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한 오종상(69)씨에게 36년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인욱 부장판사)는 30일 오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반공법 위반 혐의에는 무죄를, 대통령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오씨가 ‘이북과 합쳐져 나라가 없어지더라도’라는 발언을 했다고 인정할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설령 그렇게 말했다고 하더라도 오씨에게 북한을 이롭게 할만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오씨의 자백은 고문 등 수사기관의 가혹행위에 의한 것이므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씨의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근거법령인 유신헌법이 폐지됐으므로 원심 판결은 파기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오씨는 1974년 5월 일부 고교생에게 "유신헌법 체제에서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으니 이런 사회는 일본에 팔아넘기든가 이북과 합쳐져 나라가 없어지더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며 북한을 찬양한 혐의로 수사관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한 뒤 기소돼 징역 3년의 확정 판결을 받고 만기출소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이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 결정에서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판단해 피해자들에게 명예회복의 기회를 부여하고, 국회는 입법적 조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오씨는 선고 직후 “36년만에 가슴에 진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라며 “비록 반쪽 판결이라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씨 측 변호를 맡은 조영선 변호사는 “사법부는 긴급조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외면하고 있다”며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 상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