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연탄' 아세요? 네팔 시골의 기발한 연료

'잡초연탄' 아세요? 네팔 시골의 기발한 연료

이경숙 기자
2009.06.18 11:12

[머니투데이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토요일]<1>'나마스테 갠지스' 3년의 성과

↑DEPROSC가 만든 동영상 속에서 부디 랄 아디카리씨는 단탄제조기로 바이오연탄을 만드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DEPROSC
↑DEPROSC가 만든 동영상 속에서 부디 랄 아디카리씨는 단탄제조기로 바이오연탄을 만드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DEPROSC

"저는 바이오연탄을 생산하기 시작했어요. 준비하기 쉽고 연기 없는 조리용 화로지요. 덕분에 한달에 1만5000루피(미화 312달러)는 쉽게 벌어요."

동영상 속에서 부디 랄 아디카리씨는 단탄제조기의 둥근 손잡이를 돌려 바이오연탄을 만드는 시범을 보였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에 파묻힌 그의 검은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는 네팔 남동쪽 갠지스강 유역의 작은 마을 니파니(Nipane) 주민이다.

황현이 아름다운가게 국제사업팀 선임 간사는 지난 13일 네팔 개발프로젝트서비스센터(DEPROSC)가 만든 '나마스테 갠지스 성과보고'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바이오연탄이 자연파괴를 줄이면서 농가소득은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연탄은 네팔 현지인들이 직접 개발했어요. 잡초를 태워 단탄제조기에 넣고 압축한 것인데 우리나라의 숯과 비슷해요. 네팔 사람들이 음식조리를 위해 나무를 베어내지 않아도 되니 수해가 예방되는 장점도 있어요."

↑바이오연탄을 만들고 있는 네팔 가족. ⓒ옥스팜, 아름다운가게
↑바이오연탄을 만들고 있는 네팔 가족. ⓒ옥스팜, 아름다운가게

단탄제조기와 작동법을 네팔 현지인들에게 전파한 것은 '나마스테 갠지스' 프로젝트다. 2007년 11월부터 한국의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와 영국 구호단체 '옥스팜'(Oxfam)이 손잡고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올해로 3년차를 맞으며 점차 진화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처음엔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의 갠지스강 유역에 나무를 심어 수해를 예방하고 대피소를 만들어 수재민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펌프와 화장실 등 기초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주민들에게 긴급대피법을 설명하고 구조보트 만드는 법도 가르쳤다.

교육의 효과는 컸다. 2007년 방글라데시 샤리아트푸르주에서 이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은 지역이 30년 만의 최대 홍수를 맞아 3100여채의 집이 물에 잠겼지만 '기적적으로'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 대비반을 구성해 위기대응 시스템을 갖춘 마을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대피해 피해를 줄였다.

일부 지역에선 자립이 시작됐다. 올해부터 아름다운가게와 옥스팜은 인도 갠지스강 유역을 지원지역에서 제외했다. 인도인 스스로 모금해 수해예방 인프라를 지원할 수 있는 자조기반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결혼하는 커플이 늘어나기도 했다. 옥스팜 네팔사무소의 '나마스테 갠지스' 담당자인 디팍 수베디씨는 "예전엔 갠지스강 유역이 비만 오면 잠겨 이 지역 사람들은 결혼도 못했는데 길이 정비되면서 외부지역으로 시집·장가가는 주민이 늘었다"고 전했다. 한국과 영국의 기부자들이 네팔 총각·처녀들 사이에 오작교를 놔준 셈이다.

↑정치 불안과 지구온난화로 갠지스 강 유역 저개발지역 주민들은 자연재해의 위협에 더 크게 노출되고 있다. ⓒ옥스팜, 아름다운가게
↑정치 불안과 지구온난화로 갠지스 강 유역 저개발지역 주민들은 자연재해의 위협에 더 크게 노출되고 있다. ⓒ옥스팜, 아름다운가게

그러나 네팔과 방글라데시 일부 저개발지역은 여전히 외부의 조력이 필요한 형편이다. 특히 네팔은 최근 정치불안이 고조되면서 저개발지역 주민들이 더욱 소외되고 있다.

온건파 지도자인 마다브 쿠마르가 지난 5월말 새 총리로 선출된 후 실각한 마오주의 공산당 대원들 즉, 옛 마오반군들이 "다시 인민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며 반정부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239년 전통의 왕정에 반대해 10여년 동안 내전을 벌인 마오반군은 2006년 제헌의회를 구성하면서 무기를 내려놨지만 권력을 잃은 뒤 다시 내전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혼란은 더 깊은 소외를 야기한다. 아름다운가게 황현이 간사는 지난 3월초 '나마스테 갠지스' 현장 탐방차 네팔을 방문했지만 수도 카트만두에서 폭력시위인 '반다'(banda)에 발이 묶여 현장 탐방을 포기해야 했다.

시위대가 '반다'를 선포하면 시위기간엔 가급적 해당 지역 통행을 피해야 한다. 시위대가 제시한 '룰'에 따르지 않으면 총알세례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룰'을 어기면 죽이지는 않고 차량을 불태워버린다.

황 간사는 "네팔에선 각 부족, 계층 등 이해집단들이 정치혼란을 틈타 더 높은 정치적·사회적 지위를 차지하려 반다를 벌인다"며 "정부가 남쪽의 저개발지역 주민들까지 챙길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지구온난화도 소외지역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웨인 검 옥스팜 네팔사무소장은 "예전엔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내리던 비가 최근엔 4월부터 10월까지 1년의 절반가량 아무 때나 퍼부어댄다"고 말했다.

또 "열대성 저기압 태풍인 사이클론이 더 불규칙하고 더 강하게 발생하는 반면 가뭄은 더 심해져 주민들의 생존기반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구온난화는 우리에겐 '지구촌'의 문제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내 집'의 문제다.

↑세계 기부자들이 작은 돈을 모아 기증한 
5만원짜리 펌프 하나가 100여명의 삶을 
바꾸고 있다. ⓒ옥스팜 아름다운가게
↑세계 기부자들이 작은 돈을 모아 기증한 5만원짜리 펌프 하나가 100여명의 삶을 바꾸고 있다. ⓒ옥스팜 아름다운가게

◇"헌책 사고 지구 살리세요"=황 간사는 "기증받은 책 1권이 그동안 일으킨 변화는 실로 막대했다"며 "갠지스강 소외지역에 5만원짜리 물펌프 1대를 지원하면 100여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아름다운가게는 '나마스테 갠지스' 프로젝트에 2억원의 기금을 지원했다.

머니투데이는 올해로 3년째 '머니투데이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토요일'(이하 머투아토) 행사를 열어 '나마스테 갠지스' 프로젝트 지원기금을 모금한다. 머투아토에 오면 머니투데이 임직원이 기증한 경제·경영·재테크 전문서 등의 도서와 음반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행사는 20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서울 광화문 르메이에르 지하 2층의 아름다운가게 광화문책방(02-732-6006)에서 열린다. 도서 및 음반 기증 문의는 아름다운가게 참여만족센터(1577-1113)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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