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故장자연 편지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위작"

경찰, "故장자연 편지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위작"

수원(경기)=류철호 기자, 이현수
2011.03.16 15:42

(상보)제보자 전씨, '망상장애' 등 정신병력‥장씨 필적 흉내내 자작극

배우 고(故) 장자연씨가 사망한지 2년여 만에 SBS를 통해 공개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장자연 편지'가 가짜로 판명났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경기지방경찰청은 1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문제의 편지에 대한 필적을 감정한 결과 제보자 전모씨(31)가 교도소에서 쓴 위작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종합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조작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물들을 공개했다.

경찰은 전씨가 장씨와 면회 등을 통해 접촉한 사실이 없는데다 장씨나 장씨의 애칭인 '설화'라는 이름의 우편물 수·발신 기록이 발견되지 않은 점, 국과수의 필적감정 결과와 지문 및 유전자(DNA)감식 결과 등을 조작 근거로 제시했다.

경찰은 전씨가 망상장애와 과대망상 등 정신질환을 앓아왔으며 장씨가 사망한 이후 언론에 보도된 관련 기사들을 수집, 장씨의 필체를 흉내 내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갑식 경기청 형사과장(총경)은 "전씨는 2009년 3월 경찰이 장씨 사망 사건을 수사할 당시에도 한 스포츠신문사에 가짜 편지를 제보한 적이 있었다"며 "전씨는 5년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아왔고 프로파일러의 심리분석 결과 정신분열증 초기 증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씨의 동료 재소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전씨가 평소 장씨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출소한 뒤 연예기획사를 차려 장씨를 대스타로 키우겠다는 등의 거짓말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김 과장은 "전씨는 자신을 대단한 능력자로 믿는 과대망상 증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씨는 하루에도 5∼6통씩 가짜 편지를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최근 추가로 발견된 편지 원본 10장의 작성자로 알려졌던 장모씨 등도 전씨가 만들어낸 가상인물"이라며 "전씨는 2년 전 부산구치소 수감 당시 면회 온 지인에게 '자연이 편지 온 거 사실 퍼온 건데'란 말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전씨는 교도소에서 시나리오를 쓸 정도로 글 솜씨가 뛰어났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고인(장씨)과 관련된 언론보도 내용 등을 통해 고인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 뒤 고인의 자필문건을 보고 필적을 연습해 가짜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북 정읍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부산과 서울 등지를 오가며 떠돌이 생활을 해온 전씨는 1999년 12월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됐다 2003년 2월 만기 출소했으나 출소 직후 또다시 범죄를 저질러 출소 3개월 만인 같은 해 5월 다시 교도소에 수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씨를 사문서위조와 사자명예훼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씨는 여전히 장씨로부터 받은 편지라며 조작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경찰은 전씨에 대한 사법처리와 함께 논란을 부추긴 SBS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문제의 편지가 조작된 것으로 결론 남에 따라 문건 전반에 대해 재수사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다만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새로운 수사단서가 확보되면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일 SBS가 '8시뉴스'를 통해 "고 장자연 편지 50통 단독입수'란 기사를 보도한 이후 경기청 광역수사대와 분당경찰서 소속 수사관 58명으로 수사팀을 꾸려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9일 전씨가 수감 중인 광주교도소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편지 원본 24장과 14일 추가로 발견된 편지 원본 10장에 대한 필적감정을 국과수에 의뢰하고 전씨의 동료 재소자 등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여왔다.

한편 국과수는 이날 오전 전씨로부터 압수한 편지들이 장씨가 아닌 제3자에 의해 작성됐다는 감정 결과를 공개했다. 국과수는 편지를 감정한 결과 장씨의 필적과 다르고 필적 간에 일부 반복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기재하는 습성들이 공통적으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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