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 씨 영장 발부, 수사 무게중심 '미공개정보이용 의혹'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66)가 결국 검찰에 구속됐다.
노씨의 금품 수수 여부를 둘러 싼 보다 정확한 진실은 재판에서 다시 가려지겠지만, 법원은 일단 '세종증권 매각에 관여해 돈을 받았다'는 검찰의 수사 내용을 받아들여 노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노씨는 검찰 조사에 이어 영장심사에서도 돈 받은 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김용상 영장전담판사는 "제출된 증거서류와 신문 결과를 종합해 보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사안의 성격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노씨가 구속됨에 따라 검찰의 향후 수사 방향에 관심이 모인다. 이번 사건은 대검 중수부 중수 1과(과장 박경호)가 세종증권 매각비리 수사를, 2과(과장 박정식)가 박연차 태광실업 관련 비리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씨 구속으로 세종증권 매각비리 수사는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다. 이 사건의 등장인물과 비리 구도가 노씨의 구속으로 일단락 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겨진 부분은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 정대근(수감 중) 전 농협중앙회장 외에 매각 당시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 인사들이 관여했는지 여부 및 정 전 회장이 정화삼씨 형제에게서 받은 50억원의 사용처 조사다.
그러나 농림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당시 장관이던 박홍수씨가 지난 6월 타계해 조사에 한계가 있다. 50억원 사용처 조사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정 전 회장 외에 또 다른 인사가 개입됐을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의 무게중심이 박 회장 사건으로 이동하면 정치권, 특히 옛 정권의 유력 인사들에게도 수사의 칼날이 겨눠질지가 관심사다.
박 회장 사건은 크게 △태광실업 등 박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탈세 의혹 △태광실업의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 △세종증권 주식의 미공개 정보이용 의혹 등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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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에 대해 검찰은 박 회장 외에도 옛 여권의 유력 인사들이 개입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형님게이트'에서 '주식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미공개 정보이용 의혹 수사가 곧바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혐의 입증의 어려움 때문.
미공개 정보 이용의 경우, 회사내부 당사자가 직접 정보를 알려준 사실을 밝혀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자에게 전해들은 제3자가 정보를 알려주더라도, 즉 한 다리만 거쳐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
주식 매매 시점과 관련자 진슬 등 정황만으로는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을 밝히기 위해 최근 증권선물거래소를 압수수색해 2005, 2006년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기 전후의 주식 거래명세를 확보하고, 이를 정밀 검토 중이다.
검찰은 2006년에 증권선물거래소가 조사했던 기간(2005년 9월∼2006년 1월)보다 범위를 더 넓혀 세종증권 주식 매매 거래명세의 대부분을 들여다보면서 매각 정보가 유통된 경로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박 회장 외에 또 다른 거물급 인사가 나올 경우 이 사건은 '형님게이트'를 넘어 옛 정권의 '주식게이트'로 번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