평양,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북한과 남한의 청중을 한 데 감쌌다. 현장을 비추던 방송카메라에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잡혔다.

수많은 관중 속에서 원숙미가 도드라지던 그 여인은 배우이자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인 손숙씨였다.

중국풍 붉은 비단 옷깃은 그의 얼굴을 빛냈다. 옷 전체에 수놓인 섬세한 자수는 그의 우아함을 더했다.

이 드레스의 가격은 1만원. 손 대표는 그 아름다운 드레스를 아름다운가게에서 직접 골랐다고 말했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다 돌아봐요. 남한 배우가 근사한 것 사입었구나, 하는 표정이었어요. 요즘도 모임에서 즐겨 입는데, 아무도 몰라요. 1만원 주고 산 옷이란 걸."

지난해 11월 15일, 제인 구달 박사가 서울 인사동 쌈지길의 '메아리' 매장에 들어섰다. 그는 1만5000원짜리 고릴라 인형 '릴라씨'를 집어들더니 반갑게 뽀뽀했다.

"릴라씨 줄무늬가 멋져요. 침팬지 인형도 만들어주세요."

그의 별명은 '정글의 연인', '침팬지의 어머니'. 그는 1977년 제인구달연구소를 설립해 지금까지 종(種)의 보존과 청소년 동물보호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1995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에 해당하는 DBE(Dame of the British Empire)를 받았다. 2003년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왕세자로부터는 과학연구상을 받았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유명한 가수 이은미씨는 '메아리' 단골 손님이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하거나 방송에 출연할 때 메아리 옷을 입는다.

'메아리' 특유의 아방가르드(전위적) 스타일과 친환경 메시지는 음악인으로서 그가 가진 높은 자부심과 잘 어울린다.

명품(名品)이 달리 있을까. 명인(名人)이 입고 쓰면 명품이다. 제품에 담긴 뜻이 세상을 밝히니 밝을 명(明)자, 명품(明品)이다.

아름다운가게는 기부 받은 물품과 직접 만든 제품을 팔아 모은 돈으로 국내외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맨 위부터)한 서울여대 직원이
아름다운가게 '메아리' 직원에게 
현수막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 
'메아리' 시각디자이너가 
머니투데이 기증 현수막을 
재단하고 있다. 30년 경력의 
'가방선생' 황용진씨가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
맨 아래는 완성된 현수막 
가방.
↑(맨 위부터)한 서울여대 직원이 아름다운가게 '메아리' 직원에게 현수막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 '메아리' 시각디자이너가 머니투데이 기증 현수막을 재단하고 있다. 30년 경력의 '가방선생' 황용진씨가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 맨 아래는 완성된 현수막 가방.

또, 국내외의 어려운 계층과 함께 자연과 사람에 이로운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거리를 나눈다.

아름다운가게의 재활용 디자인브랜드 '에코파티 메아리'는 일을 통해 스스로 일어서려는 자활공동체와 함께 재활용 상품을 만들어낸다.

대표상품 중 하나인 '릴라씨'는 아름다운가게가 기증받은 옷 중 그대로 재사용할 수 없는 낡은 면소재 옷만을 골라내어 만든 고릴라 인형이다.

이 인형의 재료인 헌 옷의 세탁과 인형의 재단, 그리고 봉제작업은 구로의 여성자활공동체인 '여우솜씨 봉제공동체'가 맡아서 한다.

릴라씨 인형 한 마리당 여우솜씨가 받는 공임은 3400원. '릴라씨'를 중국에서 생산하면 공정비용은 절반 미만으로 줄어들 터다.

하지만 아름다운가게 메아리팀의 진재선 간사는 생산업체에 찾아가 "비용을 낮추자"고 말하는 대신 "요즘 어떠세요?"라고 묻는다.

신문용 구로삶터지역자활센터 팀장은 "여우솜씨는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메아리 제품 생산에서 얻는다"며 "메아리는 중요한 매출처"라고 말했다.

진 간사는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여우솜씨' 등 자활공동체는 규격화하기 어려운 재활용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파트너라는 것이다.

'아름다운커피'는 네팔 히말라야와 남미 안데스 지역의 빈곤 농민들과 공정무역(대안무역)을 한다. 공정무역이란, 생산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비용을 지불하는 거래를 말한다.

현재 커피콩은 세계적으로 1kg당 1달러 안팎에 거래된다. 생산에 든 비용조차 뽑아내기 어려운 가격이다. 이 과정에서 농민은 '사람'이 아니라 '값싼 노동력'이 된다.

아름다운커피는 히말라야와 안데스의 자연에서 채집한 커피콩을 1kg당 3달러 안팎에 사온다. 농민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저축을 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가격을 쳐주는 것이다.

손 대표는 "아름다운가게의 철학은 되살림"이라고 말한다. "버려지고 쓰레기가 될 것들의 가치를 되살려 사람과 자연을 되살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아름다운가게는 헌 물건의 재사용과 재생산(Reprodution), 대안무역(공정무역)으로 돈을 벌어 우리 이웃에게 22억여원의 수익을 나눠줬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뤄진 수익나눔은 모두 합해 46억9000여만원에 이른다.

아름다운가게는 전국에 84개 매장을, 메아리는 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에서도 이들의 '명품(明品)'을 살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와 같다.

◇온ㆍ오프라인 매장

△아름다운가게 매장 안내 : 아름다운가게 홈페이지(www.beautifulstore.org)

△아름다운가게 사이버점 : 옥션 중고장터(used.auction.co.kr)

△아름다운커피 쇼핑몰(www.beautifulcoffee.com)

△메아리 매장 안내 : 메아리 홈페이지(www.mear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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