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수의견 껴안는 법문화 기대

[기자수첩]소수의견 껴안는 법문화 기대

김선주 기자
2009.10.13 09:50

"여러분의 민주주의는 판사들의 학술연구단체 조차 용인할 수 없는 협량(狹量)한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법연구회 회장인 문형배 부산지법 부장판사의 일성이다. 지난 10일 서울고법 중회의실에서 수십명의 판사와 언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미나가 열렸다.

1988년 출범한 이래 '법조계의 하나회'란 비판 속에 각종 논란의 중심이 돼 온 우리법연구회의 첫 공개세미나였다.

이날 문 회장은 그동안 각계에서 제기돼 온 비판과 오해를 풀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인사말 대부분은 '작심 발언'으로 채웠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한 색깔론에 대해 "사법부 독립과 헌법 수호를 두고 판사직을 걸었던 사람들의 학술연구단체"라고 반박했다.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토론 자체를 막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며 '연구회가 법원 내 편을 가른다'는 비판에도 일침을 놓았다.

우리법연구회는 출범 이후 일부 보수단체와 언론의 공세에 시달려왔다. '촛불집회 사건 배당 파문'으로 신영철 대법관이 곤욕을 치르게 된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끊임없이 "회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압력을 받았고 일각에서는 연구회가 법원 내 사조직이라며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반대론자들은 연구회의 폐쇄적 운영방식을 비판 근거로 삼았고 사법개혁을 외치며 소장파 법관들이 만든 모임인 만큼 정치색이 배제되지 않았을 것이란 논리를 폈다.

하지만 반격에 나선 연구회는 지난 9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정식 학회로 등록, 홈페이지를 일부 공개하고 공개세미나를 개최했다.

더 이상 '색깔론' 논란의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판사들이 획일적 사고에 갇히거나 정권 편향적인 판결을 내릴 때 초래되는 결과는 이미 입증됐다.

이를 방지하려면 법원 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창이 있어야 한다. 그 '창' 중 하나가 다소 폐쇄적으로 운영되며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의견을 제시한다고 해서 억누르면 안 된다.

연구회의 공개 활동을 계기로 사법부가 '편 가르기' 논란에서 벗어나 서로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소수자를 배려하는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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