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인촌 장관 강원도여행 해프닝

[기자수첩]유인촌 장관 강원도여행 해프닝

박창욱 기자
2008.05.21 15:48

윤흥길의 소설 ‘완장’은 권력의 삐뚤어진 속성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소설속의 주인공 종술은 건달로 지내다가 우연히 동네 저수지의 관리인 완장을 차게 된다. 종술은 처음 맛보는 알량한 권력을 믿고 동네 사람들에게 온갖 행패를 부린다. 그러다 결국 권력의 허망함을 깨닫고 마을을 떠난다는 줄거리. 21일 오래전에 읽었던 이 소설을 생각나게 하는 소동이 한 건 발생했다. 사건은 어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유인촌 ‘문체관광부’ 장관이 소설가 김주영씨, 사물놀이 연주가 김덕수씨,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 문화계 주요 인사들과 함께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오는 23일 강원도 정선으로 1박2일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행사보도를 위한 기자들의 여행 참가신청도 받는다고 했다.

다음날인 21일 오전에는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보도 메일이 왔다. 기자는 일정상 이번 행사에는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나, 행사의 취지에 공감해 보도자료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다. 이번 행사내용을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1박2일 국내 여행이라는 콘셉트에 착안, 인기 TV 여행 프로그램인 ‘1박2일’에 빗대어 장관이 국내 여행 활성화에 앞장선다는 내용을 서두에 담았다.

그런데 오후 2시경, 기자의 외부 일정 중에 문체관광부 담당자에게 이번 행사가 돌연 6월로 연기됐다며 정정 보도를 해달라는 내용의 전화가 왔다. 아울러 이번 행사는 기사에 언급된 TV프로그램과는 전혀 상관없는 행사이니 관련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했다.

오전에 배포한 행사 안내를 오후에 돌연 연기한다고 하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구나 장관 한 사람만의 개인 일정도 아니고, 사회 저명 인사 등 다수의 인원이 함께 참여하는 공적인 행사였다. 궁금증은 곧 풀렸다. 문체관광부에서는 연기 사유를 담은 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단 두 문장. ‘죄송합니다. 유인촌 장관과의 정선 테마여행은 BH회의 관계로 부득이 6월 초로 연기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에 대해 정정 보도를 하려니 명확한 연기 사유를 써야 했다.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를 해 “‘BH회의’란 청와대 회의를 말하는 것이냐고, 청와대 회의면 어떤 내용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담당자의 답은 이랬다. “나중에 정식으로 보도 자료를 보낼 테니 그냥 내부 사정으로 연기됐다고만 해주세요.” 담당자는 또 “이번 행사는 TV 프로그램하고는 상관없으니 관련 내용을 빼달라”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사회 저명인사 뿐 아니라 언론 매체를 통해 온 국민과 한 공적인 약속을 단 몇 시간 만에 어기는 일이라면, 훨씬 더 중요한 ‘취소 사유’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 것이 공인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다. 그런데도 ‘높은 곳’에서 부른다고 이미 오래전부터 기획된 공적인 행사를 자세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취소하는 것은 큰 결례다. 더구나 이번 정선 여행 기획이 관광 진흥을 위한 노력이 아닌, 전시용 행사라는 의심까지도 강하게 든다.

끝으로 문체관광부측의 ‘강력한’ 정정보도 요청을 받아들인다.

이미 쓴 행사안내 기사 원문의 앞 부분인 ‘강호동이 진행하는 KBS 2TV 의 여행 프로그램인 '1박2일'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문화계 인사들과 동행해 1박2일 일정의 국내 여행 대열에 합류한다.’라는 내용으로 인해 독자 여러분께 혹시라도 혼동을 드린 점이 있다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유 장관의 이번 행사는 TV프로그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